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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44)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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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44)
2008-12-13 오후 11:15 조회 3507추천 10   프린트스크랩

우리 그만 헤어져.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이게 갑자기야? 난 도저히 못 참겠으니까 이제 그만 만나자고!

 

우리 엄마 때문이야? 또 우리 엄마 만났어?

TV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소리 소리를 지르는 여자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러자 여자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우리 엄마는 나한테 맡겨 줘.

남자가 여자를 품에 앉고 등을 다독여 주며 말했다.

 

 

 

저 바보!!! 저런 연기에 속다니!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던 기영이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기영이 보고 있던 드라마 속 여자는 남자의 돈과 직업을 보고 꼬시기로 작정하여 온갖 이간질로 자신을 반대하는 주위 사람들과 남자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중이었다.

기영은 그렇게 마음 먹고 사람을 속이려 하더라도 진실은 보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들킬 수 밖에 없다고 믿었다.

게다가 혜린은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 속 이야기는 머나먼 나라의 일이었다.

잠시 후 드라마가 끝나자 기영은 TV를 그대로 놔둔 채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푹신한 소파에 머리가 닿자 편안한 느낌과 함께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리고 오늘 혜린이 시합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가 시합에 이긴 날은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았고, 또 왠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가만히 눈을 떠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5분만 더 누워있다가 일어날 생각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딩동, 딩동

 

……누구지?

잠깐 소파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든 기영이 초인종 소리에 놀라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누구세요?

기영이 큰 소리로 외치며 어슬렁 어슬렁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오빠 안녕하세요!

기영이 문을 여니 수현이 양 손에 비닐봉지를 든 채 반갑게 인사했다.

 

수현아, 어쩐 일이야? 그건 또 뭐야?

그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한 기영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저 들어가도 되죠? 지영이랑 여기서 술 마시기로 했는데 못 들으셨어요? 제가 술하고 안주거리 좀 사왔어요.

 

그래? 난 못 들었는데, 일단 들어와. 지영이는 언제 온대?

 

금방 온다는 것 같던데요? 오빠 떡볶이 좋아하세요?

 

좋아하긴 하는데, ?

 

제가 안주로 먹으려고 재료를 사왔거든요. 제가 만든 떡볶이 진짜 맛있어요. 오빠도 놀라실걸요?

수현이 부엌에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비닐봉지를 올려놓고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내며 말했다.

 

그래? 기대되네.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부엌을 왔다 갔다 하느라 부산스러워 보이는 그녀를 보며 기영이 물었다.

 

……여기 좀 크고 오목한 프라이팬 있어요? 앞치마도 있으면 좋겠는데.

 

, 여기, 그리고?

기영이 잽싸게 프라이팬과 앞치마를 가져다 주며 물었다.

 

, 이거 귀엽다.

수현이 커다란 곰 캐릭터가 그려진 앞치마를 펼쳐보며 말했다.

 

, 그거 여자친구가 골라준 거야.

기영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구나. , 오빠 여기 고춧가루 있죠?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안 사왔는데.

 

고춧가루? 없는 것 같은데……잠깐만.

기영이 부엌의 선반 이곳 저곳과 냉장고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거 꼭 필요한 거지? 하고 있어, 내가 나가서 사올게.

기영이 방에 들어가 지갑을 챙겨나오며 말했다.

 

. 그럼 저 하고 있을게요.

어느새 앞치마를 두른 수현이 한 손에 쥔 파를 흔들며 말했다.

 

 

 

오빠!

고춧가루를 사고 서둘러 집에 가고 있는 기영에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린아?

기영이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혜린이 서있었다.

 

오빠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잠깐 뭐 좀 사러.

 

? 고춧가루 샀어?

혜린이 기영의 손에 들린 고춧가루 봉지를 보며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

 

? 오빠 요리 안 하잖아.

 

그게……”

 

지영이 와 있어?

기영이 속 시원히 대답을 안 해주자 답답해진 그녀가 계속 물었다.

 

, 지영이가 요리 좀 해준다고 이걸 사오라고 했어.

당황한 기영이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며 둘러댔다.

 

잘 됐다. 오랜만에 지영이도 보고, 들어가자 오빠.

혜린이 자연스럽게 기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 저기 그게……”

그와 함께 들어가려는 혜린을 기영이 멈춰 세우며 머뭇거렸다.

 

? ? 나 들어가면 안돼?

 

아니, 안 되는 게 아니라.

 

그럼 왜? 빨리 들어가자.

머뭇거리는 그의 태도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일까, 혜린이 갑자기 걸음을 재촉하며 그의 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영이 그녀를 따라잡았을 때 그녀는 이미 현관문을 반쯤 열고 있었다.

 

잠깐만.

기영이 문을 여는 혜린을 막으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혜린이 문을 놓쳐 반쯤 열렸던 현관문이 제법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왜 그래?

이젠 정말 뭔가가 잘못 되었다고 느낀 혜린이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사실은 설명할 게 있어.

그가 혜린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뭔데?

 

오빠 왜 안 들어와요?

혜린이 기영을 보며 물어보는 찰나,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에 나무주걱을 든 수현이 문을 열며 말했다.

 

뭐야, 이런 거였어?

수현의 모습을 본 혜린이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들어가 있을게요.

한 눈에 사태 파악이 된 수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살며시 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니까, 조금 있으면 지영이가 올 거야.

기영이 화가 난 혜린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지영이가 오다니?

 

그러니까, 수현이는 지영이 친구인데, 지영이랑 여기서 술을 마시기로 했대.

 

오빤 내가 바본 줄 알아?

 

진짜야, 제발 믿어 줘.

 

그 말을 어떻게 믿어, 그럼 그때 뮤지컬도 셋이 본 거야?

 

그것도 설명할 수 있어. 정 못 믿겠으면 지영이한테 전화를 해봐.

 

전화하라고 하면 안 할 줄 알고? 번호 찍어줘 봐.

혜린이 그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기영은 혜린이 지영과 통화를 하고 나면 모든 오해가 풀릴 거란 생각에 안심하며 번호를 눌러주었다.

 

 

여보세요, 지영씨? 저 혜린이에요. 전화 괜찮아요? , 오늘 기영오빠 집에서 같이 술 마시기로 했다면서요? , 그래요? …… 알았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

지영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그는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과 같은 표정으로 혜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 핸드폰을 내리는 혜린의 표정에서 눈물이 살짝 비치는 것을 보았다.

느낌이 안 좋았다.

 

이제 나한테 연락하지 말아줘.

지영과 통화를 끝낸 혜린이 차갑게 돌아서며 말했다.

 

혜린아! 그게 무슨 말이야? 지영이가 뭐라고 하는데?

그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기영이 뒤늦게 멀어져 가는 혜린을 향해 소리쳤다.

 

뭐라고 하겠어, 없는 말을 지어내길 기대한 거야?

뒤를 돌아 본 그녀는 이젠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수현아……왜 그랬어?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사태를 깨달은 기영이 집으로 돌아와 수현에게 물었다.

 

오빠 미안해요.

침착한 표정으로 요리를 하던 수현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지영이 핑계라도 대지 않으면 오빠가 들어오게 안 해줄 것 같았어요. 오빠가 잘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제가 잘하는 요리를 해드리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기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혜린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애처롭게 우는 수현의 모습과 혜린이 떠나가던 뒷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어지럽게 뒤엉켰다.

이 모든 것이 악몽인 것만 같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기영은 울고 있는 수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등을 벽에 기대 그대로 주저 앉고 말았다.


┃꼬릿글 쓰기
당근돼지 |  2008-12-14 오전 3:06: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거문고자리 당근돼지님 안녕하세요~ ^-^
달선공팔 |  2008-12-14 오전 5:44: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2등입니당...^^

일하다 귀가하니 5시네요.ㅜㅜ  
달선공팔 |  2008-12-14 오전 5:45: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찍 출근해야해서 잠 몬자고..좋은 글덜 읽우문서 댓글답니당^^  
거문고자리 피곤하시겠어요 ㅠ.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메이비 |  2008-12-14 오후 9:04: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걸요!  
거문고자리 ^^
강북무리수 |  2008-12-15 오후 3:46: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팀장님에게 엮겨구냐... ㅠㅠㅠㅠ  
거문고자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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