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옆은 쓰레기가 아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희망의 봉우리를 맺어 세상에 알리고
한여름의 뙤약볕을 온몸으로 가리우다 촛불처럼 몸을 불사르고
흙으로 돌아가 다음생명을 위해 또 천년을 기다린다
그래서 낙옆은 먹다남은 찌거기가 아닌 또다른 연민의 정으로
고고한 삶을 살아온 선비로 다가옴이던가
우리의 인생도 이러하면 어떠할까
나의 인생도 낙옆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마음을 담아 띄워본다

가지에서 바라보니 미래요
길가에서 개울가에서 바라보니 과거인데
바람에 유영하는 저한잎이 현실이란 말인가
너무도 아슬하고 너무도 순간이구나

이몸과 마음이 낙옆이라 가지에서 비바람에 울분하고
한여름의 태양을 가리려 어리석은 팔벌림도 해보고
이제 가지에서 떨어져 길거리를 뒹굴고 물결에 출렁일때
시간의 무상함에 그 끝자락이라도 느껴봄직 하련마는
순리를 따르려 애써지 않아도 언제나 그리 되는것을
아직도 슬퍼하지 않으려는 마음들을 추스려 남은 시간들이
영원이길 갈망하며 지난날을 고이접어 머리맡에 모아둔다

가지를 놓지 않으려 집착하던 날들이 자유를 외면한 날들이니
이제 물결따라 세상구경 다니고 길거리를 뒹굴며 사람구경하리라

몽우리 맺을땐 누구라도 아름다운 환희로
푸르든날에 그 크기로 키재기를 하다가
단풍드는 날에는 누구를 가늠하기 어렵구나
크고작음 형형색깔이 더불어 어울어지니 그들만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모두의 가슴을 애잔하게 할뿐이더라
그렇게 맞이한듯 보내고 또 인연을 기약하는 시간들을 나눌뿐.

오로
바둑으로 물들인 세월만큼이나 애잔한 날들에 어느새 나이마저 물들어간다
그세월을 다른곳에서 또 그렇게 물들인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군락을 이루고
그한모퉁이에서 만난 낙옆더미에 나도 끼여 있구나.
이제 인생의 한기가 드는 나이에 바둑으로 컴을 만나고 글을 나누면서 바둑을 두면서
구수한 낙옆태우는 냄새에 서로의 푸르던날도 나누고 그리고 온기도 나눈다
한켠에서 말다툼 소리도 나오고 한쪽에서 웃음소리도 들린다
말없이 지켜보는 사람도 있고 뜬금없이 부산한이도 있다.  ☜요건(선달이)
하지만 모두들 싫지는 않은듯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이 없구나.
딱히 별다른 곳도 없으려니와 이제와 꽃이될까 나무가되랴
그저 바둑으로 얘기꽃이나 피우고 서로의 등을 받쳐주는 나무가됨이 옳지않겠나...

마지막 가을의 어느날 낙옆에게 낙옆으로 편지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