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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31)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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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31)
2008-10-02 오전 11:45 조회 2040추천 9   프린트스크랩
▲ .....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이런 걸까?

큰 맘먹고 예약한 유명 레스토랑에 진호에게 얻은 연극 표로 혜린과 꿈 같은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던 기영은 그녀가 오지 않는 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혜린의 힘없는 목소리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이토록 쉽게 바람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승부사였고, 대국에 질 때마다 몹시 괴로울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약속을 쉽게 취소시켜도 된다는 법은 없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의 하나뿐인 남자친구였고, 그녀가 힘들 때 곁에서 힘이 되어 줄만한 사람이었다.

혜린이 이럴 때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를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이렇게 되어버렸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혜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했지만 왠지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지영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 어쩐 일이야?

 

지금 바빠?

 

아니 잠깐 전화할 수 있어.

 

지영아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몇 시쯤?

 

8까지 대학로로 올 수 있어?

 

나 오늘 일이 좀 밀려서, 그때까지 못 끝낼 것 같아. 무슨 일인데?

 

"연극 표가 있는데, 같이 볼까 하고. 바쁘면 할 수 없지."

 

"연극?? , 나 보고 싶은데, 그거 꼭 오늘 봐야 하는 거야?"

 

". 그럼 못 오는 거지?"

 

"......오빠 그럼 같이 볼 사람 없는 거야?"

 

". 그냥 보지 말까......"

 

"! 나 메신저로 수현이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한번 물어볼까? 오빠 내 친구 수현이 알지?"

 

", 전에 한번 봤어."

 

"수현이 된다고 하면 같이 볼 거야?"

 

", 나쁠 거 없지. 조금 어색하긴 하겠지만."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타다닥 타닥 타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자판기 소리가 어깨와 얼굴 사이에 핸드폰을 고정 시켜 놓고 빠르게 타자를 치고 있는 지영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오빠!"

 

"."

 

"수현이가 간대."

 

"그래?"

 

". 8 대학로 맞지?"

 

"."

 

"오빠 번호 가르쳐 줬으니까 아마 전화할 거야."

 

"오케이, 그럼 마무리 잘 하고, 다음에 봐."

 

". 수현이랑 좋은 시간 보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그대-

빠른 박자에 신나는 음악, 그리고 환상적인 춤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고 상처 받은 여주인공이 한 남자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또 그 남자도 이 여자의 매력을 발견하며 빠져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그의 옆에는 머리를 단아하게 땋아 정리하고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원피스를 입은 수현이 연극에 푹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는 혜린이 자꾸 떠올라 연극에 집중할 수 없었다.

지금쯤 그녀는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힘들까.

잊고 싶은 기억과 일방적인 사랑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하는 여주인공이 우울해 하고 있을 혜린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만 같았다.

왠지 이 곳에서 즐겁게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이 그녀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고 잘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 수현까지 온 마당에 연극이 끝나기 전에 나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이렇게 기영이 이런 저런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연극은 막을 내렸고 수많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기영도 분위기에 휩쓸려 큰 박수를 보냈고 수현도 매우 감명받은 표정으로 환호하고 있었다.

 

오빠 연극 너무 좋았죠?

극장을 나서며 수현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묻는다기 보다는 그저 당연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연극이 대단했다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

기영이 짧게 대답했다.

 

오빠 저녁 먹었어요?

 

응 간단히.

기영은 수현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지금은 혜린에 대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저는 갑자기 나오게 돼서 아직 못 먹었어요.

수현이 기영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기영이 뭔가를 해주길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영에게 그녀의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기대가 들어올 리 만무했다.

 

지하철 타고 가?

기영이 물었다.

 

.

수현의 목소리에 갑자기 기운이 빠졌지만 기영은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애써 모르는 척 했는지도 모르지만.

 

역까지 데려다 줄게.

기영이 말했다.

 

 

수현을 집에 보낸 기영은 차를 몰아 혜린의 집 근처로 왔다.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얼굴이라도 한번 보면 나아질 것 같아서였다.

그는 그녀의 집에 가기 전에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 그녀가 즐겨먹던 아이스크림을 큰 사이즈로 샀다.

혜린은 기분이 안 좋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집으로 가면서 온갖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스쳐갔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과연 그녀가 그의 갑작스런 방문을 좋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는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딩동

그는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딩동

기영은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지만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었다.

 

자고 있나……”

그는 쉬고 있는 혜린을 괜히 방해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그래도 이미 산 아이스크림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기영은 몇 번 더 초인종을 눌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스크림도 걱정이었지만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고 생각하니 오 만가지 상상이 떠올랐다.

그는 혹시 모르니 집 앞에서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30분쯤 지났을 까,

멀리서 한 남녀가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말없이 걷기만 했다.

기영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숙이고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혼자 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혜린의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기영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두운 혜린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오빠……”

혜린은 놀라지 않았다.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마치 그 곳에 있을 걸 알았다는 듯이.

기영은 당황했다.

그는 혜린이 어떤 남자와 둘이 나타난 것도 이해할 수 없었고 집에 간다던 그녀가 술에 취해 들어온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단 사실이 그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기영은 이미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그곳에 놔둔 채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떠났다.

 

오빠!

뒤에서 그를 부르는 혜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혜린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 속에서 메아리 쳤다.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향해 웃고 있는 것 같은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속 좁게 행동하는 자신도 미웠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녀도 미웠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모든 걸 가라앉게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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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8-10-02 오후 5:14: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거문고자리 안녕하세요~!!!
팔공선달 |  2008-10-02 오후 6:31: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

저듀 한두번 당했는것 가터.  
거문고자리 참..사람 힘들게 만들죠?..;;
메이비 |  2008-10-02 오후 11:07: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쩐지 이럴것 같더라니 ㅡ.ㅡ;  
거문고자리 그러게요...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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