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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30)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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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30)
2008-09-26 오전 9:31 조회 2189추천 12   프린트스크랩
▲ .........

20, 하나, , , , 다섯.

그 순간 혜린이 계시자를 향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계시자가 초읽기를 멈추고 바쁘게 이것 저것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국이 끝난 것이다.

대국장엔 정적이 흘렀다.

혜린은 멍하니 바둑판을 응시했다.

한 판의 바둑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역시 상변에서의 처리가 미흡했던 걸까.

혜린은 생각했다.

 

여기서……”

혜린이 상변을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목이 잠겼는지 약간 쉰 소리가 나왔다.

 

이 걸로 여길 먼저 교환했어야지?

이내 제 목소리를 찾은 혜린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 그럼 어떤 거야?

 

미세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 내가 여기서 후수를 잡아서 어려워 진 것 같아. 원래 흑이 좋았지?

 

초반에 안 좋았나?

 

여기가 조금 급했던 거 아니야? 이 쪽이 크잖아.

 

흑이 여길 이렇게 지키면 들어가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그랬는데, 역시 그 쪽을 먼저 갔어야 했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둑판 위의 돌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들어온 다른 기사들도 합세하여 검토를 시작하였다.

 

 

 

 

지금 혜린의 가슴 속에는 거대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폭풍우는 너무도 강력하고 거대해서 그녀 가슴속의 모든 것-그 동안 쌓아왔던 행복감, 설렘, 기쁨 등-을 멀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그녀에게 보이는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를 완전한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 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절망과 괴로움 그리고 슬픔 만이 남아있었다.

사실 그녀의 마음 속은 폭풍우 다발 지역이었다.

그래서 매번 더 굳고 튼튼하게 벽을 쌓고 만반의 대비를 하였지만 중요한 대국을 졌을 때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이 폭풍우 역시 매번 더 커지고 파괴적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이제 폭풍우라면 지긋지긋 했고 다시는 보지 않을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또 모든 것이 잠잠해졌을 때 느껴지는 우울한 회색 빛과 괴로움으로 물든 고요함이 미칠 듯이 싫었다.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올가미처럼 그녀를 에워싸는 것이었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면역력이 생겼을 텐데 하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을 돕기 위한 최면일 뿐 절대 익숙해질 수 없고 면역성 따위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한없이 휘몰아치던 폭풍우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때, 기영과의 저녁 약속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피곤했고,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핸드폰을 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야.

혜린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어디야?

기영은 혜린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시합에서 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기원, 오빠 나 졌어.

 

, 수고했어. 질 수도 있지. 힘 내.

기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미안한데 나 오늘 거기 안 갈래. 기분이 너무 안 나서.

 

, 그래도 와, 내가 위로해 줄게. 기분 좋게 해줄게.

 

다음에. 우리 다음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 오늘은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정말 안되겠어?

 

. 미안.

기영은 혜린과 같이 보려고 받아 놓은 연극 표와 예약해 놓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생각했지만 더 이상 그녀를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다음에 꼭 같이 가는 거야?

 

. 그럼 다음에 보자.

전화를 마친 혜린은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다시 꺼버렸다.

오늘은 아무하고도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혜린아!

그녀가 지하철역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민우가 다른 몇 명의 남자기사들과 걸어오고 있었다.

 

저녁 먹으러 가자.

민우가 자연스럽게 혜린을 이끌며 말했다.

 

별로 생각 없어.

 

또 왜 그래,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빨리 와.

 

입맛이 없어서 그래.

 

그럼 술 한잔 하러 가자.

 

나 진짜 안 가면 안될까?

 

잠깐만 있다가 가, 그럼, 딱 한잔만 하고 가. 집에 가도 별일 없잖아.

 

별일은 없지만……그래도 집에 갈래.

 

에이, 빨리 와, 가서 잠깐만 앉아있다가 가.

 

그래 혜린아, 잠깐만 있다가 가.

옆에 있던 경준이 거들었다.

그는 혜린과 나이가 같은 잘 나가는 프로기사였다.

결국 그녀는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잠깐이 한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되고 술자리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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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8-09-26 오전 9:55: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거문고자리 항상 1등 하시는 당근돼지님..^^ 어서오세요!
수나써 |  2008-09-27 오전 8:36: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면 참 아프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거문고자리 아프죠...ㅠ.ㅠ 수나써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선비만석 |  2008-09-27 오후 5:23: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으음.....기영이와 헤어져 다른 기;사들과 술자리에를...아무래도 예감이 안좋아...^^*  
팔공선달 꼭 그렇게만 되는건 아니지라...^^
거문고자리 그러게요......
메이비 |  2008-09-29 오후 10:21: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혜린이의 아픈 마음이 느껴지네요 ㅡ.ㅡ;  
거문고자리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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