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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26)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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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콤한 바둑 레슨 (26)
2008-09-19 오전 1:26 조회 2253추천 11   프린트스크랩
▲ 석양이 지는 호숫가

아 시원하다

방금 샤워를 마친 기영이 한결 뽀얘진 모습으로 화장실을 나오며 외쳤다.

아까는 그렇게 툴툴대더니 이젠 좀 풀린 거야?

성준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기영에게 물었다.

, 이젠 용서해줄게.

용서는 무슨, 계곡물은 원래 사람 빠뜨리라고 있는 거야.

, 도망 가지나 말고 그 얘기를 하던지.

아무튼 덕분에 샤워도 하고 좋잖아?

아니, 근데 어떻게 나만 빠뜨리고 셋 다 도망갈 수가 있어?

한꺼번에 다 샤워하려면 번거롭잖아.

옆에서 듣고 있던 혜린이 잽싸게 말했다.

그럼 내일은 나 말고 다른 사람 빠뜨리는 거야?

기영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말했다.

기영씨 이리 와서 수박 먹어요. 시원해요.

다연이 웃음을 참으며 기영에게 손짓했다.

! 나만 빼고 다들 수박 먹고 있었던 거야?

기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아냐, 방금 시작했어. 오빠도 얼른 오면 돼.

혜린이 어린 아이를 달래듯 상냥하게 말했다.

 

우리 연기 바둑 둘까?

수박을 먹으며 생각에 잠겨 있던 성준이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연기 바둑?

혜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 기영이가 아직 많이 떨어지나?

아냐, 한번 둬 보자, 나 둘 수 있을 것 같아.

기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래, 재미있겠다, 우리가 조금 접어주면 되겠네.

다연도 맞장구 치며 말했다.

몇 점 접어줄 건데?

혜린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3점이면 되지 않을까?

다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3? , 4점으로 하자.

4점은 많지 않을까?

많기는, 기영 오빠가 많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약하단 말이야.

알았어, 그럼 저녁 설거지 내기?

다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좋아요!

혜린이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자 기영이 얼른 나서서 OK 사인을 보냈다.

 

……”

기영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등을 타고 가만히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느껴졌다.

눈 앞의 바둑판은 확연히 잘 보이는데, 수를 읽으려고 하면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이 곳을 두려고 하면 왠지 저 쪽을 둬야 할 것 같고, 저 쪽을 두려고 하면 왠지 작아 보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답답해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 괜히 두자고 했나.

후회가 마음 저편에서 밀려왔다.

살짝 고개를 돌려 혜린의 눈치를 보니 그녀는 멍하니 바둑판만 응시하고 있었다.

기영의 고민은 안중에도 없는 눈치였다.

그는 어떻게든 혜린이 도와주길 바랬지만 그녀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에이 모르겠다.

한참을 망설이던 기영은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수를 선택하여 돌을 옮겨 놓았다.

 

여기서만 잘 지켰으면 우리가 이겼을 텐데.

혜린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 기영씨가 생각보다 잘 두네, 우리가 지는 줄 알았어.

다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누가 가르쳤는데.

혜린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어떻게 지켰어야 하는 거야?

기영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혜린이 지목했던 승부처를 가리키며 물었다.

백이 여기 끊었을 때, 이렇게 한칸 뛰어 두었으면 좋았어. 이 때 백이 여길 지켜야 하는데, 그러면 이 백1점을 잡을 수 있거든.

, 백이 거기를 지켜야 하는 구나.

, 오빠가 보기는 조금 어려운 수였어.

그래도 다음에는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됐어, 그렇게 배우는 거지 뭐. 배웠으니까 설거지는 오빠가 하는 거야?

그런 게 어디 있어, 같이 책임을 져야지.

가만히 듣고 있던 성준이 입을 열었다.

, 역시 친구가 이래서 좋구나.

그럼.

근데 우리 저녁 컵라면 먹는 거 아니었어?

기영이 좋은 기운을 이어가겠다는 듯이 말했다.

에이, 그건 간식이고, 저녁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해야지.

하지만 역시 성준은 만만치 않았다.

, 그럼 불 판이랑 젓가락만 있으면 되겠네?

기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안 돼, 안 돼. , 된장찌개, 김치, 야채, 쌈장 다 있어야지.

성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마치 고등학생들을 앞에 앉혀 놓은 선생님같은 말투였다.

된장찌개는 누가 끓여?

옆에서 가만히 한숨을 쉬던 혜린이 물었다.

설거지는 혜린이랑 기영씨가 할 거니까 저녁은 우리가 할게.

다연이 나서며 말했다.

오케이, 그럼 우린 TV 본다?

혜린이 갑자기 활기를 되찾으며 물었다.

.

  

, 이거 진짜 맛있다.

된장찌개를 한 입 맛본 기영이 탄성을 질렀다.

진짜, 언니 이거 어떻게 한 거야?

혜린이 신기한 눈으로 다연을 보며 물었다.

그거 오빠가 한 거야.

다연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 자취할 때 많이 해봤대.

와 언니는 좋겠다. 자취한다고 다 요리하지는 않던데.

혜린이 기영을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으흠. 난 지영이가 해줘서 굳이 할 일이 없었다고.

기영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하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

혜린이 웃으며 말했다.

, 다들 한잔씩 해야지?

어느새 다가온 성준이 잔을 하나씩 돌리며 말했다.

 

혜린이나 다연이처럼 바둑 프로기사가 되는 거하고, 기영이처럼 일류대학교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거하고 뭐가 더 힘들까?

성준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프로기사가 되는 길이 좋은 대학교 입학이나 대기업 취직보다는 좁으니까.

다연이 말했다.

그렇지만 경쟁률로 따지면 그 쪽이 높지 않아?

혜린이 다연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럴까? 어때요 기영씨? 많이 힘들었어요?

, 지금은 그때의 일을 많이 잊어버려서, 생각해보면 힘들기도 했고, 또 기억에 많이 남기도 해요.

나도 연구생 때는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입단하고 나니까 그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

혜린이 기영의 말을 뒤이어 받았다.

그래도 난 다행히 공부가 잘 풀리는 편이었어. 공부할 때 열심히 했지만 많이 쉬고, 잠도 남들보다 더 많이 잤거든.

기영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몰라. 잠을 충분히 자야 뇌도 활발해지니까.

혜린이 말했다.

근데 정말 열심히 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친구들이 가끔 있었지. , 정말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말을 하고는 했어.

어디나 비슷한가 봐요, 바둑 공부를 해도, 그런 사람은 있거든요.

다연이 말했다.

학교를 다니면 시험 때가 되었을 때 특히 집중해서 공부하잖아. 프로기사가 될 때도 그런 게 있어?

성준이 물었다.

그럼, 입단 대회가 다가오면 여러 프로사범님께 개인 지도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중요한 대국을 두기 전에 최대한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니까.

혜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리고 한 사범님하고 많이 두면 감각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여러 분이랑 두는 경우가 많지.

, 그리고 지도료도 꽤 많이 들어.

다연이 말하고는 얼른 덧붙여 말했다.

학교에선 매 번의 시험이 기록에 남기 때문에 더 중요한데, 입단대회는 그렇지 않지?

성준이 다시 물었다.

, 응, 입단하느냐 못 하느냐지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 차기 대회의 본선시드를 받는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혜린이 답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어. 워낙 인생이 걸린 시합이기도 하고, 또 나이의 압박이 있어서 말이야.

다연이 말했다.

역시 쉬운 일은 없는 거겠지?

성준이 뻔한 결론을 내리자 모두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얘기해도 결국은 같은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가운 알코올 기운을 뿜어내던 소주 병들이 하나 둘 바닥을 드러내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지칠 줄 모르고 반짝이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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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8-09-19 오전 4:09: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거문고자리 안녕하세요! ^^
그대그시절 |  2008-09-19 오전 8:13: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패에 걸린 사진 얻어갑니다.
마음에 들어 바탕화면으로 사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꾸-ㄱ  
거문고자리 안녕하세요! 제가 디카로 직접 찍은 사진이에요~ 맘에 드신다니 기쁘네요^^
메이비 |  2008-09-19 오전 9:25: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연구생 생활에 대해 잘 아시나봐요^^  
거문고자리 하하, 글쎄요. ^^;
선비만석 |  2008-09-19 오전 9:56: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으음....혹시 거문고자리님이 연구생 출신?  
거문고자리 아직은 저에 대해 뚜렷하게 밝힐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다 알게 되실 날이 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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