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꿈이 뭐니?”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한때는 프로기사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정의로운 경찰이 되고 싶기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월간지에 ‘관전필자’라 칭해지는 사람들이 부러워 무작정 관전필자를 꿈꾸기도 했죠. 유치원 선생님을 가슴에 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제가 간절히 원하는 꿈이 아닙니다.
나의 꿈,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내가 지금 이 순간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일까.
사랑, 사랑이 내 꿈입니다.
나의 꿈은, 가장 소박하면서도 이루기 힘든 꿈입니다.
누구나 사랑을 꿈꾸지만, 전 세계 인구의 99%가 그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제 꿈은,
그 1%안에 드는 것입니다.
제가 사랑에 대해, 결혼에 대해 너무나도 큰 환상을 품고 있는 걸까요?
누구나 이 나이 때는 그런 환상을 품고,
나이가 들면서 차차 현실을 알아가는 걸까요? 정말 그런 건가요?
“23살, 어려서 뭘 모르지.”
“이상적인 것을 꿈꾸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나중에 실망이 클게다.”
사실 전,
다른 것에 있어서는 제 주관이 뚜렷하지 못합니다만
사랑에 대한 확신만은 분명했습니다.
제가 겪어보지 않은 이상은 모르는 거라고,
수백 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온 지 3개월.
정확히 3개월 만에, 제가 그 어떤 것보다도 확신했던 사랑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읽지 말았어야 할 책들을 읽었고,
듣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나봅니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여자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니다.”
“정으로 사는 거지. 1년도 못가. 신혼여행을 갔다 오자마자 달라지기도 하던데 뭘.”
며칠 째 내 마음은 괴로움으로 빛이 바랬습니다.
60살 노인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남편의 손을 잡고 호숫가를 거닐며 그 사람의 뺨에 입을 맞추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며
먼 훗날의 제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색깔의 사랑을 선물로 물려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겁이 납니다.
더 이상 사랑을 모욕하는 그 어떤 말도 듣기가 싫어졌습니다.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노부부가 되어서도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아이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이 사람 아니면 못살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무치도록 그립습니다.
다행히 내일부터 여름휴가입니다.
멀리 떠나 놀란 내 마음을 달래주고 오렵니다.
운이 좋다면,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사랑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