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속의 두 사람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오로묵시록
오로묵시록 오로 오딧세이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황혼속의 두 사람
2008-07-24 오전 3:15 조회 4635추천 16   프린트스크랩

이 글은 작가의 상상만으로 쓴 글이며, 실제 바둑 계 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오니 독자님들은 이점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오로 묵시록 올림

 

 

학명은 오후 두 시 약속을 산 주가 펑크 내는 바람에 느닷없는 막막함에 잠시 동안이나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하기야 급작스런 집안의 상사를 치르러 원통근처 어느 산 골로 가 버린 산 주를 나무랄 수도 없고, 상가까지 찾아가 매매를 하자고 계약서를 들이 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예까지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면 언제 또 계약이 이루어 질지 기약이 없고

 

학명은 부동산 직원에게 면 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다시 오마고 시간 약속을 당부 하였다. 부동산 직원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몇 번이고 사과를 하며 털털거리는 봉고로 산을 두 개나 넘어 면까지 학명을 태워다 주었다.

 

면의 거리는 조그마했고 조용한 편이었다. 그러나 식당, 다방, 술집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어 하룻밤 묵기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여관도 정갈한 편이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무엇보다도 학명을 기분 좋게 만든 것은 여관 옆에 있는 기원이었다.

 

학명은 여관방에 조그만 가방 하나를 던져 두고는 부리나케 기원을 찾아 갔다.

판이 열 서너 개 정도그나마 기원은 텅 비어 있었고, 로열석에서 서너 명의 기객이 잡담들을 하다가 학명이 들어오자 일제히 쳐다 보았다.

 

그 중 가장 세다는 기객과 두어 판을 두었는데 그는 석 점을 놓고도 학명에게 판을 짜지 못했다.

우와, 정말 쎄시다.혹시 프로 아니십니까?

대국을 한 사람과 관전을 한 사람들 모두가 학명의 강함에 감탄을 하며 더 이상 그에게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이분과 조씨 아저씨하고 두면 어찌될까? 누가 더 쎌까?

관전자중의 누군가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면기 정도라면 두어점은 놓아야 겠지생각하며 학명은  씨익 웃었다.

히힛, 조씨 아저씨, 양반은 못 되네…”

누군가가 기원문을 드윽 밀고 들어 왔다. 아마도 조씨 아저씨란 사람인 모양이다.

 

학명은 조씨라는 사내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새카맣게 탄 얼굴, 반백의 머리, 야윈 몸, 삐쩍 큰 키.건강은

안 좋아 보였으나 눈빛만은 형형했다.

_많이 늙었군

 

조씨는 학명과 눈이 마주 친 순간 움칠하는 표정이었으나,

더 이상 내색하지 않으며 뚜벅뚜벅 걸어와 학명의 앞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듯 마주 보았다.

마치 헤비급의 복서들이 레프리가 뭐라고 주의를 주는 동안 서로를 노려 보며 눈싸움을 벌이듯 어쩌면 살기가 등등했다.

 

문득, 원장이 둘 사이에 나섰다.

저어, 두 분이 호선을 하면 될 듯 싶은데요…”

학명이 백 돌을 한 웅큼 쥐어 판 위에 올려 놓자 조씨는 흑 돌 하나를 따악~ 하며 판 위에 찍었다.

돌을 가리니 조씨의 흑 번 이었다.

 

백의 소목에 흑 날일자 걸침, 백의 세칸 낮은 협공.

요즈음 프로들 사이에 자주 두어지고 있는 유행서반이다.

둘은 거의 노타임으로 대여섯 수를 좌악 진행 시킨다.

학명은 상대의 얼굴을 쓰윽 쳐다 보더니 씨익 웃었다.

_ 몸은 망가 졌는데, 바둑돌은 아직도 놓지 않고 있는가 보다

 

관전자가 보기에는 누가 유리 한지도 모를 판인데,

중반 언저리에서 백이 흑 대마의 급소를 찌르자 흑이 모양을 갖추었고, 흑의 정비를 기다려 백이 급소를 찌른 점을 기점으로 흑 진영 깊숙이 눈 목자로 뛰어 들자 한참을 고심하던 흑이

없구먼…”

하고는 돌을 던졌다.

두 사람은 돌을 거둔 빈 판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며 말이 없었다.

 

소주나 한잔 하세.

먼저 조씨가 일어섰다.

학명이 따라 일어서자 관전자들이 모두 일어 섰다.

오늘은 우리 둘만…”

조씨가 관전자들에게 양해를 구하자 그들은 모두 도로 앉았다.

 

근처 삼겹살 집에서 서로 부딪지도 않은 잔을 둘이 동시에 비웠을 때, 조씨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학명형, 미안 하오…”

, 조형 난 벌써 잊은 일이오.

그들은 말없이 술만 마셨다.

 

미안 하오.

한참 만에야 조씨가 같은 말을 또 했다.

조형, 미안해 할 것 없소. 그리고 그건 오히려 잘 된 일이오.

그렇게 해서 내가 입단을 했다 한 들 그 업을 지고 어찌 프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겠소

조형이나 나나 뭐 다 그리 될 운명이었던 것인 게지.

 

 

 

삼 십 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다.

그 해 가을 입단대회의 마지막 대국은 학명과 조씨의 대국이었다. 2패를 기록한 학명이 이기면 무조건 입단이고, 지면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삼자동률이 발생한다.

조씨는 이기나 지나 이미 입단과는 멀어진 판국 이었고

 

마지막 판 전날 밤에 학명의 친구라는 사나이가 조씨를 불러냈다.

두툼한 봉투를 내 놓으며 쇼부를 보자는 것이었다.

요컨데 내일 대국에서 져 달라는 것이었다.

조씨는 참담한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말없이 봉투를 받아 넣었다.

 

마지막 대국

학명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대국을 하였다. 그런데 갈수록 판이 묘하게 꼬여 갔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형세로 흘러 가는 것이었다. 백을 잡은 학명은 흑의 진영으로 퐁당 뛰어 들었다.

살면 이긴다.

약속을 한 조씨가 살려 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흑 진에 뛰어든 백 말은 대마가 되도록 두 눈을 못 내고 몰사 하고 말았다.

 

학명은 거의 심적 공황상태가 되어 돌을 던졌고, 다음 날 부터 벌어진 삼자 동률 대국에서도 힘 한번 못써보며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학명의 입단의 꿈은 이렇게 깨지고 말았으며, 그 후 그에게는 다시는 입단의 기회가 찾아 오지 않고 말았다.

 

학명의 친구들이 눈에 불을 키고 조씨를 찾았으나 조씨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다시는 그를 보았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학명은 그 사건으로 근 사 오 년을 악몽에 시달리며 못 잊어 했다.

그런 조씨를 삼 십 년도 훨씬 지나 오늘 사 우연히 기적처럼 만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미움과 한은 이미 잊혀져 버렸다.

그 만큼 세월이 많이 흘러가 버린 탓이었다.

 

허허허, 조형 이제 우린 그만 늙어 버렸군…”

미안 하네…”

그런데조형, 건강은 어떠신가?

, 그저 그렇지 머

조씨는 거친 손바닥으로 주름진 꺼먼 얼굴을 쓰윽 문질렀다.

조형, 난 술이 좀 약하거든 이만 잠 좀 자야 겠네

그러게 나도 이만 들어 가겠네미안하네

이제 미안하다는 말 안 해도 되네, 나는 벌써 잊었는데 머,

조씨는 약간 비틀대는 학명을 여관 방까지 부축해 주고는  

거리로 나왔다.

 

마악 지는 석양에 그의 얼굴은 거의 검은 색으로 물들어 보였다.

미안하네…”

그는 허공에 대고 또 같은 말을 혼자 뇌까렸다.

 

 

그날 입단대회 마지막 날의 전야

학명의 친구가 다녀간 후 또 한 사람이 조씨를 찾아 왔었다.

이건 학명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는 두툼한 봉투를 조씨에게 내어 놓으며 내일의 대국에서 최선을 다해 이겨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기면 다시 그 만큼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학명이 지면 삼자 동률이 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다.

 

양심상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조씨는 그의 제의도 수락했다.

왜냐하면 조씨로서는 한 사람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그 것이 꼭 필요 했었기 때문이었다.

삼자 동률대국의 결과는 조씨에게 쇼부를 제의한 두 사람은 떨어지고 나머지 한 사람이 입단을 했다.

사필귀정이었다.

 

미안 하네…”

조씨는 황혼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자꾸만 그 말만 되뇌었다.

 

 

 






┃꼬릿글 쓰기
당근돼지 |  2008-07-24 오전 3:22: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팔공선달 버럭..! 잠도 없어요. 맨날 몇자 적는사이 . 1등이네요............감사 합니다.이칸다니까.몽
태평역 ㅎㅎㅎ 역시 선달이 답다. ^*^
오로묵시록 당근님,선달님,태평님...모두 들 난형난제군요, ㅎㅎㅎ
육조단經 |  2008-07-24 오전 5:07: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개연성이 농후한 논픽션을 픽션화 한 글..의도를 충분히..  
육조단經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 수법도 많이 업그레이드되고 고급화되서 심지어는 정치권력까지 개입되는 수가..물론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육조단經 입단의 투명성과 객관성 담보를 위해서라도 문호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여기에도..
오로묵시록 육조님...입단문호에 대하여는 일전에 창엔비님의 오로광장글이 마음에 와 닿더군요.
육조단經 존중합니다..의견은 달라도 토론하는 기본자세는 돼 있더군요 창님이..
선비만석 |  2008-07-24 오전 7:48: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으음.......요 글이 호옥시 오로묵시록님의 저서전?,........힉 텨 =3=3=3=3=3=3=3  
오로묵시록 요즈음, 만석아우님이 나작코너를 석권하셨네^^ 일년중 어느땐가 글쓰기가 무척 땡기는 때가 있지요^^*
수나써 |  2008-07-24 오전 7:52: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오로묵시록 수나님, 제 코너에 늘 들리셔서 북돋아 주시는 거...감사합니다
소라네 |  2008-07-24 오전 8:31: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여섯명인지 명동에서 모여 매일 바둑두고 그랬는데 그때 제일 약하던 애가 입단을 했더라구. ^^이런 예기들을 기원의 노장들에게 가끔 들을수 있지요^^ 그 분은 프로가 된후 전혀 두각을 나타내보지 못햇지만 바둑과 더불어 사시니 원을 이루신것이겠지요.  
오로묵시록 소라네님 오셧군요^^ 소라네님의 글 중에서는 중동아시아지방의 이야기가 제일 재미 있던데...요즈음은 볼 수가 엄서요...그 곳의 고려인들 이야기좀 마이 써 주세요^^
그대그시절 |  2008-07-24 오전 9:2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구성도 좋구요.
그런대 서두에
[이 글은 작가의 상상만으로 쓴 글이며, 실제 바둑 계 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오니 독자님들은 이점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했는데 이건 사족이 아닐까요? 흥미를 반감시키는-
어차피 픽션이란 작가가 만드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건필 하십시오.



 
오로묵시록 그시절님, 사실 그런 사연이 있어요... 저는 픽션을 쓰는데... 이런 사실이 있는 것인가? 언제인가? 누구인가? 하고 물으며 걱정을 하는 분이 계셔요...그래서 유치한 서두 게시문을 걸어 놓는 거예요...^^
石花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리 밝힐 필요는 없을 것같아요.
石花 |  2008-07-24 오후 5:12: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런 글은 단편으로 이렇게 간단하게 마무리 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사실 전개를 해서 멋지게 구성하여 시리즈로 나온다면 꽤 괜찮은 글이 될 것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해봅니다.^^  
오로묵시록 |  2008-07-24 오후 5:21: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석화님의 고견에 부응하려 해도 제 능력이 바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바둑, 음모, 배신, 우정,사랑 ... 그리고 인생을 어울러 멋진 한편을 만들 소재가 될것도
같은데... 그런 능력이 제겐... 헤헤, 죄송  
바둑톡톡 |  2008-07-31 오후 12:18: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실제상황처럼 느낌받으며
글속에 빠져들어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런 상황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작전 대국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던 일이 생각나고요.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로묵시록 여행길에서 돌아와 컴을 켜보니, 톡톡님이 다녀 가셨네요^^ 더위에 잘 지내고 계신지요^^*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