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종일 비가 내렸다.
얼마 전 비 오는 날 큰 사고를 내고 비 오는 날은 트라우마가 생겨 안나가고 있는데
머 술한 잔 하는 핑계는 좋지만 바둑도 50% 승률이고 그다지 유쾌하지 않는데
의외로 작은 소리가 엄니와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고 가슴의 멍에를 지워준다.
마음의 짐을 확 들어 버린 시원함.
며칠 전 동생들과 난장판을 만들고 막장으로 가는 외길 수순을 밟고 있는데
결과는 서로 장담 못한다
그러나 미물과의 정이 부모 형제 보다 더 절실했음을 알았다
내가 일 나간 사이 길냥이가 왔다는데 몸이 불편하신 엄니가 문을 열어 주지 않았고
그 후론 하루 3번 오던 놈이 발길을 끊은지 보름여.
“아이고 이놈이 무슨 일을 당했나 보다.”
“그날 내가 기어서라도 나가 볼걸.”
나는 말했다.
“곧 올 겁니다. 우리 집 빚쟁이가 얼마 전 새끼 놓았어 그럴 겁니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니 이상하게 마음에 멍에가 되어 맺히더니 보름이 지나니
포기하면서도 미안함이 쌓여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밥이나 배불리 먹일 걸.
평소에 능글스럽고 간혹 애교도 부리며 애물단지처럼 지내온 세월이 10여 년이다
나와 엄니를 믿고 문을 두드린 시간들을 이웃들도 안다.
그동안 조용하다며 안부를 물을 때 갔나 봅니다 했었다. 달리 울고불고 할 일도 없고.
그런데 옆집 할머니가 전화가 왔다.
집에 없냐고.
아니 집에 있다고 말하니 야옹이가 문 앞에서 울고 있단다.
얼마나 반가운지 주무시는 엄니를 깨워서 문을 열어 주었다.
원래 엄니가 원조고 나는 보조였는데 엄니가 다치시고는 내가 챙겨왔었다.
“아이고 이놈아 반갑다 안 죽고 살아 있어 고맙데이.”
이년이 뭘 알아 듣고하는 지 엄니를 보고 야옹거리고 연신 사료를 먹는다.
“그때 밥을 못 줘서 늘 미안했는데 이젠 속이 후련하다.”
나도 마음 한구석의 멍에는 풀었지만 미물과의 정도 이럴진데
부모형제간의 갈등은 어이할꼬.
도리를 하고 경우를 지키는 사람이 핍박 받는 세상 차라리 미물에게 위로 받아야
하나보다.
먼 산 보고 걷는 길
내 걸망이 무거워 짐은 내 탓이지만
걸망에 걸터 앉은 상념들이 내 탓만은 아닐지라도
나그네는 쓰러지고 일어나며
내 한 몸 누울 주막을 향해 부질 없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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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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