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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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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종)
2022-04-06 오전 9:19 조회 259추천 8   프린트스크랩

초등학교 때 고열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나는 헛소리를 하고 신음을 하였다. 

보다 못한 외삼촌이 나를 업고, 외할아버지는 옆에서 거드시며 우리 동네 대울에서 2km 쯤 떨어진 유성 읍내의 의원 집을 찾았다. 

거기서 주사를 맞았다. 

신기했다. 

주사 한방에 모든 아픔이 사라진 것이다. 

유성 탕거리의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의원 집에 갈 때에는 신음하면서 갔지만 집에 올 때에는 아마 콧노래를 부르면서 왔다고 기억한다. 

그 때를 회상하니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가 생각났다. 

바알간 숯불,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 서러운 서른 살, 산수유 붉은 알알이. 등등.


일요일에도 유폐는 이어졌다. 

딸애가 문 앞에 소반을 갖다 놓으면, 나는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고 들어와서 밥을 먹었다. 

어쩐지 저승에 가 있는 내가 제삿밥을 얻어먹는 것이 연상이 되었다. 

밥을 먹어도 기운은 나지 않았다. 

뭐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 먹고 싶고 술도 한잔 걸치고 싶을 때는 사실 무척 건강할 때였던 것이다. 

몸살기는 여전하고 이제는 목이 더욱 더 아파져왔다. 

침을 삼키기가 어려웠다. 

딸애가 준 목에 뿌리는 스프레이로 아픔을 잠깐 잠깐 달랬다.


월요일부터 사태가 달라졌다. 

아내에게 코로나 증상이 발현된 것이다. 

나의 안방에서의 유폐생활은 끝이 났다. 

이제는 아내와 내가 밖에서 생활하고 딸애가 제 방에서 유폐 아닌 유폐상태라 된 것이었다. 

아내와 딸의 원망어린 눈길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안방과 거실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인가? 

아내와 딸은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하고 왔다.


그 동안은 아내가 딸과 함께 잠을 잤으나 이제는 안방에서 같이 자게 되었다.

 전에도 딸애는 제 엄마하고 자고 싶어서 공을 많이 들였지만 아내는 나와 함께 자는 것을 좋아했다. 

꼭 나 때문은 아니고 침대자체가 안정되고 편안한 모양이었다.


아내가 훌쩍거리고 끙끙거리며 뭔가 옹알이를 하면서 잠을 잔다. 

“제발 아내는 나보다는 덜 아파야할 텐데.”


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 

갑자기 딸애의 방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치매기가 있는 아내가 몰래 밖에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밤 12시부터 아침 6시 사이에 아파트 출입문을 열면 사이렌이 울리도록 딸애가 장치를 해 놓은 것이었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아침 운동을 했다. 

토, 일, 월 3일간은 기운이 없어서 운동을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은 살만해진 것이다. 

운동을 하고 목이 말라 무심코 물을 한 모금 꿀꺽 마셨다가 목이 아파서 쩔쩔맸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냈다. 

혀에 물을 축여서 목에 조금씩 스며들도록 만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 확실히 목이 덜 아팠다.


오전에 검사결과가 나왔다. 

아내는 확진이 되었고 딸애는 아직도 음성이었다. 

딸애는 음성이 나온 것에 불만을 품었다. 

이제 막 증상이 시작되었으므로 빨리 걸려서 빨리 해제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다.


오후에는 그 동안 빌려놨던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었다. 

각국 대표들의 연설문이 볼만했고, 특히 페리클레스가 행한 전몰자들의 장례식에서의 연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전쟁 2년째에 접어든 해에는 아테네에 역병이 번져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페리클레스도 그 역병에 쓰러졌다. 

이제 아테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수요일에 제 엄마의 약을 약국에서 타오면서 딸애는 병원에 들러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이제 수, 목, 금 3일엔 아무도 밖에 나가지 못한다. 

나는 토요일에야 해방이 되고, 아내는 월요일에 해방이 되고, 딸애는 다음 주 수요일이 되어야 해방이 된다. 

우리 셋은 우동 2인분을 시켜 세 명이 나눠먹으면서 운명공동체가 된 것을 자축했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딸애가 기침하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린다. 

콜록, 콜록, 콜록. 나의 가슴이 찌부러지는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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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길 |  2022-04-06 오전 10:56: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영포인트 |  2022-04-06 오후 3:33: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떤 어려움도 우리는 이겨왔습니다. 당연히...
당연히 [코로나]정도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짜베 머리가 나빠진다더니 바둑만 두면 계속 연전 연패입니다.
⊙신인 |  2022-04-06 오후 7:47: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코로나에 감염된 가족의 모습을 절절하게 묘사하셨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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