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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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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수채화
2021-05-09 오전 7:07 조회 529추천 15   프린트스크랩

우리는 나름 똑똑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고 그리고 늘 속고 산다.

하지만 속아서 분한 정도는 그 환경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스스로에게. 상대에게.

 

 

 

비가 추적거리는 날 여느 때와 같이 새벽길을 나섰다.

희뿌옇게 밝아오는 여명 속에 가로등 불빛도 비에 젖은 듯 촉촉하다

아직 인적은 평소보다 한산하고 쓰레기차에서 뛰어내린 미화원만 분산하다.

턱 괴고 멍하니 바라보는 도로는 빈 도화지 같은데

비 맞은 강아지 궁상스레 지나가는 트럭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무심한 풍경에 갑자기 쓴웃음 짓는다.

왜 내가 강아지 같을까.

 

본능의 차이라 보기에는 너무 대조적이고 우리네 인생사도 별반 없을 것 같다

저 고양이 같이 약게 살거나. 저 강아지처럼 궁상스럽게 살거나.

모두 서로를 보는 생각의 차이지만.

그러고 보니 벌써 횡단보도에서 담배 두 개비를 피웠으니 한참을 기다린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저들과 뭐가 다를까.

 

비속에 젖지는 않았지만 이리저리 살피며 빗속 가로등 아래 쪼그려 앉았고

무엇인가를 원하며 담배 피워 문 초조함은. 이 궁상맞은 모습은.

저 트럭 속 고양이 같고 비 맞은 강아지 같고.

 

오늘 같은 날 큰 붓 하나 들고 수채화를 그리는 멋은 차마 부리지 못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파전 붙여놓고 막걸리라도 기우려야 하는데.

바둑이 있고 친구가 있으면 금상첨화 무릉도원이겠지.

가졌건 못 가졌건 사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사는 이 얼마나 있을까.

물질의 풍요 속에 정작 우리네 마음은 가난해진 것을.

 

 

 

덜커덕.

 

아저씨 바빠요 빨리 갑시다.”

 

문만 열고 타지도 않은 채 바쁘다고 빨리 가잔다.

 

네네.

 

~........

 

근데 어디로 그렇게 모셔야 되지요.”

 

저승길 빼고는 최선을 다합죠.”

 

아저씨랑 농담하고 싶지 않거든요

 

 

 

제대로 챙겨 입은 아줌마의 얼굴엔 도도함이 넘쳐흘렀다.

 

(...............)

 

동대구역으로 10분 만에 갈 수 있겠지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

 

하하하. 비도 오지만 거리상 빨라도 15분에서 20분은 잡아야 됩니다.”

 

안돼요. 꼭 그 차를 타야하니 저를 그 시간까지 어떻게 좀 해주세요.”

 

어떻게 좀 해 달라……. 그 시간까지.

 

뭐 그럽시다. 자신은 없지만 내 쌍코피 터지더라도 어떻게 해드리죠

 

~

 

(.........)

 

 

객기 담긴 농으로 응수를 하고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는다.

멍때리고 있다가 드디어 첫 손님을 모셨는데 시작부터 뭔가 산뜻하진 않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직 이른 시간인데 통행량이 많았고 초보는 나오지 않았겠지만

여타 오너들은 귀찮은 핑계 애들 핑계로 더 많이 나섰을 것이니 도로가 혼잡하고

이럴 때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한들 어찌하겠는가.

 

 

 

야옹

 

갑자기 고양이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차 안에 웬 고양이가 했더니.

 

아저씨

 

. . 네네. 왜 그러시죠.”

 

신호 다 지키고 언제 가시려고 하세요.”

 

신호는 지켜야지요. 더구나 여긴 혼잡한 곳인데.”

 

오거리 신호라 꽤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지금 급하다고 했잖아요. 차비 더 드릴 테니 어떻게 해 보세요.”

 

또 어떻게 해보라고.?

 

에라, 모르겠다. 그래 일진이 되는대로 가보자

한두 번 속는 게 아니지만 차비 더 준다는 사람 미리 안 주고 미루어 주는 년 놈 치고

싸가지 있는 것 못 봤으니 빨리 가는 게 그렇게 좋은지 경험이나 해주고 싶었다.

기초 예의상 비상 깜박이를 켜고 빗길을 지그재그로 끼어들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섯 번 남은 신호를 세 번을 건너뛰고 창문을 열고 옷소매 다 젖어도

옆 차와 뒤차에 양해를 구해가며 10여 분 남은 거리를 5분에 주파하여 역에 도착했다.

그녀가 원하는 시간에.

 

보시다시피 미친놈처럼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서두르세요.”

 

그녀는 겁에 질려 넋이 나간 건지 태연한 건지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 내가 잠시……. 얼마죠.”

 

하면서 미터기를 힐끗 보더니 5천 원을 선반에 올려놓으며

 

아저씨 잔돈은 됐어요.”

 

하더니 차에서 내리는데 전화가 걸려오고 교태 떠는 목소리가 숨을 막히게 한다.

 

. 자기야. 내가 표 끊어 놓을게 천천히 와.

 

그리고 역으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간다.

 

아주 낭창하게.

 

 

 

내가 받은 팁은 300원이다. 요금이 4700원 나왔고 평균 6000원 내외 거리다.

(요금 더 드릴테니.) 한 대가가 300원이고 정상요금에서 1000원 적게 나왔으니...

한소리 하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비가 들이닥친다.

이런. 시발낙지 같은…….

 

차 문을 열고 다시 나가려는데 불빛이 번쩍거리며 고함과 경적이 난무하다.

 

번쩍번쩍. 빵빵. 빵빵. @$#@$^%$#…….

 

뒤차들의 아우성이다.

 

얌마. 기집 궁디 다 봤으면 얼른 차 빼.”

 

원래 역 승강장이 협소하고 비 오는 날 인데다 주말이니 아예 폭도들처럼 흥분해 있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며.

멀리 사라지는 도도한 암고양이 바라보는 비 맞은 강아지의 슬픈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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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를 돌아다녔을까.

 

 

 

덜커덕. .

 

어서 오세요

 

아저씨 저 바빠서 그래요 역으로 10분내 가주세요.”

 

요금은 알아서 더 드릴게요.”

 

 

그냥 죽여 주세요. (__)

┃꼬릿글 쓰기
킹포석짱 |  2021-05-09 오후 3:41: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흐흐흐ㅠㅠ^^  
팔공선달 ㅋㅋㅋ
⊙신인 |  2021-05-09 오후 8:11: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의 맛갈나는 글 참 오랜만에 맞이합니다.
고맙습니다!!^^  
팔공선달 신인님 제가 대글 달고 싶어도 너무 진부한 글 때문에 차라리 넘어 갑니다.
이건 아세요,
우리는 나누고 싶고 관심에 목매달지는 않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추천보다 꼭 하고 싶은 말 이상의 말은 유저들이 보기도 그렇습니다.
진솔한 느낌을 전하기엔 오버하는 사람 뒤에 글을 못 올리겠더라구요.
팔공선달 나작 20여 여년에 누구를 지칭하여 노골적으로 폄하 한 적은 없었습니다.
묵시적으로 서로의 개성을 인정해 왔고 독자들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상대의 글이 이해가 안 되는데 진부한 격려가 되려 역효과고
자판을 당겼다가도 그런 사람이 앞에 있으면 댓글도 달기 싫을 때 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하여 말씀드리는 것이고 저는 대응하지 않습니다.
남의 자판의 생선을 탓하여 내 생선의 신선도가 나아지는지.......
부끄러울 뿐입니다.
팔공선달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나작에서 상대 글 내용 비아냥거리다 못해
글 제목까지 유사하게 올리고 개 사진까지 올리며 스토커 한 사람 없습니다. ㅠㅠ
⊙신인 제 머리속에 자리잡은 글귀하나,,,,
'우리는 좌판에 생선을 올리고 있다. 그 생선을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우리는
그저 생선을 좌판에 널어두자'
선달님이 제게 주신 좌우명이자 화두같은 글입니다!
제게 선달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자주 용기 주십시요~
그리고 좋은 글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꾸벅!!💜
팔공선달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몇 마디 올렸지만 더 답답해집니다.
당분간 제가 보이지 않아야 하는 듯......
환경은 개선되고 능동적이어야 하지만 어거지는 아니라 봅니다.
관습이 법에 우선 하진 못해도 구태로 몰려서도 안 된다면
상식선에서 해야겠지요.
취미로 쓰는 글에 치열해야 되고 전문성이 있어야 된다는 논리의 사람은
자기 가치관에 준하는 사람만 글을 써야 된다는 말인데.

여튼 저는 자기가 건진 고기를 올려놓는 곳이라 봅니다.
고기 잡은 우리보다 맛을 보는 유저님들이 우리 바람보다 더 정확합니다.
그들에게 올린 고기 그분들이 맛본 고기 우리가 아니고 옆집에서 그러면 안 되
죠.?
동래한량 |  2021-05-09 오후 9:03: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맛갈스런 글맛은 여전하시군요~~ 아직도 열심히 본업에 충실한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팔공선달 코로나 피하셨군요.^^ 우리 이렇게 가끔 안부 전하며 삽시다. ^^
nhsong |  2021-05-13 오후 12:44: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의 글은 수채화를 그리던 인물화나 풍경화가 되던 늘 치열한 삶의 생생한 발자국 입니다.
혹여 미사여구의 多作으로 짐짓 작가입네 하는 못난 이중인격자의 댓글에 상처받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팔공선달 비록 사이버지만 그래도 수십 년 이어 온 불문률이자 미덕이란 게 있습니다.
안타깝네요.
대왕두껍 |  2021-05-18 오후 6:29: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어요.  
팔공선달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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