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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머니와의 만남.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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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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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머니와의 만남.
2020-08-15 오전 8:25 조회 975추천 13   프린트스크랩
▲ (__)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 또한 그 속의 그림 하나일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미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맴도는 걸 느끼고

내가 하는 것과 주변의 하찮게 보았던 일들이 누군가의 과거였으며

미래고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삶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문득 악몽에서 깬 아침이 감사하기도 하고.

 

지친 몸을 눕힐 땐 막연한 내일이 중압감을 주지만 핑계 삼아 마시는 술 한 잔

한판의 바둑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흔들릴 때마다 한 잔씩 하더라도 누군가에겐 늘 흔들리는 잎만 보이리라.

 

 

 

 

사장님.”

 

개나 소나 사장님이라고 뭔가 아쉬울 때 흔한 지칭이다.

 

 

이 할머니 좀 모셔주세요.”

그럽시다어디 가시는데요. “

조 위에 은행에 가신데요. “

 

할머니 치매 10년에 100수 아버지 중풍 30여 년을 지켜보며 나름의 가치관도 생겼고

환자와 나이든 노약자들에겐 남다른 연민도 가지고 있다

직업상 노약자와 만취자는 늘 문제를 일으키고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여 모두 꺼리지만

그동안의 간병에서 느낀 연민과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을 비추어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흔들리며 한잔한다.

 

할머니 어디로 가면 되죠.”

응 저기 저 언덕 넘어서 요리로 가면 있어.”

 

뒤에서 요리로 조리로 하면 알아들을 수 없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데

운전 중엔 위험하다.

그런데 할머니 얼굴이 가까워지니 악취가 진동한다.

 

.

 

저기 빨간불 보이지

거기서 요리로 가.“

저기 버스 나오는데서 저리로 가

 

요리가 조리가 또 요리가.

신호등 불빛과 버스와 빨간 차 검은 차 돌아가는 차........ 처음엔 정신이 맑은가 했다가

10여분이 지나니 이건 아니다.

 

 

상식은 경우를 지키는 것이고 그것이 예의라 생각한다.

그러나 환자는 원하는 대로 상식선에서 예의를 갖추고 요구를 들어주면 병을 고칠 수 없고

병을 빙자한 피해의식으로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 희생으로 병을 얻었다면 그 병마저 숨기거나 삼킨다.

남은 작은 것마저 털어 주고 싶은데 어떻게 짐이 될 일을 하겠는가.

세상엔 감당치 못해 어쩔 수 없는 사람들보다 감당치 못할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다.

 

환자는 환자로 대해야 고칠 수 있다

더이상 들어 줄 수 없어 고함을 지르고 말을 막았더니 온갖 욕지거리가 날아왔다.

그래서 또 달랬다.

 

 

할머니

대구에는 중앙은행이 없어요. “

머라카노중앙은행이 왜 없어 어제도 갔다 왔는데. “

 

그제야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밤새 도둑이 들어 통장과 도장까지 가져갔다는데 은행에 가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할미도 늘 도둑맞았다며 허구한 날 장롱에 못 질을 했더랬다.

그런데 그런 은행은 대구엔 없고 요리조리 계속 돌아서 될 일이 아니다.

빨간 벽돌로 지은 은행이라 고함지르는데 구순 할머니 거래은행이 한국은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당도 아니고.

 

 

할 수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하고 112에 신고를 했다

이미 차비는 포기했는데 할머니 손엔 만 원권으로 보이는 시퍼런 지폐가 꼭 쥐어있었다.

긴급 상황이 아니지만. 대처 불능상태라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긴박한 사람이 나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지만 겨를이 없었고

잠시 눈이갔지만 차비는 포기했다고 했더니 경찰관이 멋쩍게 웃었다

 

와중에 여 경찰이 멋있었던 것이 마지막 위로였다

선글라스에 옆구리에 찬 권총(?)과 당당한 포스로 현장을 보고하고는

거수를 경례하면서.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나도 거수경례로 답했다.

 

네 수고하세요.”

 

아들 이름 묻고 주소 묻고 주민등록 묻고 거기에 동문서답하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돌아서오는 길에 룸 밀러에 비친 그들의 잔영에서 나의 현실이 반추되었다.

 

이제 남은 팔순 어머니 그리고 나.

 

끼니가 걱정되지는 않지만 끼니를 때우는 것이 모두가 아닌 삶

나는 바둑으로 치매를 늦춘다고 생각하지만 울 엄니와 내 걱정은 어떻게 하나.

 

공무원 시험공부 뒤 바라지로 나간 마누라와 딸내미는 시험 되고도 안 돌아온다.

이제 이 생활이 편해진 것이다.

엄니와 불편한 관계 지켜보기 힘 들자 일어난 핑계.

가끔 전화 오면 의무감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힘든 일 생기면 연락하라는 말로 끊는다.

누가 어떻게 더 오래 살지는 모른다. 우리는 구구단 나이로 짐작할 뿐이겠지.

오늘도 부지런하게 텃밭 일하며 온 동네 불려 다니는 엄니. 고맙소.

신도 운명도 양심이 있다면 당신껜 치매 중풍의 모진 고통 주지 못할 거요.

당신의 웃음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게 해 준다면 내 기꺼이 행복한 사석이 되리다.

그리고 쪼매. 진짜 쪼매 섭섭한 이들에게 한두 집 정도 남는 계가를 만들어 주고 싶다.

살다가 한두 번 실수를 해도 반집이라도 남기게.

 

삶은 내가 누군가에게 늘 필요 할 수만 없다.

그래서 내 삶은 필요한 시점과 불편한 시점 그 당사자를 구분하여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나는 요석이자 사석이라 생각한다. 




근데 나이 탓인지 눈물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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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0-08-15 오전 9:37: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근데 나이 탓인지 눈물이 잦다. ~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지난 주
한 번 다녀왔습니다. 에서 남매 상봉장면이 나를 울렸습니다. ㅎㅎㅎ~  
팔공선달 먼저 간 지인들을 보면서 지금까지도 다행이었다 생각합니다.
영님께 바란다면 여생 치열하지 마시고 가끔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려 주시길.
결코 약해져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삶의 연민이고 그걸 놓지 않아야 된 다는걸.
우리 가끔 주책스럽게 눈물짓다가 갑시다.
오방색2 |  2020-08-15 오전 11:23: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 수고 많습니다.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찿아 옵니다 인생이죠.
나이가 들었다는 소식이지요 ^^*  
팔공선달 복과 화는 한 구멍으로 들락거리니 절망의 시기는 지났고
이제 그냥 섭섭한 정도.?
은혜 입은 할머니도 원수 같은 아버지도 천륜에 어긋나지 않았고
집사람 딸내미 역시 원하는 환경에서 평온하니
나는 엄니만 마무리하면 저승 가서 막걸리 너덧 잔 벌어 놓았으니
사나이 삶 한 가닥 했다고. ^^
원수진 여동생과 남동생 나 몰래 엄니와 연락되니 나는 먼 산 보다가 살면 되고
바란다면.
술 한잔하고 바둑 한판 두고 자판 끌어당겨 신세 진 분들에게 고맙웠다 하다 갔
으면.
오빵 자네 말도 꼭 넣고 싶네.
⊙신인 |  2020-08-15 오후 7:14: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해 한해 더 살아가면서 항상 생각했었습니다.
누구의 삶이든 모든 삶은 한편의 소설이라고,,,,,
선달님도 장편소설을 쓰며 살아가시는군요!
이제 기승전결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나이입니다.
원하지 않아도 마무리의 초읽기는 곧 닥치겠죠!
저승에 막걸리 너덧잔 벌어놓으셨으니 성공하셨네요~~
크고 작은 바램 다 이루세요!!^^
 
팔공선달 우리의 생명이 연장되면서 죽음에 대한 경계심에 무뎌졌죠.
예전에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도 불가능해 보였던 깔닥고개를
찌질하게 살아도 예사로 넘기고 여기까지 온 것 보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하면서도
또 그들만큼은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아님 무감각.?

어쩌면 우리는 삶의 경이로움에 무딘 도끼질을 하며 사는지 모릅니다.
예전의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죽음을 준비하였고
그리고 산자들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우리는 안일하게 삶을 누리는지도..........
(不死鳥) |  2020-08-19 오후 10:41: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님 삶은 늘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입니다~그렇지만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세로운 삶을 맛이 할수 잇습니다~~고생만으셧습니다~~덕 이라 생각하시고~~늘 조은일만~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진정으로 바람니다~^^  
팔공선달 자신을 속인다는 말엔 인정합니다.
근데 제가 세상을 속일 이유가 뭔지 모르겠네요.?
나를 위해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다면.
저는 그런 사기꾼이 난무한 세상을 바랍니다. (__)
팔공선달 여기는 오타 수정이 안 됩니다. 나를 위해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말인데. ㅠㅠ
우리삼보 |  2020-09-03 오후 4:45: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봄  
즐벳 |  2020-09-10 오후 5:32: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훈훈 합니다...나도 치매끼가 약간 잇다 하던데..은근히 걱정 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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