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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생씨의 담배論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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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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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생씨의 담배論
2020-06-03 오전 11:54 조회 1181추천 5   프린트스크랩


불과 일이십년전만 해도 남자들 세계에선 술을 누가 더 잘 먹느냐로 서로 경쟁하는 조류가 있었지만. 옛날 시골에선 술 잘 먹기로 소문난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었다.

헌데 갑생씨는 우리 고향의 주당가운데서도 엄지로 꼽아주는 태두였다. 

나는 그가 술에다 밥을 말아먹는 것까지 실제로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의 술이란 주로 농주나 막걸리로 그리 역할 것 같진 않지만..하여간 사람들은 술 하면 늘 갑생씨를 떠올려 여기저기 술자리에서 불렀고 그 자신 음주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 보였다. 표정은 대개 어벙하지만 사람들의 음주찬사에 으쓱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가진 게 없어 주로 남의집 살이를 많이 하고 동네의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많이 고단한 삶이었다. 그리고 옛날의 주당이란 진짜 술을 좋아하는 이도 있겠지만 끼니를 못 때워 술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측면도 있는 성싶다. 그런데.. 갑생씨는 호걸풍이나 기분파가 아니었고 자기주장이나 주관이 없는 소심하디 소심한 무골호인이었다. 결국 갑생씨는 술병으로 고생도 했지만 단명도 장수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로 다른 나라로 간지 벌써 오래되었다.

지금도 시골 노인들은 간혹 그의 엄청났던 술빨을 회고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그는 결코 알콜중독자가 아니었다. 술 많이 먹음 몸의 제어가 안 되긴 했어도 주정을 부리거나 정신을 놓는 것을 못 봤다.

그는 우리 집 농사일도 몇 해 해주었는데..

어느 비 오던 날, 어지간히 술에 취한 그가 넋두리하는 것을 듣고는 아무리 실없이 사람 좋고 주장이 없긴 해도 그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은 그가 그날 한 이야기의 일부만 옮긴 것인데 30년도 넘은 이야기고 조금 첨삭을 하여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대강은 틀림없다.

“너 공부 잘한다메...? 음 잘해야지..근디 잘혀면 뭣혀, 사람이 먼저 되어야지, 개똥도 모름서 안다고 나서는 양반들 보면 정말 디러워서...안 나서면 중간이나 갈건디,

함석집 말다, 경기 나온다고 길세 소를 팔어서 경길 산댜, 마차도 글쿠 소 잘 부리는 사람은 인저 아무 쓸데 없다는겨, 흥! 너 어디 두구봐라 경기아니라 경운기 할애비라도 그 걸로는 농사지어먹기 어림읍슬겅게, 니 똘똘헝게 알것다, 무쇠덩이가 논에 들어가 쟁기질하고 쓰레질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저번 도라꾸 논에 빠졌을 때 못 봤어? 두구 봐! 앞으로 소 잘 부리는 사람이 크게 행세할 세월이 올겅게, 아무리 세상이 뒤집어져도 경긴지 머신지 사는 사람 모두 헛돈 날리는 거니께 두고 보란 말여,

..글구 되게 난 체 하는 뽕나무집 메느리 말다, 아까 뭐라고 쫑알대더니만 머라는지 아냐? 나 참 기가 탁 멕히서...글세 담배가 우리나라서 난 게 아니라 전번에 이국서 들어온거라는겨, 담배 사주기 싫음 솔직허니 말하지, 벨 트집을 다 잡는당게. 내가 양담배를 사내라고 그랬나 어쨌나..머라고 할까 하다가 참었는디 아니나가나 겨우 환희 한갑 사주는겨...

너두 생각해봐라. 그게 말이나 되냐? 그럼 우리 조상들은 모다 무얼 피고 살었단 말여?

어엉? 담배 안펴도 살어? 으~얼라? 배웠다는 애도 개갈 안 나네..야, 일하고 나서, 밥 먹고 나서, 술 먹으면서 담배 안 피고 어케 살 수 있단 말여? 여자는 본래 안 피잖아! 깻말 할매야 김주사한테 배운 거고!


담배 안 피는 늠들은 내가 가만 봉게 꼭 폐병이거나 부랄 발렀거나 꼬치가 안스는 늠들이더라고, 아니면 바람피거나 뒤가 구린 늠들여. ...근디 어디 가서 내가 그랬다골랑 하지 마라? 헌디 넌 담배 피지마, 뼈가 삭는다고들 하지만, 것도 모르는 소리고 워쪄다 기침이 자꾸 난당게..

머? 임진왜란 때 일본서 담배가 들왔다고? 얘도 개코도 모르네..그럼 김구선생이나 최영장군이나 당명황이나 관운장이나 모다 담배 안폈단 말여?..그게 앞뒤가 맞는다고 생각냐? 항우장사, 대원군이, 개백장군이 모두 안 폈다고? 나랑 내기할래? 글세 책은 말짱 헛거라니께! 얘두 참 헛똑똑이네. 너 정말 이등한거 마져?..선생헌티 와이루 믹인거 아녀? 딸꾹...

야...머 글타고 입이 댓발이나 나오냐...너도 술한잔 할래? 아녀, 느 어매가 알면 쿠사리 먹을라,

(피차 좀은 서먹한 시간이 잠시 흘렀는데 마음여린 그는 이삼십세나 연하인 내 노염을 풀어주려고 한 것 같다)

하긴 임진왜란은 나도 들어본 것 같긴 헌디...마져..너도 뭘 쬐금은 알긴 아는걸..그라믄, 너 담배가 왜 담배인중은 아냐? 엉? 다바꼬는 무신 호랭이 씹어물어갈...하나꼬가 어떠냐,

그렁게 너도 이순신이 알지? 이순신이가 저그 한반(산)도서 일본늠들이랑 싸웠걸랑..그러다 왜늠들 따발총에 거북선이 박살난겨, 바로 밑에 머슴..부하..홍길동이가 조그만 배..그 뭐라고 허냐..있잖아. 물빠진 사람 건질 때 왱하는 거..구멍? 그래, 배운 놈이 다르긴 다르네, 구멍뽀도를 대고는 ‘사령관님 얼렁 이리로 올라타시와요’ 그렁게 이순신이가...

홍길동이가 아니라 원군이라고? 원군인 김일생이 부하아녀? 융니오때 한강다리 부서트린늠, 오일눅때 죽었잖아, 글세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잖여!

..그렁게 이순신이가 부하들버텀 태우라고 나는 대장잉게 질 나중에..다음 배를 탄다고 한겨, 이해가 안가? 봐라, 이게 거북선여..일케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 판이란 말여. 어쩔껴..쿨적..
배가 가라앉는디 쥔이 하인놈부터 살리라니...눈물나잖냐..흡..

길동이가 머슴은 낭중이고 주인님부터 살아야 되니 얼렁타시오서사라고 발을 구르는디도 이순신이는 아니다 내가 배쥔...거북선 쥔인디 인사가 그게 아니다..머슴이 먼저다..하인을 모두 구하고 내는 다음 배를 탈란다..글케 고집부린겨..

그러키 이순신이는 삼천명의 머슴을 살리고는 다음배가 오기도 전이..쿨쩍...거북선이랑 하냥 바다에 빠져 죽은겨, 눈물나잖아! ...

마지막 유언? 야가 말을 씹어먹는겨, 뜯어먹는겨?
다음배라고 했잖아! 담(다음),배 탄다고! 담배!!

그래서 왕건이가 이순신이 인간성을 생각하고는 훈장을 줌서 앞으루 국민들은 담배를 담배라고 불르라고 한거시란 말다! 멀 알고 말해야지!

세상 있는 늠들이 이순신이 맴 반만 따라갔어두 우리나란 진작 통일 됬을겨! 난 눈물이 나는디 넌 웃기니? 머?..야가 참말로 헛거네? 요새 최고 비싼 담배 거북선도 몰러? 왜 거북선이 담배로 나오것냐! 생각좀 해봐! 머리가 그리 안돌아가? 한반도도 담배로 나온다고 않대? 청자, 아리랑이 어디 담배여? 건 담배도 아녀! 선(SUN)은 일본늠들 담배잖여, 학생 늠이 왜늠들 태극기도 몰라보구..끌끌, 핵교서 도시 뭘 배운겨!

너 인저 보니께 영 개갈 안 나는디 앞으로 모가 될지 걱정되는걸.

홍길동이가 난리 일으킨 게 모다 이순신이 때문이란 거는 알것지? 김삿갓이가 이순신이 헐뜯다가 삿갓이 된 건 알어?...운운”

그 후로는 논리도 뭐도 없는 잠꼬대였으므로 생략한다. 다음날 물어보니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모르는 체 한 건지도). 담배가 왜 담배냐는 질문에 그는 예의 어리벙벙한 멋쩍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반 무의식상태의 중언부언이었겠지만 영화한편 못 보고 책 한권 안 읽은 그의 순발력과 인간애적 상상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의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설움과 세상살이의 고단함이 짐작도 되었다.
그래, 人事와 精神만 배우면 되지 인명이나 지명, 시대가 무슨 상관이랴.

그 후 담배를 피울 때...담배가 탈 때... 간혹 그의 순박한 얼굴이 상기된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마도로스 파이프를 물고
비장하게 [담,배 탄다니까~!] 하며 호령하는 스토리도 구상해본다. ^^

어쨌거나 갑생씨 걱정대로 나는 지금 영 개갈 안 나는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후일 저세상으로 가면 그와 만나 술한잔 할 수 있을까?
그는 벌써 이순신이 사령관과 홍길동이 부관을 사귀어놨을지도 모른다.

.................................................冥福............................................. 



* 십수년 전 썼던 글인데 오로에도 올렸었던듯 하네요.
** 갑생은 물론 비슷한 가명을 쓴 것임다.


┃꼬릿글 쓰기
가는길에 |  2020-06-03 오후 3:19: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쇳일은 그에게 유일한 생존의 자존심었겠지요.
농사는 곧 천하지 대본 이었으며 쇳일로 시작하여 쇳일로 마무리 되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소는 그 이상의 존재로서 농한기인 겨우내내에도 쇠죽을 쑤었고 .
글 보다는 당장 한끼 끼니가 훨씬 중요한 경우도 흔했던것 같습니다
참 그리운 이야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虛堂人 울나라 소는 정말..수많은 전설..감동이야기거리가..
하여간 생씨에겐..슬하에 남매가 있었는데....
이쁘고 똑똑한 장녀를...이제라도 만나
고인을..추모하고픈 마음입니다.
nhsong |  2020-06-03 오후 3:27: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갑생씨 담배 얘기 잘 읽었습니다 ^^*
담배 끊어야 되는데...ㅋ  
虛堂人 아..실수로 날라가버려..
언젠가 담배이야기도 쓴적이...내용은..결론은..
한오백년 산다면야 끊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팔공선달 |  2020-06-04 오후 12:30: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무지가 솔직 담백했던 시절의 이야기네요.
요즘은 소화시키지 못하는 정보를 처먹고 주둥이로 방귀 뀌는 놈들이 넘 마나서
(__)  
虛堂人 요즘은 왜 그리 각박한 시대인지...
절친 선후배간에도 툭하면 다투는지라..
힘있는 이들은 도무지 관대를 모르고..약자는 왜 정도를 모르는지..
폐허위에서 공허한 승전가만 부름 그뿐인지..
팔공선달 폐허 위에서 승전가를 부르고 옥상에서 깃발을 날린다.
쓰러진 적들은 마음의 문신이고
전우는 잊혀지고 공치사만 남았구나
우리가 가장 어리석은 이유는 싸움보다 이기고 진 행동일지라.


임의 마지막 글에 필이 와서 너저분하게 덧붙입니다 ㅇㅇ
도리토 |  2020-06-06 오전 10:10: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별 생각없이...
나도작가에는 읽을거리가 있나하고 들어와 봤는데
뜻박에도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읽게 될 줄이야..
노래도 좋고
고오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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