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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쓰는 가을 편지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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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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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쓰는 가을 편지
2018-11-18 오전 1:35 조회 1862추천 13   프린트스크랩
▲ (__)

40여 년 전 가을이다.

벌써 그때부터 가을을 40번째 맞는가.

 

중학교 때 반 5등 안에 들었고 7학급에 30등 안에 들었기에 당시는 제법 수재였으니

당연히 인문계를 지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업계를 가라신다. 웬수가.

S는 신문 배달해서라도 열심히 할 테니 인문계를 보내 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렸지만

대구는 섬유계통으로 가면 출세한다.

나는 너 대학 못 보낸다.

갈 테면 네가 알아서 가되 집나가라.

 

어린 중학생이 집나가 공부한다는 게 여간한 일인가.

그렇게 성공한 몇 사람에 낀다는 건 지금 다시 필름을 돌려도 어렵다

결국 실업계를 선택해야 하는데 상고와 공고의 갈림길에서 공고를 택했고

요즘처럼 모바일이 있어 정보를 검색 할 여건이 안 되니 눈도장 귀도장으로 찍었다

당시는 실업계가 선 지망이고 떨어지면 2지망으로 인문계로 갔었는데

8: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게 대구 모 공고 섬유학과

거기서 그녀를 만나는 운명이 시작 되었다

합격 통지서를 받아가니 웬수가 졸업할 때까지 공부 시켜 줄 테니 월급은 꼬박꼬박 가져오란다

옛다 여깄다 월급.

속으로 한마디 하고 첫 월급으로 내의는 고사하고 엿이나 한 아름 안겨주마고 했다

당시는 3학년만 되면 성적 우수자는 100% 취업이 되었으니

입학 통지서만으로도 헛물 킬 수 있었고 2년 후 그렇게 모 섬유무역회사에 입사했다

 

현장근무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단 한가지다

사무실 근무는 권위적이고 때깔은 나지만 뭔가 답답한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현장에는 꽃밭이었기에 젊은 혈기는 당연히 현장으로 몰았다

제법 성적도 있고 순발력과 손재주도 좀 있어 적응이 빠른데다 붙임성이 도와줘

위로는 순탄한 편인데다 현장에선 당시 고학력에 제법 지적이면서 얼굴도 받쳐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골라골라 나 때문에 서로 싸우는 모습까지 즐기며 하루하루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

운명 같은 그녀를 만났다

 

회사를 통 털어 최고의 미인이라는 그녀를 내심 침 발랐는데.

아뿔사.

그동안의 사생활을 정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쟁자가 어마어마했다

학교선배에 기사반장에 총무부장에 사장 아들 부사장까지(유부남) 총애를 받았다

몇 달을 끙끙 앓다가 재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는 사표를 썼다

사표를 쓰든 날 경리 아가씨가 사장 친척인데 나를 만류하며 하는 말에 연민을 느꼈지만

당시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 무시했고

애써 나를 위로하며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당위성을 내세웠지만 모두 자학이었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문법 틀리는 편지를 전해 받았다

 

가지마이소. 내도 조아해요 거트로는 말 몬해도 아라주이소.”

 

자학의 술을 마시다 미친 듯이 고함지르며 날뛰었다

그러나 사표를 이미 던졌고 아직 학생이라 회사에 근무하지 않으면 다시 학교로 가야했다

일주일 전전긍긍하는데 담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 사표 썼다며.”

월요일부터 등교 하겠습니다

“%$#@*&”

욕을 퍼지게 하더니

월급 올려 준단다. 찍 소리 말고 가

아싸라비야

그래도 내숭 떤다고 한 마디 했다

선생님 저 진학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

또 퍼지게 욕 얻어먹고 주경야독인가 뭔가의 명분에 날개를 달고 다시 출근 하였다

 

열심히 했다.

7개월쯤 몰래 데이트 하고 서로의 인생을 책임지기로도 했다

위로 신임과 내적으로 사랑을 다지며 성취욕과 자부심으로 충만해질 때 문제가 생겼다

대학에 덜커덕 합격한 것이다.

당시 섬유계에 고등교육도 상급인데 대학생이 되었다는 건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회사가 작아 보였고 동료가 하찮아 보였다

급기야 나를 잡아 준 최고의 내 사랑마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갈등의 시간이 시작 되었고 결국 또 사표를 썼다

그리고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헤어지자고.


나의 첫사랑은 많다

학교 여 선생님부터 옆집 누나 한 번도 말 붙이지 못한 윗마을 새침이와

3살 아래라 그냥 동생으로만 대했던 여러 첫 사랑 중에 그녀다

나는 과연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

이별의 편지를 동생을 통해 보내고 그 동생의 눈물어린 애원(한 번만 만나보라는)

뿌리치고 나는 입대를 결심했고 입대 후 너무 후회 했다

편지를 썼다

후회 한다고. 진심이 아니라고.

그러나 나는 다른 삶을 사는 40여 년간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이 가을 날 아님 겨울 초입에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차마 사랑한다. 돌아와 달라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은 전하고 싶다

살아 있다면 대구에 산다면 언제 우리 한번 스쳐보자

 

수많은 만남 중에 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이제 가을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미 가을이 된 이야기 보듬지 못해도

그냥 길가에 내 던져 겨울 찬바람에 나뒹굴게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은

수많은 변명 중에 가장 변명하고 싶은 이야기다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고 나를 만나 불행해진다면 그때 내가 그렇게 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지금 또 나를 만나 불행해 진다면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꼭 한번 보고 싶다

네가 나를 몰라보고 가는 그 모습이라도. 나는 너를 기억 하니까.

이건 기억하지.

빨간풍선과 찻잔을 들려주며 우리는 슬프지 말자고 했던 말

그리고 지금 전해 주고 싶은 그때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는 난 정말 몰랐었네 였어.

답장 없는 편지 40년 만에 쓰네.

 

잘 지내고 내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 내 앞을 스쳐가기를 바랄께

┃꼬릿글 쓰기
醴泉權門 |  2018-11-18 오전 1:49: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도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리아리 한게 나만 그렇더란말이냐  
팔공선달 누구나 한 두명 쯤 있겠지요^^
醴泉權門 친구야 월요일부터 나도 택시 운전한다
팔공선달 이걸 축하해야하나 울어야 하나......(__)
醴泉權門 축하해줘 나이가 60이 되니 뭐든 도전할려는 맘이 생겨
사진관의 수입이 너무 없어 부업(?)으로 하는 것이야 일이 넘 없으니 사람이 나태해 지더라고....그렇다고 시간을 허투로 보내진 않는데도 맘이 그렇다는 것지..
팔공선달 그려 홧팅.!!! 자문은 언제든지 하고^^
醴泉權門 베테랑이니 언제든지 궁금한것은 물어볼게...선배도 한참 선배이니까..
팔공선달 ^^&
고기뀐지 |  2018-11-18 오후 1:50: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a뭐 이래 할말이 많으실가 !!!!!!!!!!!!!1  
팔공선달 긍게요^^
킹포석짱 |  2018-11-18 오후 3:33: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슴이 애련하네요~^^,  
팔공선달 전과가 있으시군요 ㅋ^^
옥탑방별 |  2018-11-18 오후 8:39: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결국 자기 잘생겼다. 머리좋다. 여자한테 인기 많았다 순 자기자랑 헹~~~^^  
팔공선달 아닌데 ㅡ,ㅡ
옥탑방별 회고록 한번 내도 되겠습니다. 일단 재밌네요^^
팔공선달 ^^*
리버리어 |  2018-11-21 오후 4:41: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랑이란 ..함께있으면 너무도 쉽게 퇴색해버리고 ...추억의 갈피 속에 있을 때만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아있는 겁니다.. 그 추억 오래 간직하시려면... 세월과 함께 변해버린 그여인을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초로의 동창회 모임에서 첫사랑을 재회한 그날의 축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팔공선달 설익은 눈으로 본 사랑이라 모양도 당도도 몰랐지만
호기심에 콩닥거리는 가슴앓이는 그만한 때도 없지요
안다는 게 모두 지혜가 되지 안 듯이요.
사붐님의 충격은 그분의 변한모습에서 받은 게 아니라
변한 사붐님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나이를 느끼면서 한 가지 느는 게 있습니다.
상념도 아니고 후회도 아니고 아쉬움은 더더욱 아니더군요.
편해진다는 것
내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것 나를 편하게 하는 것 그게 눈에 보이기 시작 합니다
그것은 거울에서 투명유리로 바뀌고 그냥 돌로 흙으로 바람으로
태연히 머물거나 홀연히 떠나거나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지난 마음들 떠오르면 글로 한 번 옮겨보는 시간일 뿐입니다. ㅎ1ㅎ1
리버리어 여인의 얼굴에 그려지는 자연스런 세월의 흔적은 어쩌면 꽃다운 청춘 보다도 아름다울 수있습니다.
하지만 세라복 하얀 칼라 처럼 순수했던 모습이.......세파에 닳고 닳은 가식과 허영으로 바뀌었을 때......선달님의 해후는 전자이길 희망합니다 ^^
팔공선달 그런면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 또한 거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우리는 거울을 닦기보다 거울 뒤를 지워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 봅니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똑 같은 모습
새가 날아와 부딪치게 하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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