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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상읽기
2016-07-28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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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주로 괘상을 읽는 연습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텐데
괘의 선택을 위해서 점을 치기도 하고 마음으로 비출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양한 접근법에 대해선 공자의 학습노트로 알려져 있는
10익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괘를 선택했다고 하자. 점을 쳐서든 마음으로 선택하든...
그 선택된 괘 전체가 의미가 될 수도 있고
그 대성괘의 개별 효들이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대성괘의 의미를 참고한다는 것은 이렇다. 즉
지뢰복 괘가 나왔으면 상괘가 8곤지라는 말이고
하괘는 4진뢰라는 말이다. 즉 땅 아래에서 진동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돌아올 복이라고 주역의 저자 중 한 명이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들어진 주역책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심층적 연구를 할 때엔 이것으로 안된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낱말들이 대부분 상징이기 때문이다.
즉 땅과 같은 것 아래에서 진동이 일어날 때에 돌아온다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서둘지 않아도 된다.
10익에 나오는 방법들을 차용하면 고찰법은 몇 가지가 나온다.
지뢰복의 음양을 뒤집은 괘가 우선 있을 수 있다. 즉 천택리 괘가 정확하게 반대괘가 된다. 왜냐하면 천택리는 모두 양효인 제일 아래에서 음효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밖에 상하를 뒤집은 괘도 있다. 가령 지뢰복 괘를 위에서 보면 풍지관이 된다.
이렇게 착종복합을 하는 사이에 그 해당 괘의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되고
이것은 괘를 뽑은 당사자의 마음을 다양하게 비추어주는 거울이 되어간다.
앞의 것은 대성괘가 뽑혔을 때이고, 다시 더 나아가서
지뢰복 괘의 제 1-6효가 구체적으로 당시의 의미로 뽑힐 수도 있다.
이럴 때엔 다시, 중정응비승승이라는 원리로 대성괘 안에서의 의미를 추적하게 된다.
즉, 그 효가 2효나 5효인가?
그 효는 양의 자리에 양이고 음의 자리에 음인가?
그 효는 상하의 효와 음양이 잘 들어맞고 있는가?
등으로 개별 효의 의미가 관계망 속에서 고찰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성괘나 그 괘 속의 효를 고찰하는 원리는 이미 전래되어 오는 것이고
다만, 그 괘나 효가 점을 치는 당사자의 상황에서 어떤 뜻인가를 고찰하는 것은
그만큼 주역에 숙달된 사람일수록 더 잘 해석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본다면
주역의 괘효를 뽑고 그 뜻을 해석하는 것은
중용에서 말하는 시중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시중이란 또 나아가 양명학에서 말하는 양지의 뜻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무극을 토대로 반야지혜를 나투려는 중도관과도 통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주역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무극을 터득하여 그 작용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면 인간적 습성적 해석을 면할 길이 없고, 그렇다면 무극이 태극이라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극이므로
다양한 해석연습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렇지 않아도 번뇌로 가득한 인생사에서
더욱 해석의 짐을 더하게 되는 것 같아서 실용성이 상당히 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해석이란 인간적 심의식의 습관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괘상의 연습을 통해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기가 힘들겠다는 느낌이 든 이후론 흥미가 많이 줄어들고 말았다.
물론 주역의 연구사에서 명편으로 알려진 것들이 좀 있으니
다산의 사전, 지욱대사의 작품, 도교의 해석 등으로 유명한 것들이 좀 있으므로
나중에 이런 것들은 좀 살펴보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다산의 경우를 제외하곤 주역 자체를 연구해서 변화의 원리를 설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산의 경우에도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에 오랜 기간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다가 어느날 홀연히 revelation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이 조금 매력을 주는 듯하다.
소옹의 시로 유명한 것에 이런 것이 있다.
월도 천심처 풍래수면시
일반청의미 료득소인지
** 세간의 모든 인연은 어리석음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부모나 부부, 국가, 친구, 부귀영화 등의 모든 인연이 다만 어리석음의 부산물이다.
그러니 이런 인연을 근간으로 왈가하거나 왈부하는 것 자체가 모두 무명을 나타낸다.
좋은 인연이라는 것도 역시 그러할 진대
여기에서 와우각상에서 하사이든 다툼을 한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
남이라는 사람은 남아이십에 미평국이면 대장부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나이 마흔에 이런 사정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정말 어리석고, 시간낭비이고, 바보이고, 거기에 다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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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초록별진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