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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
2016-07-04 오후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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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이전에는 오승환 선수를 거의 몰랐던 것 같고
일본에서 뛴다는 이름 정도만 들었던 것 같은데
방금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눈에 띈다.
이건 좀 의외인 것이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저 반가운 느낌을 받기만 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 오승환의 인터뷰를 보니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이라는 느낌이랄까?
반대로 견주어보니, 다른 선수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듣는 쪽의 입장이랄까, 혹은 interview에서 inter라는 말의 뜻이 잘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오승환의 지금 인터뷰를 보니
질문자의 heart에 말이 가 닿고
통역자와도 친근한 모습이 물씬 풍겨난다..
물론 체격이 상당히 당당하므로
실제로 사람을 겪으면 여러 면모가 다 있겠지만
지금 모습만으로 보면 사람이 그다지 툴툴거리는 느낌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평생 살면서 겪어왔던 푸념을 엉뚱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사람에게 봉을 뽑으려 해서는 안되는데
상처가 많은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하나의 사안에 평생의 모든 주제가 투영되기 쉬운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데
하물며 아예 작심을 하고 그렇게 나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어찌보면 상처많은 세상에서 우리들 개인이 덩달아 환자가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나도 이전에는 왜 실력있다는 선사들이 도심에서 살지 않는지
왜 소위 현실적 사안에 참여해주지 않는지 의심을 했던 것 같은데
요즘 생각해보니 나의 현실인식이나 역사이해가 좀 얕지 않았나 의심된다.
왜냐 하면 문제의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해결방식도 다르고
그러니 어찌보면 서둘러서 대중적 문답을 하는 것 자체가 사태의 왜곡일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현실적 해결에 도움이 안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제적 해결을 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 괴리가 큰 경우에는
나서서 잘 하려는 태도가 도리어 오해를 일으킬 뿐이다.
오승환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아마도 나의 과거나 관념, 감정 등이 투영되지 않고
소위 있는 그대로를 맞이하는 느낌을 잘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사실 있는 그대로라는 것은
내가 보기엔 아무런 일도 없는 상태이다.
온갖 이름들이 붙여진 것이 소위 사회인데
그 이름들을 통해서 감정과 관념과 스토리 등이 연루된다.
우리가 사회화된다는 것은
그러한 이름과 감정과 관념을 통한 스토리텔링의 그물망에 적응하고 사로잡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조금 더 밀접한 연관을 짓게 만드는 이들을 두고 대개 친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곤 한다.
과거의 나였다면 아마도,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라고 의심했을 것도 같다.
가끔 고전을 접하고나서 세월이 좀 흐른 후의 사람들을 접하면
엉뚱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경우가 있다.
노자는 말씀하길, 위학은 일익이고, 위도는 일손이라고 했는데
노자를 보고나서 세월이 흐르고나서 이제 노자도 그의 재산목록에 등재되었을 뿐인 경우를 보게 된다.
물론 일손의 당위성을 파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므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어쩌면 평생에도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눈앞에 위도일손을 보면서, 그 구절조차도 그냥 더하기만 하고 의문이나 갈등 조차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참 아쉬운 일이다.
바둑의 정석을 오래 공부하고나서 정석 때문에 바둑을 망친다면
그건 바둑을 망치는 것에 그칠 뿐이나
인생에서 경험이나 깨우침을 얻어서 그때문에 다시 위학일익을 할 뿐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오직 모를 뿐 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알고 모름은 인식이나 지식의 범주에 속하므로
매 순간마다 변해가는 형세를 파악할 때엔 뒤로 물러나야 하는데
지난 깨우침이나 경험이나 명분이 개입하면 마땅히 몰라야 하는 장면에서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판단력 부족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말들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어왔다.
숭산 스님이 말을 퍼뜨리기 이전에
만해의 시에도 알 수 없어요 라는 제목이 있었고
조주의 highteen시절의 남전과의 대화의 주제로도 등장하고
인도사람으로 예전에 유명했던 크리슈나라는 사람의 강연록 중에도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것도 있으며
그물망을 벗어난 잉어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라는 공안도 기억난다.
오승환의 인터뷰 한 장면에서 느낀 것 치고는
말이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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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