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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은 가지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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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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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은 가지
2016-06-13 오후 12:14 조회 2029추천 3   프린트스크랩

밤새 진눈깨비가 내렸다.
뒷가지는 결단을 내렸다.
내일 열기로 했던 일번 줄기의 꽃망울 장막을 모레 여는 것으로 연기했다.
 아침까지도 봄바람이 거셌으므로 뒷가지는 개화를 미루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정오가 되자 구름사이로 밝은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때 3번 줄기의 첨병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앞가지가 꽃을 피웠습니다.”
뒷가지는 첫 꽃의 개화를 앞가지에 빼앗긴 것이었다.
뒷가지에 속한 다섯 개의 줄기와 그에 딸린 수십 개의 가지가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앞가지는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에 속한 모든 가지마다에게 알리고 전체가지가 축제분위기에 들떴다.
뿌리로부터 물관을 통해 올라온 신선한 물에 겨우내 아껴두었던 포도당을 발효시켜 가지 전체가 실컷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뒷가지는 침묵 속에서 이를 악물고 새로운 경쟁에 대비하였다.


꽃잎들이 팝콘 터지듯이 피어올라 전체 가지에 퍼질 즈음 뒷가지는 새로운 잎들을 재빠르게 준비했다.
3월의 밤 추위에 너무 조심스럽게 꽃망울을 단속하느라 개화시기를 놓친 뒷가지는 모든 텔레파시를 동원하여 골짜기의 다른 동료들에게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와 햇빛의 양을 물어서 이를 토대로 정확히 잎이 펴지는 날짜를 계산하였다.


꽃에서는 졌지만 잎까지 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잎을 피우는 것은 여럿의 생계가 달린 문제였다.
잘 못 피워서 얼어 죽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그 가지는 일 년을 굶어야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일이었다.
잎을 피우기로 예정된 전날 저녁 3번 가지에 앉은 개똥지바퀴 부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여보, 앞산 골짜기엔 벌써 새잎이 돋아났어요.”
다음날 새벽 뒷가지는 확신을 갖고 2번 줄기에 속한 12호 가지의 잎 순 장막을 걷어냈다.
일 년 동안 최고의 기술자들이 가꾼 잎 순 이었다.
모두들 마음을 졸이고 장막이 걷히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늘에 밝은 태양이 떠올랐다.
햇빛알갱이들이 잎 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위잉” 잎이 펴지며 이미 준비된 물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하여 양분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이겼다.”
뒷가지의 환호성이 길게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연녹색 잎들이 모두 피어나자 바쁘고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나무는 부지런히 일을 하고 저녁마다 축제의 장을 벌렸다.
하루를 바쁘게 보낸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여 데이트를 즐기고, 남녀노소가 춤을 추며 계절을 즐거워하였다.
너무 취하게 마신 자들은 피톤치드를 게워내었다.


아래광장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앞가지와 뒷가지의 청년들이 벌인 패싸움이었다.
뒷가지의 청년들은 수 적으로 열세에다가 앞가지의 청년하나가 길옆에 세워둔 각목을 휘두르는 바람에 여럿이 부상을 당하였다.
주민들이 분개하여 몽둥이를 챙겨서 쳐들어갈 것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원로들이 나서서 제지하는 바람에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뒷가지의 주민들은 그저 분한 마음을 가슴에 새겨야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불길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뿌리에서부터 소식이 전해졌다.
주변의 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두 세 번은 비가 왔어야 되는데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
 맑은 하늘에 햇볕은 연일 내려쬐었다.
골짜기에는 흙먼지가 풀풀 날리었다.
물을 절약해서 써야만 했다.
그러나 앞가지는 뒷가지와 비슷한 크기의 규모인데도 물을 두 배는 더 쓰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집집마다 수영장이 있다고 하였다.
뒷가지에서 항의했지만 앞가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가뭄은 한 달 이상 계속되었다.
 잔뿌리들이 필사적으로 물을 찾아 헤매었지만 물의 소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관에서 올라오는 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뒷가지의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잎들은 기공을 거의 닫고 활동을 중지하였다.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몇몇 잎들을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른 봄에 그렇게 애태워서 잎을 피웠던 뒷가지는 슬픔에 젖어들었다.
앞가지는 이런 상황에서도 물의 씀씀이를 거의 줄이지 않았다.
 뒷가지는 너무나 억울하였다.
그러나 항의 외에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앞가지는 뒷가지가 갖지 못한 첨단 화학무기를 개발해놓고 있었다.
작년에도 분을 참지 못한 뒷가지의 장정 몇몇이 앞가지에 쳐들어갔다가 화학무기에 당하여 반신불수가 된 경험이 있었다.
얼마안가 그동안 공들여 길렀던 뒷가지의 열매마저 몇 개가 말라서 죽어버렸다.
뒷가지는 통곡을 하면서 하늘을 원망하였다.


골짜기 아래에서부터 경고의 텔레파시가 전해졌다.
인간 세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 중 한명의 손에는 엔진 톱이 들려있었다.
 도벌꾼 들이었다.
그들은 서까래 깜을 물색하고 있었다.
골짜기 위로 올라온 그들은 좋은 재목을 발견하고 짐을 풀었다.
서까래 재목을 베어내자니 아래의 가지 많은 나무가 방해가 되었다.
우선 이 나무부터 베어 내야했다.
엔진 톱의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골짜기 전체가 울리었다.
그 소리는 늑대나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보다, 산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바위소리보다 더 무섭고 소름이 끼치었다.
 뒷가지는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엔진 톱이 뒷가지의 살을 파고들었다.
뒷가지는 절망적인 신음을 내뱄었다.
 “으 으 윽, 하느님”


그 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고 동시에 귀청을 때리는 굉음이 들렸다.
 “우르르 쾅”
벼락이 앞가지의 중턱을 때렸다.
앞가지가 반으로 꺾어지며 반 토막이 인간들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인간들은 혼비백산하여 골짜기 밑으로 도망쳐 내려갔다.
 한 동안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앞가지의 검게 탄 잔해 위로 빗물이 줄기차게 흘러내렸다.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봄이 돌아왔지만 앞가지에서는 꽃 한 송이, 잎 하나도 피어나지 않았다.
그저 검게 탄 흉측한 몰골로 허공에 자리하고 있었다.


뒷가지는 홀로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우고, 열매를 가꾸었다.
 온 산이 눈에 덮이면서 뒷가지는 잠에 빠져들었다.
 잠자면서 앞가지와 서로 경쟁하며 싸우는 꿈을 꾸었다.
다시 봄이 되었다.
가지에 쌓였던 눈이 다 녹고 그 가지에 뻐꾸기가 날아와 앉을 즈음 뒷가지는 숨을 죽이고 소식을 기다렸다.
소식이 왔다.
“앞가지에 꽃이 피었습니다.”
뒷가지는 기쁨에 겨워 환호하였다.
그리고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뒷가지는 지난 일 년 동안 ‘앞가지의 재건운동’에 매달렸었다.
 집집마다 양식을 내놓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앞가지의 물관과 체관 복구 작업을 완성하였다.
워낙 난공사인지라 사고로 여러 목숨이 희생되었다.        끝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16-06-18 오후 1:30: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상생인가요.? ^^
그런데 사실 앞가지와 뒤가지가 떠오르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
건필하세요. 늦었지만 법문님의 안부도 같이 전합니다.
명품이라십니다.  
짜베 특별한 철학은 없고 그냥 아내 운동시키려고 뒷동산에 자주 가다보니까 나무가 보여서 쓰게 됐습니다.
오로의 조광윤같은 호걸께서 댓글를 달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팔공선달 저는 그저 선한 달이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__)
육묘법문 명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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