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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
2016-01-28 오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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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였다.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라는 책을 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을 들추어보니 내 기억과는 구성방식이 달랐다.
내 기억으론 서론격으로 문명의 탄생 성장 쇠퇴 소멸을 논한 후에
다시 개별사들을 다루었던 것인데
이번에 보니 그게 아니라 책 전체라 주제탐구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즉, 책 전체가 문명의 성주괴공을 다룬 하나의 작품인 것이었다.
기억과 달라서 참 이상하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눈으로 본 것이 맞는 것 같다.
즉 문명의 발생성장쇠퇴 소멸이라는 주제의 흐름을 따라서
가능한 모든 역사적 자료와 사실들을 모아서 예증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이건 단순히 역사서라기 보단 역사철학서에 가깝다.
대개 역사서는 편년체로 되어 있는 것이 상례이고
주제별 연구는 단편적으로 진행된다.
사마천의 사기와 같은 것도 열전이 유명한데, 이건 사람들을 다루고
세가,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떤 패밀리단위의 의미로움을 다루나 싶다. 공자세가라는 것도 있는데, 공자가 혈통의 문제가 다루어질 것 같진 않고
그러면 공자학파를 다루는 것인지..
헤겔이 역사철학저자로 유명한데, 토인비 옆에 있기에 펴보았더니
이것도 내 기억과는 달랐다.
나는 헤겔이 대체로 좀 공허한 느낌을 주곤 해서 그다지 관심이 안갔고
그래서 그의 역사철학도 좀 막연한 소리의 반복일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었는데
목차를 보니 그렇게 막연하기만 할 것 같지 않다.
동양문명, 그리스, 로마, 게르만 등의 순서로
나름 역사적 사실들도 다루면서 이 속에서 소위 정신의 자기 전개를 다루고 있지 않나 짐작되었다.
그런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신의 지문을 본다는 발상은 토인비에게도 있는 것 같다.
역사철학이라고 하면, 편년체가 아니면 공리공담만을 염두하던 나로선
오늘 좋은 자극이 되었다.
역사적 전거들과 관점이 이렇게 잘 조합된 역사서, 혹은 역사철학서가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토인비의 경우 외교부관리를 했던 것으로 아는데
역사의 연구를 저술하는 기간에, 우리나라도 와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반도를 거쳐서 만주로 가면서 동네구경을 한 기록도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국문명을 세계사의 20여개 문명 중 하나로 산수해주었다고 한다.
내가 파악한 것이 맞다면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읽어볼 만하다.
그의 축약본이라도 읽으려면 세계사의 곳곳의 개별사들에 어느 정도 이상 친근해야 한다.
그래야 문명의 발생성장쇠퇴소멸이라는 원론을 다루는 그의 복기과정을 알아들을 수가 있다.
말하자면 그의 a study of history는 인류문명사 전체를 하나의 바둑기보로 보고
종합적이고 총체적 복기를 하는 것이다.
포석과정이 발생과 성장
중반전이 성장과 쇠퇴
후반전이 소멸과 끝내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세상이 모든 기보들을 자료삼아서
바둑의 포석과 중반전과 후반 끝내기의 원론을 탐구하고 있는 셈이니
정말 멋진 작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토인비의 배경을 가지고 헤겔을 본다면 헤겔 쪽의 분량이 훨씬 적으니
그의 입장도 잘 이해되고, 나름 가치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역사철학에 관해선 이따금 언급되는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같은 것이 연상되는데, 그 책은 내 기억으론
역사적 사실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인류사 전체를 그 자료와 관점의 묘합으로 다룬 것은 일단 토인비나 헤겔의 것이 부각된다고 여겨지는데
시대적 범위는 다소 좁겠지만
사마천의 저술의도도 아마 유사하지 않을까 짐작되기도 한다.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선
내부적 역사논리만으론 그림이 잘 파악되지 않을 것이다.
대개 임진왜란을 두고 동아시아 국제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당시 일본은 폴튜걸에서 조총을 처음 도입한 이후이고 경제상황이 별로 안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은 아마 명청의 교체기가 아니었나 싶은데
원래 전쟁의 많은 경우가 내우를 외면하기 위해서 외환을 빙자하는 용도로 활용된다고 한다. 그런 삼국의 입장이 맞물려서 임란이 발생되고 진행되고, 쇠퇴하고 소멸했다고 한다.
그런 관점을 주된 테마로 채택한 것이 김성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월드 워1이 발생한 이유도 그런 국제적 맥락이 있었다고 한다.
비스마르크가 전쟁위험을 고려해서 소통일을 했는데
그 다음 임금이 들어서면서 비스말코를 몰아내고 확장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스말크가 하나 더 해둔 것이 삼국동맹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에 대응해서
3국의 연합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라예보의 총성은 사실 전쟁당사자와 무관했지만
이런 동맹과 연합의 관계를 빙자해서 전쟁이 확산되었다고 들었다.
중일전쟁의 기폭제가 된 노구교사건이라는 것도
외형으로는 그 사건으로 터진 것이나
실제론 각국의 내부적 동인들이 핑계거리를 찾다가 그런 사건을 기화로 터져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쟁을 개별전쟁으로 단순화해서 볼 수도 있고
관련국들의 이해관계를 두루 연관해서 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 역사라는 주제 전체를 하나의 통합개념으로 보고서
도대체 역사는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연구할 것이며, 그 연구단위인 문명은
어떻게 생기고 성장하고 쇠퇴하고 소멸하는가? 라는 식의 통합규모로 토인비처럼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청소년시절부터 역사연구를 하기에도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
과거에는 토인비와 같은 저술은 단지 하나의 명작이나 고전으로 학습세계사와는 별도로 떨어진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온갖 가지의 개별사가 모두 동네도서관에도 다 있다.
유럽사, 동아시아사, 이슬람사, 로마사, 그리스전쟁사, 세계1차대전사, 오딧세이, 일리어드
한국근대사도 천주교박해에서 서기 2000년까지 수십권으로 잘 정리된 것을 보았다.
게다가 통사들도 온갖 가지고 저술과 번역이 가득하다. 미국민중사, 쿠바혁명사, 도꾸가와 히데요시 등도 다 있고, 사기의 세가, 열전, 항우강의, 진시황강의 등도 있고, 우리는 왜 모두 로마인인가? 라는 책도 있고, 19세기를 세 권으로 연구한, 홉스봄의 책도 있다.
그리고 옛날에 유명하던 대망,이라는 소설책도 서른 여섯 권이 모두 번역되어 있다.
말하자면 독서의 연속성을 위한 모든 고리들이 중첩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태를 보는 사면과 팔방, 시방의 관점이 모두 갖추어진 셈인데
이런 시대에 세상의 평균적 현실을 보면 참 이상하고 한번 더 이상하고, 다시 거듭제곱으로 이상하지 않을 수 없겠다. 크고작고 측면정면 사면 등으로 보면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이고 사실이라면, 그것은 곧 역사는 없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있는 역사는 개인을 겸손하게 하고, 없는 역사는 집착을 놓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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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부추키지는 않겠죠.?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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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