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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2016-01-23 오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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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전설들의 인터뷰를 보는데
서 9단에게 어떤 기사로 기억되고 싶냐고 하니
기억해주기만 해도 고맙겠다고 한다. 겸손하다..
따지고들면 그들 다섯 중의 한 사람이 된 것만도 좋을 지도 모르나
그래도 왠지 그런 겸손하고 덕스런 표현을 연령대에 어울리게 하는 그가 반갑고
고맙다..
달리 생각해보면 좀 묘한 것이
서봉수에게선 프로의 느낌보다 옛날 기원의 한 자리에 앉았던 1급바둑의 동네사범같은 느낌이 좀 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참 이상한 것이
그는 엄연한 프로이고, 세계대회에서 우승도 찬란하게 해보았고
그리고 더욱 이상한 것은
그를 조훈현과의 대결로 압축해서보면 2대 1의 열세를 보이나
당대의 다른 많은 천재들은 그 누구도 서봉수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지만
소위 도전 5강이 그 젊은 혈기와 타고난 자질을 발휘해서도
서봉수를 이기지 못하였고, 당대의 도전기는 항상 서봉수와 조훈현의 대결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다섯 살에 배우지 않고 훈수를 하고 열 살에 프로가 되어서
당대 최고의 바둑나라로 날아가서 바둑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자에게 배운 사람을 통산전적에서 이기는 것은 대략 불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어떻게 고교시절에 배운 바둑으로 다른 모든 기사들을 물리쳤을까?
그것도 처음의 도전기에선 조서대결에서 서 명인이 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처음부터 쉬운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서봉수가 방파제가 되어주어서 조훈현도 나름 보호받은 측면이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니 지겹기도 하고, 한편 힘들기도 하고, 혹여나 이번에는 져버리나 걱정도 되었을 지 모르지만
만약 서봉수가 방파제가 안되고, 사방의 적들이 달려들었으면 조훈현의 행보도 조금 갈 짓자로 얽혔을 수도 있는 일이다..
오늘 인터뷰에서도 조금 드러났는지 모르지만
그의 특성에는 어쩌면 어떤 겸손이나 순수함이 있는 지도 모른다.
이창호의 장점을 가장 구체적으로 가리켜보인 것도 서명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조금의 끝내기 차이를 미리 대비하는 것을 보고는 관심을 보였다고 하니
그의 내면에도 이창호스러운 감수성과 천재성이 어떤 형태로든 있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여러 행사들에서 요즘 보이는 그의 면면을 보아도
과도하게 나서려는 태도가 없다.
물론 따지고들면 더 이상 나설 맥락이 없어서 그런, 당연한 면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심성이라는 것이 꼭이 그런 것도 아니다.
자리가 아니라도 나서기도 하고, 머물 곳이 아닌데도 머물기도 하고, 올 때가 아닌데도 서둘러 오기도 하는 것이 세상의 인간들인데, 요즘 여러 계기들을 보면 서 명인에게선 그런 over스러움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공지영 작가가 자기 딸에게 간단요리를 소개하는 책을 보고 있는데
그 중 한 곳에, 다른 모든 사람이 나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하루라도 살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이 부분도 참 좋았는데, 나는 겸손을 저렇게 풀어쓸 수 있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알았다. 그렇게 70억 인류가 모두 나보다 낫다는 관점을 하루 동안 일거에 관상해보면
마음이 쉬게 되고, 그 휴식을 통해서 어떤 안심입명이 주어지는 과정을 딸에게 소개하는데
오늘 서봉수 인터뷰를 보면서 왠지 그 책의 그 부분과 그 부분의 요리가 두루 겹쳐져 보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20년 안에 읽으면 좋을 책들을 정리해보겠다.
우선
1. 로마인 이야기 시리이즈
2. 죽음 3부작
- 죽음의 수용소에서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3. 이븐 바투타 여행기
4. 오딧세이- 일리어드
5.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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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나를 낮추는 게 아니라 쉬나서지 않고 상대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군요.
나는 낮추기만 생각했는데....
 육묘법문 |
선달님, 다음 글은 지우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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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pan |
｜ 2016-01-23 오후 9:03:18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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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겸손하다면 아직도 안 겸손의 바탕에서 나온것은 설마 아니겠죠!
조치훈사범의 입담도 좋구요.....
70주년 이후 진정한 진가가 들어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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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