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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圓 해우소 解憂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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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영농일기
2015-10-21 오전 10:30 조회 4458추천 11   프린트스크랩

연못에서.


세월은 참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다.

이국땅 동남아에서 불어온 다문화 가정 바람이

표피만 단단했던 백의민족을 고집하던 이 땅에 아집과 편견을

흐물흐물하게 만든 지 오래다.

함께 따라왔는지 아열대성 기후가 완연했던 4계도 지워져간다.

짧음을 아쉬워하던 옛 시인들의 봄은 노래할 시간이라도 있었지만

요즈음에 봄은 청춘처럼 꿈꾸듯 후딱 지나가고 있다.
너무 익어버려 여름 색채가 더 짙고 가깝던 늦은 봄.

지난 4월 끝자락에 일이다.

극 사실적 표현으로 하면 오이씨 같은 버선발이 더 가깝겠지만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의 중국인 뻥 튀김을 살짝 빌려다 쓰면

농장과 연못이 한꺼번에 우리 부부에게 굴러온 횡재(橫財)를 만났다.
읍사무소에서 축구장 부지 옆구리에 남은 땅을 5평씩 나누어

주말 농장으로 분양했고 어어 하는 사이에 지나간 경쟁률 덕분인지

우리 부부도 225번 안쪽에 들어 농장 소유주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생전 처음 하는 영농의 기쁨으로 우리 부부는 들떠있었다.
두발도 넘지 않는 작은 밭이랑을 스무 개나 내고 방울토마토 와

고추를 각 5칸씩에 나눠 심고 남은 10칸에는 고구마를 심었다.

작물에 좋다는 것은 모두 따라했다.

제일 튼실한 모종을 골라 비료는 충분히 뿌렸고 아침저녁

읍에서 마련한 급수 대에서 열심히 물을 날라 땅을 적셨다.

갈 때마다 작은 비닐봉지의 반쯤씩을 채워주는 방울토마토와

수시로 따 들어와 아내가 다듬는 고구마줄기의 재미는 이외로 컸다.

꼭 잡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의 손을 늘 슬며시 밀어내던

내 쑥스러움이 40년 만에 사라졌다.

커피통과 간식이 담긴 작은 캐리 카가 남은 한 손도

전세를 냈는지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뺏어 갔지만

작게, 작게 밀려오는 행복감은 그런대로 쓸 만 했다.

행복은 열을 지어 온다고 했던가,

아내의 맑은 눈이 우리 부부의 연못을 만들어 냈다.

집에서 주말농장까지 가는 15분 거리 안에는 미라보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것보다 훨씬 이쁘고 아담한 다리가 하나 있다.

다리의 폭은 여느 강만큼 꽤 넓지만 가뭄 탓인지 다리 아래는

실개천만큼의 작은 물줄기만 흘러 지날 때 마다 안타까웠는데,

어느 날 아내가 다리를 건너다 말고 소리쳤다.

참 예쁜 연못이다. 라고

다리와 수면 사이에 거리 때문에 어종의 구분이 확실치는 않았지만

모래무지와 송사리 그리고 피라미가 떼 지어 다니며

귀여움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다리 아래쪽 여울목은 아름다웠다.

그날 우리는 그곳을 우리 부부의 연못으로 이름을 주었고

그렇게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었다.

연못에 혼자 다녀온 아내가 저녁 밥상에서 아직 떠먹지 않은

내 밥그릇위에 아까 얹어준 다시마튀각이 또 얹히는 줄 모르고

이야기 건네기가 바쁘다.

아주 신이 났다.
며칠 전 다니러 갔을 때 같이 보았던 연못 가장자리

거뭇거뭇 이끼가 많이 끼어있는 돌무더기 근처에서 뭉쳐 떠돌던

알 수없는 한 덩어리의 무리가 모두 치어였다고 들떠있다.

다음날 아침 손가락 반 마디 정도의 점선 같은

정말 많은 어린 물고기들을 만났다.

산란기가 6∼8월이면 끝난다는 피라미는 아닐 터이고

10월까지는 산란을 한다는 송사리인 모양이다.

앞서 성장한 고기들 무리와 떨어져 열심히 물가를 휘젓는

가물거리던 이놈들도 한 보름 정도가 지나면 한 마리의

당당한 고기로서 확연한 모습을 드러내고 배를 뒤집을 때

우리 부부를 기쁘게 하는 은빛 광채를 뽐낼 것이다.

아직 낮이면 더러더러 남은 더위가 자라는 것을 도와주겠지만

추위가 다가오는 10월에 연못에 등장한 녀석들이 어린 몸으로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를 걱정하는 연못 위에서 아내가 오늘 더욱

따듯하게 느껴져 꼭 안아본다.

농장의 가을 추수가 끝났다.

짙은 빨간색을 내지 못하며 매달리는 방울토마토는 안쓰럽고

힘들어 보여 모두 뽑아 옆 밭들보다 일찍 쉬게 했다.

5개의 밭이랑에서 매달렸던 고추들은 량은 많지 않지만

옥상에 널어놓은 채반에서 잘 말라가고 있다.

밭이랑 10개의 5개씩의 모종을 심었던 고구마는 며느리를 필두로

누나와 작은 형님 댁, 막내 동생을 아울러 질부들이 올 때마다

열심히 뜯어낸 줄기 때문인지, 정작 열매는 두, 세 개씩을

간신히 매달고 나와 체면치레에 그쳤지만

처음 한해 지었던 농사가 주는 행복감은 대풍작이다.

얼마나 자랄지는 모르지만 추수가 끝난 밭에,

반 정도 남짓 공간에 옆집 권유에 따라 무와 배추를 심었다.

김장에 섞일 만큼 자라 줄지는 모르지만 새롭게 심어 본

무와 배추가 자라는 것을 보기위해 겨울이 오기 까지는

아마 연못에도 계속 다니게 될 것이다.

내일쯤은 연못에 나가면 아내에게 노래 한곡을 불러주려 한다.

지금은 그분도 옛 분이 되셨지만 큰 아들 돌날에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의 빈자리에서 맞잡이를 해주시던

큰 형님이 축가로 불러주셨던 동요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참 괜찮은 가을이 지나고 있다.

┃꼬릿글 쓰기
육묘법문 |  2015-10-21 오전 11:28: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이 너무 이쁜데요.. ^^
 
一圓 고맙습니다._()_
팔공선달 |  2015-10-21 오후 2:52: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스름한 초저녁 호롱불 밝힌 초가집 도란도란 들려오는 어느 중년부부의 초짜 영농이야기가 문풍지 사이로 새어나오니 귀뚜라미 잠시 숨 고르고 지붕모서리 비스듬한 굴뚝을 타고 모락모락 피어오름에 선한달도 귀를 쫑긋 세운다.

오랜만이고 언제나 반가우신분.
저는 나작에 좋은 글 편안한 글 올려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나작에 대한 진부한 애정이 아니라
그 분들과 같이 하는 동안의 행복함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팔공선달 해우소

깊은 산 외진 곳 가로등 없는 컴컴한 골목 길
세파를 피해갈 곳은 많지만
하늘에 별이 보이는 엉성한 지붕 앉은 키 겨우 가리는 벽돌담
근접을 막는 여린 비료포대로 막은 문
그 작은 안도에 앉을 해우소는 그리 많지 않다.
一圓 一圓 한 송이 덜핀 꽃을 보여드리고 만개한 꽃 한다발을 얻어가는 기분입니다.
처음 法印님의 산사를 찾아서 108사찰 순례기에 이끌려
오로에 왔던 날이 5년을 훌쩍 넘어 긴세월로 접어갑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法印님께 그저 감사할따름입니다.
삼삼경천 |  2015-10-21 오후 7:09: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내에게 노래 불러주는 남편... 감동이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  
一圓 폼 쓰는것에 비해서 노래 점수는 시원치 않아서...ㅎ 고맙습니다.
살나세 |  2015-10-21 오후 7:13: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 간결하면서도 정감있게 참 잘쓰시는군요.
수필한편 잘 읽고 갑니다.  
一圓 어깨는 속없이 으쓱한데 얼굴은 왜 이렇게 달아 오르는지...ㅎ 고맙습니다.
youngpan |  2015-10-21 오후 10:11: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조은데요!
조금은 늦더라도 영농하는 그림이요.
은근히 부부금슬 알흠다움이요.
데친 나물 새맛나듯시 알콩달콩 재미있꾸요.
요로코롬 맛깔나는 가정 가을의 맛이네염
! 감탄스러움과 오순과 도순으로 고추된장 비빔밥  
一圓 늙었다는 반증인지도 모릅니다.
젊어 부부싸움하다 물린 상처가 손가락마디에 깊게 남아있는데,
그때가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ㅎ
따라울기 |  2015-10-21 오후 10:23:03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5평이면 얼마만한 크기인가요?
베란다에 화분 몇 개 놓고 방울 토마토 한 두개 따먹던 생각하면 부러움을 금치 못합니다.

글 전체가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입니다.  
一圓 아내와 손잡고 눈 잘 감고있으면 축구장 크기로 변하기도 하지만...
가로2m 세로8.5m정도 될겁니다.
우리뭉치 |  2015-10-21 오후 10:41: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5평이면 우리네 거실정도의 크기가 아닐까요. 한폭의 그림같은 글을 올리셧네요.
노후엔 저렇게 살아야하는데 가능할런지...
동요가 이밤 제마음을 슬프게 만드네요. 잘읽엇습니다.  
一圓 젊은 힘이 다 빠져나가니 반은 저절로 오데요...ㅎ
참 묘한 동요입니다.
이쁜 글인데 어쩌다 형님 생각이나서 부르면 눈물이 따라오니 말입니다.
AHHA |  2015-10-24 오전 8:39: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괜찮은 가을에>
참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갑니다.
연못가에서는 손만 잡아주시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양지쪽 담 벼락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서 노래를 불러 주세요.
 
一圓 아흐! 아롱다리.
양지쪽 담 벼락도 괜찮은 자리 인 것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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