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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
2015-08-20 오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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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화야구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서 볼 수가 없다..
내가 참 살다가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그 신묘하던 뒷심은 엇다가 팔아잡수고, 자꾸 저렇게 무너진다는 말인가?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김 감독의 말처럼, 아직 게임수가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아마도 한번 정도는 더 기회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인생이란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이창호가 갑자기 득세를 해서 경악할 만한 솜씨를 보였을 적에
가장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것은 아마도 조 9단이었을 것이다..
30대 후반에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이제사 밀린 한을 풀고
점차적인 양위를 생각했을 조국수에게 예상과 다른 현실의 과격한 침공은 얼마나 심했을까? 사람이 스승이라는 말이 붙여진다고 해서 그 세포까지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그 시기를 처음 살고 있기 때문에
처음 타이틀을 이창호가 가져갈 때엔 놀랍고 당황했을 것인데
그것은 더 나아가서 심한 혼돈으로 다가왔을 것은 뻔하다..
그 시기의 놀라움을 기억하는 나로선 지금의 상황은 정말 의외다..
한번 지쳐쓰러진 이창호는 다시 소생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번에 생각법,을 보면서 보니 오히려 조 9단은
두번의 전성기를 잘 운영한 셈이 되었고, 이제 생각법을 통해서 나름
평생의 바둑인생을 정리도 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조훈현의 후반생이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도 보인다..
이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요즘은 이전과 인생의 계절이 조금 달라진 듯도 하다..
어떤 식으로든 두번 살기에 적당한 리듬이 생긴 것 같다. 물론 이런 리듬은 일상화되면
이제 보다 긴 인생의 여름으로 변환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두번의 안정적 인생이 필요한 시기인 듯도 해뵌다..
특히 바둑동네에선 이런 리듬을 잘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대개의 프로들은 스무 살 이전 10대 후반에 직업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대개 전성기를 25세 경으로 잡고 있다.
그러면 이세돌이 판을 엎어라,에서 말하듯이 마흔 정도까지 기량을 유지하면 성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인생리듬은 대개 70세 쯤이 되어야 정년의 느낌을 주고 있다.
게다가 전문직이라면 그 이상 외형적인 지속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마흔 까지 전성기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40세에서 70세까지를 어떻게 살 것인가?
가령 50세까지 두번째 인생을 준비한다고 치면, 그러면 그 이후에도 20년을 활동하면서 살게 된다.
억지로 50세까지 버티다가 힘든 것보단 40세 무렵부터 재정비를 한 번 한 다음에
다음 20여년에 한번의 전성기를 더 누릴 수 있는 흐름이 현실화된 셈이다...
요즘 취직이 어려워서 일반인들은 사회활동이 30세 무렵에 시작된다고 가정을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바둑처럼 심신을 힘들게 하는 직업이 아니라 나인 투 파이브로 살아간다면
대개 55세나 60세 무렵에도 활동력은 남게 된다. 그러면 이 경우도에 다른 방식으로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힌트를 발견하는 것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화에게 아직 많은 게임이 남은 것처럼
가령 50대가 되어서 힘겨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인내를 하면 남은 한 generation 동안에 어떤 식으로든 다시 한번의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 9단의 경우, 40대 후반에 타이틀을 모두 잃은 후에 미국엘 갔다고 한다..
가서 차민수와 지내면서 쓰라리고 전망없는 미래를 염려하고 두려워했다는데
차민수 사범이 해준 이야기에 크게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차민수는 어리고 젊어서부터 여러 방면에서 자질이 뛰어난 인물이었다는데
한번의 결혼을 마감하면서 위자료로 대부분을 주고 귀국한 결과 다시 미국에 갈 때엔
거의 무일푼이었는데, 다시 거기에서 빈손으로 재기를 한 결과
힘들고 지친 친구 조훈현을 위안해줄 심정과 배경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연히 개진된 한밤이 이런 대화를 통해서 빈손이 된 조훈현은 크게 위안을 얻고
귀국하여 다시 빈손으로 재기할 수 있었는데, 더욱 신묘한 일은
그처럼 끊기 힘들던 담배를 미국의 불편한 끽연환경 때문에 홧김에 끊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기억하는 날카로운 조훈현의 모습대신에 체중도 늘어나고 오히려 화력을 갖춘 두번째 조훈현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의 현재나이가 60대 중반에 근접하고 있으니, 지금 흐름이라면 그의 실전스승인 후지사와의 우승기록을 조 국수가 갱신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옛날에 어느 범죄자가 하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탄식했던 일이 있었다..
부자들이 밉고 운운하는 말이었는데, 내가 탄식했던 이유는 당시 이들의 나이가 갓 스무 살이었기 때문이다. 타고나길 금수저를 타고나서 편히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스무 살들이 한 십년 인내를 했다고 생각해보면 당시의 그들 연령을 생각해볼 때에 그리도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금 마흔 몇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 그들에게 적어도 한번의 기회가 왔을 것이고, 다시 지금부터의 기간에도 다시 한번의 기회가 왔을 것이다.. 그 두번의 기회 중 한번 만 살려내었더라도
그들의 인생이 그 스무살 시절보다 8만 4천배는 더 복되었을 것이다.
부자를 미워하다가 타인을 해치고 스스로도 사라진 그들이 그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연령이란 가진 것 다 털린 조훈현의 나이 쯤 밖에 안된다. 그들은 조훈현이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어서 잘나간 사람이 망해도 할 수 있는 일에 나름대로 한계가 있다. 조훈현이 타이틀을 다 잃었다고 해서 노가다를 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스무 살에 노숙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래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또한 그 과정을 통해서 나름의 다양한 생존법을 알고 있을 수 있다. 꼭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나는 한화이글스가 적어도 가을야구를 하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모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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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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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새벽에 촉촉하게 읽기 좋은 글.... 일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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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