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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시
2015-08-18 오후 10:16
조회 4732추천 2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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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화야구를 잘 보지 못한다.
혹여나 지고 있을까 염려가 되어서이다..
어찌보면 좀 우스운 일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금년에 우연히 한화야구를 보다가 매력에 정들어서 이제는 한화가 지고 있으면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이전에 승패차가 여유가 있을 때엔 이제 잘 하니까, 이러면서
한동안 멀리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최고의 투수인 로져스가 왔는데도
특유의 막판뒷심이 발휘되지 못하고, 그 잘하던 김 태균은 오늘 병살타를 치고만다..
200안타를 바라보던 이용규는 부상으로 아직 쉬고 있고
김경언이 돌아왔지만, 장단을 맞춰주는 동료가 없다..
사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작년에 서건창이 200안타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관심을 가졌다가
그가 부상을 당해서 쉬는 틈을 한화가 들어섰었는데
그 끈질긴 5할다툼을 근근히 이어나가는 모습에 감탄하고 괜히 마음을 함께 졸였었는데
이상하게도 잘 될 무렵에 한두번 지더니 그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화의 금년은 어떤 모습으로 끝날 것인가?
혹여나 하고 바라는 것은 이제 로저스도 있고
폭스도 돌아왔고, 이용규도 곧 돌아오면, 다시 반전을 거듭하여 가을야구에서
빛나는 천금의 마약야구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되지만
왠지 이제 근심이 되기 시작한다...
겨우내 생고생을 했을 것을 이제 잘 알고 있는 듯한 심정이 되어서인지
만약 적어도 가을야구에조차 가지 못하면
왠지 차마 그 현실을 보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애들 삼촌도 아니고 부모도 아닌데, 명색이 프로선수가 되어서
일년 내도록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 같아서 보기가 힘들다.
물론 그 중에는 이미 수십억을 보장받은 고급한 선수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일단 심정은 그렇다..
언젠가부터 인생을 생각해보면
별다른 일도 없는데 공연히 애썼다는 생각이 곧잘 든다..
세상이 공연히 소란스러운 것도 따지고보면, 기본관념이 그릇되어서이다..
인생은 게임장이 아니다.. 굳이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이 될 필요가 없다..
애써서 디오게네스가 될 필요도 없지만
기본틀은 단순하다는 느낌이다. 인생 자체에서 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형제의 난이다 머다 해서 주목을 끌고 있지만
알고보면, 그 모두가 그릇된 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공연히 애쓰는 일에 불과하다..
대개 적당히 하면서 두어끼니 먹고 편히 살아가면 될 뿐이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들도 모두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몰라서 그래서 탈인 것이다..
아마 애들이 단순하게 살면, 사방에서 한마디씩 할 것이다.
넌 어째서 그렇게 애가 욕심이 없니? 라고 말이다...
세상은 어느 덧, 단순하게도 살기가 힘들게 되었다.
옛날에는 낙향을 하기도 했고, 청빈하게도 살았지만, 아마 요즘은 그렇게 살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또 그렇게 한발 내디디면 다시 세 걸음을 걸어야 한다..
딜레마다....
바둑기사들 중에 이전에는 자신들을 승부사라고 잠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실은 그것도 괜한 말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사람이 사람이지 무슨 승부사종자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공연한 소리다..
하긴 긴 세월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세계대회 우승 정도는 한 번 정도 해보는 것이 좋겠지만, 사람도 없는데 무슨 승부사가 있겠는가?
시작을 알 수 없는 망상이 집단화되어서 멀쩡한 남녀가 모두 죽도록 헤매기 쉽게 생겨먹었다..
누군가 나에게 진작에 이런 단순함을 말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지만
그러나 인생은 묘한 것이라서, 아마 내가 조금더 살 날이 더 많던 시절에 그런 말을 들었더라면, 그다지 귀담아 들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니까 어리고 젊어선 들어도 세상이 궁금해서 들으려고 들지 않고
알만하면 대개 시간이 아쉬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꼭 그런 애매한 경계 선상에 있는 듯도 하다..
그러니, 어떤 황연대오의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과도한 흥분을 표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또 그리되면 그런 경우엔 또 먹물이 부족해서 그 다음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적당히 살면 된다고 하면 되겠지만
또 적당함의 잣대란 또한 아무런 일도 없음에서라야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라서
말을 통해서 전달될 것 같지도 않다..
마흔을 조금 넘겨서 타계한 나의 brother를 생각해보면, 실은 무언가를 제대로 알 기회도 없었고, 평생에 그다지 행복한 시기가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
50대 후반에 떠난 우리 어머니를 생각해보아도, 한평생이 애처롭기만 하다..
요즘 논란이 되는 강용석 변호사를 보고 있어도 묘한 느낌이 든다..
그의 지식과 구조적 통찰력 정도라면 그런대로 잘 살만한 자질들이 많다.
그런데 왜 굳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고난을 자초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모에 효도도 적당히 하면 되고, 나라에 충성도 적당히 하면 된다..
일체중생을 무여열반에 멸도를 그리 애써서 할려고 해야 하는 것일까?
바둑을 항상 그렇게 프로스럽게 둘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자기 칫수보다 조금 낮게 두어가면, 판마다 조금씩 나아지면서
그게 고급한 바둑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치를 모르고
나는 스무 살 시절에 그냥 프로의 대세관을 궁금해하기만 하였었는데
요즘 이따금 남의 승부를 놓고 과도하게 흥분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좀 웃게 된다..
프로가 아니라면 갑자기 천재성을 발휘할 필요가 없고, 그렇다면 조금씩 판마다 나아지면
그게 바로 입신의 길이 아니지 않다..
노자 63장을 보면, 성인은 결코 큰 일을 하지 않아서 큰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단순한 말인가? 원래 큰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코끼리가 냉장고에 어떻게 들어가나... 하긴 냉장고가 크면 되긴 하겠지만...
하지만 냉장고를 큰 것으로 바꾸려면, 작은 냉장고에 들어가는 냄비 속에 든 음식을 잘 먹으면서 경제력을 키워야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코끼리도 나의 냉장고보다 작아지므로 코끼리도 냉장고보다 크지 않게 될 수 있다..
아무런 일도 없다는 말을 남긴 임제나, 성인은 결코 큰 일을 하지 않는다는 밝은 격언을 남긴 노자님 등은 정말 세상을 위해 큰 보시를 하였다.. 그러나 딱지치기에 바쁜 사람들은
해가 지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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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포석짱 |
｜ 2015-08-18 오후 10:49:33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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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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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
이런 글에도 좋아하는 분이 있다니
바둑이 생긴 이래로 참 드문일이군요.. ^^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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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짱님 같은 분 많습니다.
다만 만만치 않아 나서지 않거나 그냥 바라보는 미소. 그것이 법문님의 글이지요.
저는 짱님도 상당한 고수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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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는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개미의 일상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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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
아는대로 생활할 수 없는 것이 저의 일상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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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