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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개념
2015-08-09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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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법과 판을 엎어라 두 권을 보고나니
예상과는 좀 다른 사실을 접한 느낌이 든다. 그게 무언가 하면
기풍이라는 점과 성취동기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인데
가령 조 9단의 경우 어린 자신에게 궁금한 것은 어떻게 하면 이기게 되는가? 라는 주제의식이었다고 한다. 단순히 천재성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게 왜 조금 의외일 수 있는가 하면
이 창호와 조훈현의 외형은 전혀 다르고 선택한 대응방식은 달랐지만
기본관념이 동일했다고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창호가 끝내기가 강해진 것은 타고난 자질 때문일 수 있겠지만
끝내기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둑게임의 본질이 명료했기 때문이다. 집이 많으면 이긴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의 견해로는 이 창호는 끝내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로 강한 부분은 중반전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의 해석에 대한 내 느낌은 다른 것이다.
즉 이 창호에게서 중반전은 끝내기에서 소급해서 올라오는 과정이므로
실력이 강해질수록 중반전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작은 끝내기의 단련이 끝났으면 그것을 토대로 큰 끝내기를 통한 형세판단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그것이 중반전의 강함으로 날이 갈수록 드러나게 되는 것이므로
이세돌이 말하는 이창호가 강한 중반전은 그 속살은 곧 끝내기라고 내게 이해되는 것이다..
결국 어린 이창호의 문제의식도 어떻게 두면 이기게 되는가? 라는 핵심개념에 있었다고 보면, 이건 무슨 말이 되는가 하면, 어린 이창호나 어린 조훈현의 질문은 같은 것이었다는 말이 된다.. 아마도 이 문제는 서봉수가 늦게 출발하고 외형적 공부기간이 짧아도 성공하게 된 내부적 동인이라고 이해되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질문이지만
완전히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판을 엎어라,에 나타난 어린 이세돌의 바둑습득과정을 보면 그런 문제의식이 선명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 부친의 교육과정이 좋았기 때문에 섬소년 이세돌이 도리어 종합적 커리큘럼을 통해서 성장한 것 같다..
재미삼아 배우다가 작은 재미에 취미를 붙였고, 그렇게 한 해 정도 지난 후에 고전사활집을 순서대로 학습하는 것이 기본 틀이었고, 나머진 월간바둑이 교재였다고 하는 상황이니
그에게선 상대적으로 볼 때에 핵심질문이 강조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판을 엎어라,를 보면 끝낼 수 있으면 끝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생각법,을 보면 어린 이창호와 조국수가 복기를 하는 장면이 기술되어 있다.
흐름을 보니 끝낼 수 있는데, 왜 끝내지 않는가? 라고 묻자, 소년 이창호가 하는 말이
끝낼 수 있지만, 그쪽은 변수가 아직 없는 것은 아닌데, 기보의 길을 따르면 여러 변수를 고려해보아도 질 확률이 거의 없어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체적인 내 느낌으론 핵심개념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는 어린 이 창호 쪽이 가까이 있다. 상대적으로 이세돌은 교육과정의 영향력으로 별 문제가 없어서 그대로 성장한 것이므로 과연 무엇인가? 라는 식의 질문이 형성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형태적으로 보면 이세돌과 조훈현이 닮아보이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오히려 조훈현과 이창호가 본질적으로 가깝고나 할까? 그런 면이 책 두권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금 이채롭다..
어제 실린 썰전을 보니 박정환의 수읽기가 탁월함에 이르렀다는 찬탄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박정환은 다시 세대가 흘렀으므로, 양이,의 장점을 겸비하고 있는 느낌은 든다... 만약 그렇다면 절세고수의 틀은 이미 형성되는 셈이고, 과연 내실을 얼마나 갖출 지가 관건이 되는 것인데, 어떨지...
핵심개념을 주제로 삼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말하자면 발심,이라든가 발보리심,이라든가 하는 관념이 있는데, 이 글에서 쓴 내용의 구조와 그게 좀 닮았다. 서양으로 치면 젊은 하이데거의 문제의식과도 통하는데, 그리고
생각법,을 보면 생각은 답을 찾는다,라고 하는 표현이 있는데, 이건 영감이 오는 원리에 대한 보편이론과 통하고,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으므로
더 진보해서 생각하면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라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둑의 핵심을 질문하면 그에 대한 답이 나오고, 성행위의 본질을 궁금해하면 그 본질이 답으로 나오게 되고, 만상과 삼라의 본질을 궁금해하면 또한 그 답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법,을 보면서 내용이 풍부하다고 느껴진 이유가 아마 이런 측면에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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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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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pan |
｜ 2015-08-09 오후 1:01:37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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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삼라만상의 본질? 로까지 진화한 작가의 이끌어냄이 묘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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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