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축물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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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끝내기에서 포석까지

미기축물

2015-07-09 오전 6:13 조회 4552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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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에 관한 공안도 떠오른다..
빗소리를 두고 무슨 소리인가 옆 사람에게 물으니 빗소리 아닙니까? 라고 반문했다는 이야기.. 모르고 물은 것은 아닐 것이고, 물었던 사람은 하는 말이
자신을 등지고 대상사물을 따르는도다, 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경세제민이나, 인간의 지위.. 그리고 수직적 시선 등이 모두 이와 연관된다...

우리 집에 옛날 문고판이 하나 있는데, 헌책방에서 산 박영문고이다..
인간의 지위,라는 제목인데, 속을 보면 원제가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라고 되었다..
독일사람인 셸러인가가 썼다고 한다. 제목이 좋다..
위상을 파악하면 그게 걸맞게 움직일 수 있다.. 헌법에서의 국회의원의 지위를 파악하면
행동양식이 도출되는 것과 같다..
경제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자꾸 보이기에 왜인가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조순교수가 떠오른다.. 잘은 모르지만 조 교수의 영향이 좀 있을 것 같다.
조순 시장은 부침이 있긴 했지만, 나름 이념을 따라서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서양경제학은 효율을 우선 따진다고 하지만, 그러나 번역된 경제학의 의미는 경세제민에 있다. 세상을 경륜하고, 일체중생을 구호한다는 의미가 된다..
비록 서양에서 박사들을 받아왔지만, 그래도 조 교수는 한학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요즘 경제학과 졸업자들이 눈에 띄길래 생각해보니 그의 영향이 왠지 짐작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습관들이 공통적으로 보인다고나 할까..
맹자의 주석본이 몇 나와 있지만, 기중 괜찮은 것의 하나가 비봉출판사의 것이다.. 그런데 그 사장도 경제학과 출신인데, 조 교수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설득할 수는 있지만, 설득력이 없으면 말리기 힘들다..
서양의 어떤 가치론자 중에서는 더욱 유명한 사람이 있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그 사람의 경우
지구가 망해도 자신의 가치를 버리지 않는 안정성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저의 제목도 가치론, 즉 윤리학, 혹은 에티카이기도 하다..
가치는 대개 구도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셸러의 제목이 의미로와 보인다.
나는 그의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대신에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위상은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인간으로 살아 있는 기간의 소중함을 잘 알려준다..
다만 우리가 인간이 아니게 살아본 기억들이 잘 없어서 이런 것을 납득하는 데에는 시간과 공력과 돈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에 영어공부하는 시간, 바둑공부하고 두는 시간만큼도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 헌신하지 않는다. 그러니 팔만사천배나 더 가치로운 이런 위상론을 모르는 것이 정당하리라..
인간의 위상은 곧 인간이 아닌 경우의 위상을 앎으로써 알아질 것이다.
하늘나라에는 아쉬운 것이 없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위한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마음을 내면 곧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보다 더 선진국이다.
이성의 미모로 말하자면 더욱 논할 필요조차가 없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가면 밭가는 처자들이 모두 김태희들이라는데, 하늘나라에선 기본이 우크라이나 미녀들이라면 닐러무삼하리오.. 이런 일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늘나라에선 현상계의 무상함을 관심가지기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쉬운 것이 없으니, 왜 굳이 해탈하겠는가?
그런데 대개 이런 천복에는 기한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유위복이라서 기한이 있고, 그게 끝나면 다시 인간으로, 혹은 지옥으로 간다고들 하는데, 가령 지옥을 가면 이노무 동네는 너무 바빠서 고매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삼백육십오일 날마다 스물 네 시간이 고통스러운데, 무슨 애매한 소리를 듣겠는가? 지장보살이나 관세음보살 수준이 아니면 결코 제정신의 겨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 인간으로 있을 때 잘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세상도 요즘은 많이 번잡해지고 있긴 하나 그래도 잠잘 시간도 없지는 않고, 밥먹을 시간도 있고, 휴일도 없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 생각에 따라서 생활의 방향을 잡을 수도 있으니 해탈의 가능성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딘가에선 말하길, 천인들조차도 그 중 총명한 영혼들은 하늘의 그 지극한 편리함을 버리고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떳다방 경쟁률을 다투면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어본 적이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인간으로 태어난 기간이 상당히 요긴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늘나라는 너무 편해서 조금 놀다가보면 어느 새 300년, 지옥은 일각이 여삼추와 같은 지극한 고난이 촌음의 여유도 없이 주어지므로 자유의지를 발휘할 기회가 없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인간으로 태어난 기간이라면 대통령따먹기 같은 허망무쌍한 놀음을 하고 있기엔 너무나도 과도하게 고귀한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인간세상에서 사실 무언가를 알 만한 기간은 별로 없다. 30년은 적응기, 이후 30년은 다시 먹고사니즘.. 그 과정에 무언가 실마리가 조금 보일려고 하면 이미 조르단 리버의 물소리가 들릴 지경이니, 심하게 말하면 아주 작은 기회라도 팔만사천배를 부풀려서 활용할 가치가 있는 매우 귀한 가치가 있는 시간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경세제민이라는 말이 세상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도 대개는 허망한 말이다. 왜냐하면 정작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에 대한 어느 정도라도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도 정립되기도 거의 불가능한데, 무슨 경세를 하고 제민을 하겠는가? 그러니까 인간세상은 말에 비해서 실제상황은 매우 각박할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런 복잡다단한 맥락을 배경에 가지고서 단지 한 구절 자신을 등지고 대상사물을 좇는구나,라는 구절 하나에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의 문제와, 경세제민의 이념을 결합할 수도 있는 안목이 있다면 정말 어느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매우 희유하다고도 여겨진다..
사실 요즘 그리스정국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조금 과도하게 착했었나,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한 이런 미기축물과 같은 비결을 접하고 있으면 빌린 돈을 조금 덜 갚을 수 있다고 해봐야 그게 무슨 큰 복락이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자신을 등지고 대상사물을 좇는다는 말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대상사물을 좇지 말고 자신을 등지지 말라는 말이 될 것인데, 이것은 혜능스님의 고사에서도 다시 나온다.
육조가 의발을 전수받고서 도망가다가 대유령에 이르렀을 때에 장군출신의 승려가 뒤쫓아와서 덜미를 잡혔다. 문제가 된 의발을 바위에 던져두었고, 혜명이라는 이름의 그 스님이 옷가지를 집어들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진땀이 나는 혜명은 비로소 자신이 그 긴 거리를 쫓아오면서 동력이 되었던 그 마음을 상기하고 젊은 혜능에게 외쳤다.
행자님, 제가 구하는 것은 옷이 아니라 법입니다. 전해받은 그 법을 듣고자 합니다. 라고 외치고, 그 말투 속에서 진정성을 느낀 젊은 행자가 저유명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불사선불사악 그때에 당신의 모습을 어떠한가? 머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여기에서 안목이 열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문관에 보니 다시 이야기가 더 나온다. 혜명은 상황이 너무 단순하여 의아해하면서 다시 물었다고 한다. 혹시 그밖에 전해받은 다른 비결은 없습니까? 이렇게 묻자, 여기에서 혜능은 다시 활인검을 깊이 꽂아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묻는 당신이 바로 비결이오.. 여기에서 보면 혜능스님의 이 비결과 경청스님의 미기축물이라는 발언이 동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신이 바로 비결이라는 말이다.. 대상사물의 근거없는 추종을 벗어나서 당신자신에게 돌아가라, 당신이 바로 비결이다,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pre-history가 있다. 왜냐하면 육조의 경우 무주,에 관한 경구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은 나뭇군이 들었던 그 무주의 경구 이후에 다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조를 찾은 혜능이 일년 정도의 연수기간을 거치고나서 게송오디션에서 이긴 후에 한밤에 오륙조가 회동을 했는데, 여기에서 홍인대사가 무식쟁이 혜능에게 금강경해설을 해주었다고 한다. 거기에서 혜능스님은 앞서 들었던 무주에 대한 구절의 맥락을 파악한 후에 비로소 크게 깨닫고 오도송을 지었다고 하는 내용을 넣은 판본이 있다. 판본에 따라서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게송을 보면, 그게 바로 미기축물을 하지 말고, 그대 자신이 비결이라는 말의 내용과 거의 같다. 기억나는대로 써보면, 우리들의 마음이 본래청정하고 동요가 없으며, 본래 구족하고 생멸이 없으면서도 만법을 낳을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결국 무슨 말이 되는가 하면,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가 유용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이러한 것을 알면 오히려 모든 상황을 알 수가 있는데, 다른 곳에선 바빠서 이런 상황을 파악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라는 제목을 남긴 셸러라는 사람의 영혼도 상당히 매력적임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이런 위상학적 관점을 파악해서 그에 걸맞게 실천하고 관찰해서 스스로는 혜능의 오도송에 나오는 바의 본래적 해탈을 깨우치고, 더 나아가서 경세를 하고 제민을 할 수 있는 그 모든 근거가 오직 자신을 등지지 말고 대상사물을 좇는 억겁의 유희를 그만두라는 단 한 구절의 말씀에 압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인생은 묘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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