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거래하는 농협에 내가 조합원 신분인지라 아내는 준조합원 자격으로서 해당 농협에서 탁구를 공짜로 치고 있다.  한 10명 정도로 탁구 동아리를 결성하여 매일 모여 탁구를 치면서 가끔씩은 탁구시합도 하는 모양이다. 아내는 30여 년전에 탁구를 약 1년간 치다가 포기하였다가, 늙으막에 탁구가 좋은 운동으로 여겨져 이제 겨우 약 10개월 정도 탁구를 쳐본 모양이다.

예전에 자신이 다니는 성당 신부님이 나보다 탁구를 더 잘 친다고 호들갑을 떤 적이 있었다. 신부, 목사님 등의 직업을 가진 성직자분들은 적당한 놀이 문화가 그리 많지를 않아 탁구에 매진하는 분들이 많다. 어느 지역 목사님들은 탁구 동아리를 만들어 탁구로 내기를 하는 분들도 더러 보았다.

때로 의사분들이 탁구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는데 몇십 년전 당시 그들 동아리 회비만도 2,000만 원 이상이 적치되어 있었다. 의사분들은 고급 인력 직업군으로 일과 후 쉬는 시간대가 비슷하여 서로 똘똘 뭉쳐 탁구 운동을 꽤 즐겨 하는 편이다.

약 20년 전인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아내가 다니는 성당에 들려 그 신부님과 탁구대를 마주 하고 탁구를 친 적이 있었다. 몇 차례 랠리를 하면 금방 상대의 탁구 실력을 알 수가 있다. 이는 김두한이 시라소니를 만났을 때 김두한이 시라소니의 실력을 단번에 알아 보고 싸우지 않고 바로 형님으로 모신 이치와 같다.

당시 아내는 내 탁구 서비스를 잘 받으면서 랠리도 쉬웠던 반면에, 자신의 성당 신부님 탁구는 서비스에 회전이 많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반면, 랠리에서도 그 신부님이 너무 공을 좌우로 돌려서 송구하기에 아내는 도저히 그의 회전 공의 임팩트를 맞출 수 없어 공을 날렸기에 그리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는 21점제였었다. 참고로 11점제는 2001년 부터 바뀌었고 그것은 유럽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입김으로 내년부터 탁구공의 재질과 공의 제조법도 바뀐다고 한다. 중국의 탁구 독식을 견제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공동대응이다.

현재의 탁구공은 공의 반쪽을 서로 접착시키는 방법인데, 내년부터는 배구, 농구, 축구공처럼 주사기 바늘로 탁구공에 공기를 주입 후 구멍을 땜질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공의 회전이 적어져 힘의 탁구를 구사하는 유럽인들이 체구가 작은 동양인들 보다 훨씬 유리하게 된다.

당시 신부에게 21제에서 내가 그에게 10점을 접어주고 탁구 경기를 벌였는데, 내가 무난히 그를 이겼다. 아내는 내게는 만만하고 신부에게는 꼼짝 못 해서 신부가 나보다 위 수준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어쨌던 아내는 농협에서 열심히 탁구를 치고 있다. 아내의 실력은 이제 겨우 약 10개월 정도 배운 실력의 수준이다.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은 농협이 쉬기에 아내는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 가서 탁구를 가르쳐 달란다. 두어 시간 정도 탁구를 아내에게 가르쳐 주고 2년 정도 탁구를 배운 두 여성팀에게 우리 부부와 복식 경기를 해보자고 제안하였다. 아내는 바로 손사래를 친다. 그녀들의 탁구 랠리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의 탁구 기본기가 갖추어지지 않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어차피 아내는 탁구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기 보다는 대충의 기술을 익혀 빨리 탁구시합에 으용해 보고 싶어 하는 유형이다.

아내가 아직 커트 실력이 약하기에 나는 그녀들에게 너클(무회전)성 서브를 구사하며 그녀들과 탁구경기를 치뤘다. 경기 결과는 아쉽게 2:3으로 패하였다. 아내는 게임이 형편없이 안 될 것으로 쫄아 있다가 의외로 엇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매우 고무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농협에서 가끔 탁구 경기를 벌이는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하였다.

모든 체육 경기가 그러하듯이 복식 경기에서는 상대편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복식 경기는 파트너와의 화합이 중요하기에 단식경기를 치루듯 해서는 필패를 하게 된다.

서비스를 어렵게 넣어 단번에 상대의 숨통을 조이려기 보다는 상대에서 리시브한 공이 아내가 좋아하는 볼로 리턴되게 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허긴 복식 바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만 고집하다가는 파트너와 궁합이 맞지를 않아 패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우리네 부부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배우자의 생활에 적응 급수를 알아 상대방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만이 선이라는 고집은 부부싸움으로 결국 팀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배우자의 기호를 잘 알고 그에 걸맞게 포용해 주는게 최선의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