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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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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재산권
2014-10-20 오전 11:31 조회 4770추천 5   프린트스크랩




  A 초등학교의 방과후 특별활동 과목에 바둑이 있다.

  이십여명의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두는 모습은 다른 특별활동반 못지 않게 열의가 넘쳤다. 바둑판이 십조, 인터넷 바둑도 할 수 있도록 세 대의 컴퓨터도 비치되어 있었다. 컴퓨터 바둑은 내용이 자동 저장되는 잇점이 있으나 직접 대국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 복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될 수 있으면 기억을 되살려 복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것도 기력 향상의 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아이들의 질문과 상상력은 어른들을 이따금 당황하게 만들 때가 있다. 나는 방과후 바둑 강사랍시고 시간 때우기에 급급하였는데 엉뚱한 질문에 당황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루는 한 아이가 질문하였다.

  - 선생님. 우리가 둔 바둑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가요?

  - 가지다니 뭘 말인가?

  - 소유권이라고 하던가, 재산권이라고 하던가 텔레비 보면 그런 말 나오던데요? 내가 뒀으니까 그 내용을 내 것으로 하면 되는 건지 말예요.

  나는 즉시 답을 줄 수가 없어서 못들은 척 했다. 사실 대답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 다른 반에 보면 발명반에는 자기가 만든 걸 등록해서 특허까지 받는다고 하는데 바둑은 그런게 없나 해서요.

  나는 더 이상 피해갈 수가 없었다.

  - 그, 그건 말이지. 바둑에는 아직 그런게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서 앞으로는 아마도 좋은 방안이 나올꺼야.

  더듬거리며 넘어갔지만 아이의 질문에 대한 시원한 답이 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했다. 나도 여태껏 바둑만 두었지 한판의 바둑, 그 기보에 대한 권리라는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무수히 머리 속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현상 정도로 여겼으니까. 저장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저장된, 기록으로 남겨지는 것은 다를 것이다. 기보로 남겨지는 것은 마땅히 권리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사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사람 고유의 것임에 틀림없다. 각자의 두뇌에서 뿜어내는 현상은 그 사람만의 비밀스런 창조적인 작업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판의 바둑을 두면서 만들어내는 기보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의 창조물이다. 급수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누구든지 창작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바둑이 두사람의(두사람 이상 두는 경우도 있지만) 치열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므로 소유권 공유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소유권의 다툼은 권리를 인정받은 그 뒤의 문제이다. 그럼 기보의 소유권은? 당연히 기보를 창작한 사람에게 권리가 있을 것이다. 혹자는 두사람의 우연한 만남의 정신적 산물이어서 권리가 인정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극소수의 주장에 불과할 따름이다. 자신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면, 기보를 남겼다면 그것을 근거로 얼마든지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리적으로 논하기 이전에 자연스런 상식이 아니겠는가. 다만 지금까지 그것을 모르고 지나쳐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을 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라도 잠을 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가 아닌가.


  아이의 질문이 기보재산권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그 아이에게 감사하고 싶다. 잊고 있었던 문제를 가르쳐 준 아이.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예상외의 기발한 묘수를 둔 어린 영재를 본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질문을 받은 후 아이들의 기보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하였다.
  기보 용지를 나누어 주고 스스로 기보를 작성토록 하였다. 자신의 착점을 기보에 옮겨 적는 것도 하나의 소중한 공부였다. 기보를 모아 보관하여 추후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였다. 인터넷으로 둔 바둑도 저장기간을 고려하여 따로 복사하여 개인적으로 보관을 하든지 기보로 작성하여 남길 것을 권하였다. 자신의 실력이 느는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중요한 재산이 될 터였다.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정신적인 산물. 그것은 그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것이고 타인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권리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먼 훗날 바둑의 고수가 되어 자신의 기보가 다중을 위한 교육 자료로 쓰게 된다면 당연히 지적재산권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사용하기 전 반드시 바둑을 생산한 사람의 동의를 얻은 뒤 사용하라고. 마치 고수가 하수와 함부로 바둑을 두고 싶지 않은 것, 하수의 간절한 요청에 어렵사리 응하는 모양새와 흡사한 것이다. 그냥 무료로 가르쳐 주는 학원이 없는 것처럼 자신의 소중한 정신적 재산을 지킬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발명반에서 발명 특허를 내듯, 한판의 바둑도 기보로 남겨 자신의 귀중한 재산으로 갖게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지킬 방법을 알려주는 지름길이기도 할 것이다. 바둑판 위의 창의적인 수놀음이 다른 분야에도 파급될 수 있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귀여운 손놀림에서 바둑판을 꽃피우고 다른 학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생산적인 것이 어디 있으랴.

  나는 관련자료를 찾아본 끝에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기보재산권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기보재산권 : 기보는 인간의 정신적인 창의물의 소산이며 기보의 공개 배포, 전달과 특정한 방법의 사용권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재산권은 소유권을 포함하는 배타적 지배권으로 보호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보재산권을 얻기 위해 관련기관에 꼭 등록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기보를 생산한 때로부터 권리가 발생한다. 그러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절차 즉 공인된 관련기관에 등록해야 한다.
  기보재산권의 침해는 일종의 친고죄에 해당한다. 침해당한 사람이 고소, 고발을 해야 죄가 성립된다. 기보를 불법으로 복사 배포 전달했다고 해도 생산한 권리자가 고소,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보의 공유권은(흑과 백) 각자 단독으로 가지되 사용수익 처분권은 의사합치에 의하여야 한다. 기타 사항은 이와 유사한 타 법률의 사례에 따른다.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운 문구로 보일지 모르겠다. 쉽게 풀어 얘기 해주는 것이 좋을 듯 한데 어릴때부터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둑의 상상력은 기존의 모든 제도적 틀까지도 깨뜨려버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 바둑의 미래가 끝없이 펼쳐 나갈 것이므로.

  한 아이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한번 더 점검하고 나서 나는 다음 바둑 강의를 준비하려고 교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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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공0 |  2014-10-20 오전 11:54: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유쾌한 발상이고 권리부분이라 상당히 어렵네요. 제 생각에는 재산권이란 용어를 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고 기보 고유 번호 부여가 정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을 저술하면 isbn이 부여 되고 태풍에도 이름이 부여 되듯이요.^^  
李靑 |  2014-10-20 오후 2:57: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기보저작권이란 논쟁이 7년전 즘 있었지요.저두 한꼭지 쓴 적이 있습니다. 결론은 안된다였는데 제가 로펌 세종 파트너 변호사와 여행을 한적이 있는데 며칠 이문제를 집중 거론한적 있습니다. 법 제정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실익이 있겠느냐는 결론을 얻었네요^^  
거제적당 |  2014-10-21 오후 5:35:35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재산권의 의미란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 같은 데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기보가 얼마나될 지 모르겠습니다. 정석의 경우 처음 사용한 사람이 권리를 주장하면 다른 분이 사용하지 말아야 될까요? 바둑에 관한한 지적 재산권이라는 말은 조금은 어색하게 여겨집니다  
팔공선달 |  2014-10-22 오후 2:28: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기보저작권이라는 발상은 이청선생의 말대로 꽤 오래전에 거론 된 듯합니다. 그런데 바둑의 특성상 지금의 주장대로라면 더 이상의 진화나 공유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 시대를 이끌었던 고수들의 기보가 연구 되지 않는다면 답보 상태에서 걸출한 천재들만 기다리거나 작금의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대로 유전고수 무전하수의 시대가 되어야 된다는 것인데... 뭔가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글쎄요.....저는 잘 모르게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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