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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외계인과 대화하다!
2014-08-05 오후 1:12 조회 4672추천 7   프린트스크랩



  오래전부터 외계인을 찾기 위한 연구가 있어 왔지만 이렇다할만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과학자 T에게도 그것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지구와 같은 행성의 존재,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을 외계인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태양계 밖에 수십, 수백개도 넘는다고 일부 과학자들은 단언하고 있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중에 T도 들어 있었다. T는 그것을 증명해 보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까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T는 한가지 기발한 생각을 했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T는 바둑은 중하급 수준이었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어느 누구 못지 않았는데 바둑을 통해서 외계인과 교신을 해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착상이 떠오른 것이었다. 과학자답게 그는 연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바둑판을 하나 구입하였다. 옥상에 바둑판을 차려 놓고 천원에 해당하는 곳에 안테나를 꽂았다.
  천원은 바둑판의 중심점이며 우주의 중심과 같은 곳이었다. 모든 기운이 천원으로 집중될 소지가 많았다. 바둑판 주변에는 소형 태양광을 설치했다. 음파 탐지기등 각종 부대시설도 함께 갖추었다. 자가 발전을 하며 전파를 발사하고 받아 들이며 외부에서 수신되는 전파장은 수시로 기록 저장되도록 했다.
  T는 모 천문과학원에서의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옥상으로 올라가 안테나와 기기를 점검하고 바둑판 주변에서 숙식을 하였다. 전파 수신은 낮보다는 소리의 밀도가 높아지는 밤이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아내의 불만을 달래면서 T는 헤드폰을 끼고 온 신경을 음파 수신기에 집중하였다. 알 수 없는 잡음, 비명같은 소리가 귓속을 흔들었다. 잠잠해졌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파도처럼 귀를 멍멍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T는 밤 기운에 휩싸여 바둑판과 천원에 꽂힌 안테나, 주변 기기를 번갈아 가면서 주시하였다. 마치 먹이감을 발견하고 결코 놓치지 않을 듯이 서서히 접근하는 맹수처럼.

  그날도 T는 평소와 다름없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등의자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크고 작은 무수한 별들이 반짝거렸다. 보석을 흩뿌려 놓은 것처럼 화려하게 빛났다. 끝도 깊이도 알 수 없는 우주의 바다 속에 침잠하는 기분이었다.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T의 집은 자동차 소음과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밤의 정적이 점점 짙어져 왔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T는 졸음을 못이겨 스르르 눈을 감았다. 금방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T는 귓속의 요란한 잡음에 눈을 떴다. 알 수 없는 신호음이 굉음처럼 T를 흔들었다. T는 화들짝 놀라 수신되는 전파음을 잡으려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바둑판 위의 안테나, 음파측정기 등을 바쁘게 점검했다. 잠든 사이에 날아든 듯한 음파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신호만 내고 있었다. 한동안 정신없이 허둥거렸다. 잠은 어느새 확 달아나고 없었다. 그런데 음파 수신 기록 장치에 모르스 부호같은 것이 표시되어 있었다. 점과 선으로 이어져 무언의 의사표시를 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것은 이제는 한낱 옛것으로 치부되어 버린 모르스 부호였다. T는 옛날 한때 배웠던 모르스 부호를 기억해 내곤 뜻을 해독해 보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외계에서 날아온 통신이었다.


  - 안녕하세요? 지구인 친구. 이 전파음을 받는 당신은 행운아로군요. 여기는 태양계 밖 X행성의 우주 본부 상황실입니다. 우리는 지구의 존재를 이미 파악해 왔고 지구인과의 교신을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는데 다행이 이번에 성공한 것 같군요. 우리 X인은 지구보다 훨씬 문명이 발달해 있지요. 모르스 부호가 가장 소통이 쉽겠다는 생각에서 이것을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바둑의 존재는 익히 알고 있지요. 지구의 바둑 역사보다 훨씬 이전에 바둑과 비슷한 점선이 교차되는 도구를 놀이 문화로 사용해 왔습니다. 바둑 안에 천체만상이 녹아있듯이 우리 놀이 도구도 그렇습니다. 아마도 바둑의 천원에서 발산한 기운이 우리 X 행성의 기운과 맞아 떨어진 것 같군요. 그런 점에서 귀하의 기발한 착상이 소통에 성공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우리가 지구로 교신되는 라인은 바둑의 천원임을 확인하게 된 겁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교신을 시도했는데 이렇게 쉽게 소통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다음에 연락을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X인 친구가 보냄.


  T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T의 조잡한 교신기구로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냥 호기심삼아 했던 일이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 나타날 줄이야!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찾아내지 못했던 통신 라인을 발견했다는 것, 외계인이 지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보고 있었다는 것, 그들의 문명이 지구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는 것, 바둑과 같은 놀이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 등 놀란만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T는 흥분을 애써 누르며 답신 전파를 보냈다.

  - X인 친구에게. 귀하의 내용 잘 받아 보았습니다. 태양계 밖 외계인이 있다는 것 뜻밖의 희소식이었습니다. 지구가 생긴이래 가장 흥분되는 순간입니다. 지구안에 갇혀 있던 세상에서 지구 밖, 그것도 태양계를 벗어난 먼 곳에 또다른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친구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합니다. 우리와 비슷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모습일지. 하지만 그것이 지금 무슨 대숩니까? 외계인의 세계가 있고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살이 떨릴 지경입니다. 다음 교신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지구인 T가 보냄.


  T는 다음 교신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그 이후로는 반응이 없었다. 전파 잡음이 복잡하게 얽혀 잘 잡히지 않았다. T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날이 밝아오자 T는 옥상에서 내려왔다. 낮에는 교신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T는 해독한 문건을 들고 사무실에 가서 직원들에게 낭보를 알렸다. 직원들은 반신반의하였다. 도대체 바둑판을 이용해서 외계인과 통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거였다. 바둑이 뭐길래 그게 가능하냐고. 그러나 바둑을 둘 줄 아는 직원들은 그럴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T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논란 끝에 아직 외부에는 알리지 말고 일단 대외비로 하기로 하였다. 추가적인 교신이 있으면 그때 공개하기로 했다. T는 내심 불만이었지만 소내의 방침에 따르기로 하였다. 후속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후 T는 매일 저녁 옥상으로 올라가 살다시피 하였다. X인의 추가 답신은 잡히지 않았다. 기대는 실망감으로 변해갔고 조금씩 지쳐갔다.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것인가. T는 초조와 긴장 속에 속이 타들어 갔다. 두달 가까이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T의 기력이 거의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꺼져 가는 T의 불씨를 살리는 소리가 기적처럼 들려 왔다.


 
- 지구인 친구에게. 그동안 잘 지냈는지요? 친구의 응답을 받고 저도 무척 놀랐답니다. 우리 본부에서도 환성을 질렀고 곧 답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서 늦었습니다. 우리 X행성을 다른 외계인들이 침입하려는 비상사태가 있었지요. 우리의 사전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되어 가까스로 진정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랍니다. 지구는 형편이 어떤지 모르겠군요. 이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언제 어디서 적들이 나타날지 알 수가 없어요. 지구인들이 우리와 협력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기를…. X인이 보냄.

  T는 또다시 흥분되었다. 교신은 성공한 것이었고 외계인과의 채널이 확보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못할 사실로 증명된 셈이었다. T는 이제는 좀 차분한 심정으로 전말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 외계인과의 교신 기록 보고서

  천문학을 공부한 내가 문득 우주의 정점에 섰다. 그것은 바둑을 통한 것이었고 천원에 바둑돌을 놓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곳을 통하여 우주와 통할 수 있다는 확신같은 걸 느꼈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교신기구를 장만하고 바둑의 천원에 안테나를 설치하였다. 누가 보면 장난처럼 보일지 모르는 일이었으나 그것을 통하여 거짓말같은 일이 일어났다. 외계인의 전파를 감지하고 해독하였으며 그것은 태양계 밖 X행성에서 온 것이었다(교신기록 참조). 그들과의 교신 대화 창구는 오직 바둑 천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또 실제로 추가적인 교신으로 그것은 증명되었다.
  그들도 바둑과 유사한 놀이문화를 갖고 있으며 교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씨름과 몽골 씨름 버흐가 유사한 점이 있듯이. 인류 최초로 시도된 것이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것 또한 조작이니 어떠니 떠들어댈지 모른다. 기록을 믿고 안믿고는 여러분의 자유이다. 단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지구 혼자만의 힘으로 이 우주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보다 많은 외계인과 접촉하고 교류를 통해서 지구 발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수단이 바둑이라면 지체없이 받아 들이고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구가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라면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월 ○일. 한여름밤에. 바둑을 사랑하는 T가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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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  2014-08-05 오후 2:38: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contact하고 바둑이 묶였네요.. ^^
 
李靑 |  2014-08-05 오후 6:11: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네에~  
말레이시아 |  2014-08-05 오후 6:51: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국 철학이 하늘까지 통했군요. 잘 읽었습니다^^^^  
곰소가는길 |  2014-08-06 오후 3:27: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꿈꾸는 것이 자유라면 그 꿈의 표현 역시 자유이다.
천국을 팔고 지옥으로 협박하는 오래고도 오랜 인간을 향한 겁박처럼, 설사 우주의 생물이 있다 한들 무의미.
안드로메다가 256만광년, 거기서 출발하여 조우하려면 빛의 속도로 256만년 후이고....지금의 우주선 속도로는 몇수십억년이 걸릴듯.......
종교인들의 협박만큼이나 천문학자들이 목줄의안전을 위한 구라도 무시못해여.......
과학을 빙자한..........
그래도 과메기님의 꿈꾸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팔공선달 |  2014-08-08 오후 4:42: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늘 기발한 발상의 기인^^ 오로의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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