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의 삶을 산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각 분야의 수많은 스타를 우상으로 삼고 그들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실상 인생의 탈과 대본은 뜻대로 받아들지 못한다.

노력여하에 달렸다지만 타고난 천성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니까.

남자와 여자 양반과 백정 부자와 가난뱅이........

그러나 주체로 주제를 끌고 가지 않아도 자기가 주체가 된다는 것을 모른다.

세상은 무엇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들에 의해 조화를 이루니까

평소엔 부드러우면서도 지적이나 고비엔 카리스마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사람이 리더로 있는 집단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엑스트라가 필히 있어야 한다.

곰이 있어야 땐 놈이 있듯이.

삶의 부분을 대변하는 모든 드라마 영화는 흥미 위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메시지를 담는다.

수준에 따라 무겁고 따분하고 솔깃하고 공감하고 때론 허허 웃고 말지만.

그 속에 한 부분으로 우리는 대본에 충실한 연기자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신이든 운명이든 그 어느 작가의 시나리오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무엇을 무엇처럼 무엇이 되고 싶은 욕망은 간절하지만

주어 진 역할의 대본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마음과 다른 행동이 나온다.

그것은 주인공이 지나가는 역할을 해도 범상치 않고

엑스트라가 전력을 다해도 오버되는 이유가 탈의 선입견이리라.

나는 무슨 탈을 받아 들었을까.

나의 작가는 무슨 이유로 나를 캐스팅했고 언제까지 나를 기용할까.

간혹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대본보다 더 멋진 액션과 임기응변 같은 것.

만약에 그것이 작가에게 인정받으면 우리는 흔히 인생 역전이라 한다.

각본을 수정하고 주인공으로 발탁되지 않아도 비중을 달리 할 테니까.

어쩌면 주인공을 일찍 고사시키는 수도 있겠다.

인생은 그런 공연과는 달리 부분적으로 모두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우리의 욕망이 스스로를 엑스트라로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네가 곧 주인공이라는 말이라 생각하는데 흔히 아집덩어리로 오해한다.

단 하나뿐이니 아끼고 사랑하라는데.

나도 그동안 늘 주인공이었지만 작가는 허접한 인간상을 보여주려 한다.

고비마다 죽이지는 않으면서 그렇게 반전도 없다

작가는 나를 환경에 휘둘리는 샐러리맨으로 묘사하고 싶은가 보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이왕이면 인간승리가 좋은데.

아직 공연은 끝나지 않았지만 해피엔딩이라면 꼭 마지막에 할 필요가 있나

조금 즐기는 과정도 주면 안 된단 말인가.

아니면 비운의 마무리라 지레 실망하여 출연펑크 낼까봐 조절 하는 것일까.

어떤 날은 신명나게 춤사위를 펼치고 관중들을 울리고 웃기다가도

탈을 벗고 나면 만족보다는 허탈감으로 무기력 증에 빠질 때도 많다.

나에겐 또 다른 내가 있는데.

뭔가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은데 조금 모자라는 난관을 해결하지 못해

또 그 자리에서 익숙한 대본대로 연기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를 찾는 욕망을 접어두고 무대로 나서려 거울 앞에 섰다.

그렇게 나의 인생이란.

탈속에  나를 가리고  그들이 보고 싶은 또 다른 나를 보여주는 탈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