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넘지 못하면 돌아간다.

억지 논리를 내세우지 않기에 승자도 패자도 없고 항상 자신으로 존재한다.

산이고 골이고 바위고 그리고 물이고 시내고 강으로 바다로.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이것이 순리가 아닐까.

터널을 뚫고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고 댐을 막아 가두나 동기가 겸손치 않으면

물의 무지를 탓하는 오만함이 되고 물의 인내와 배려를 오해한 무지가 화를 부른다.

자기주장만 옳다하고 왜. 라고 달려드는 이는 신도 어쩔 수 없다고 했던가.

너무 황당하고 피곤한 하루를 보냈고 세상이 우습게 돌아가는 걸 새삼 느껴야했다

제도적으로 순리와 이치와 상식 그리고 보편적인 정서까지 감안해서 법이 있는데

인간의 억지는 그 사람의 인격이라 순리로는 교화할 수 없다고 포기 하더라도

법은 그래서 안 되는데 그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나 개인의 편견인지는 몰라도.

“경찰입니다. 그만 하세요.”

나서서 수습할 생각은 않고 마이크로 방송만 해대고 상황은 긴박했다

경찰이 왔다는데 잠시 안도하다가 손에 든 각목에 힘을 주었다

현시점에선 도움이 되지 않음을 경험으로 직감했기에.

한방에 끝내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상대 손에 든 피 묻은 맥주병을 보아서도 안 된다.

오직 상대의 눈을 보고 행동을 짐작해야하고 머리나 목을 겨누어야 한다.

한 놈은 벌써 쓰러져 있고 한 놈은 주둥이로 동료를 부추긴다.

“그 새끼 죽여 버려.”

아랫도리 급소에 한방 먹고는 주둥이만 살았다

쓰러진 놈은 제대로 꽂혔기에 제쳐두고 독이 오른 저 살모사만 남았다

나는 살려고 하고 저놈은 나를 죽여야 분이 풀릴 것이다

대치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머리를 숙이고 놈이 달려들었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한방에 맡겼다

후다닥. 우당탕. 쿵.

그러나 나의 손은 허공을 휘돌았고 순간적으로 공포가 음습했다

(당했구나)

한때는 싸우면 웃통을 일부러 벗어 던졌고 바지까지 벗어 던지는 친구 놈도 있었다.

허나 아차 하는 순간에 맥없이 쓰러지는 친구를 보고는 담엔 방탄조끼를 준비했다

별 요란한 장비는 아니고 둔하지 않게 신문지를 적당히 배에 두르고 조끼를 입었다

환경에 대한 반항심으로 시작한 게 동안에 사회적 모순을 죄다 경험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쓰러지고 간병으로 15년 가까이 공백이 생겼다

권투에서 테크닉으로 상대의 주먹을 피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맞게 되어도

절대로 눈을 감지 말고 눈을 뜨고 맞으라 했다 실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했다

하지만 실전 공백이 두려움과 함께 몸이 마음대로 따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음 동작으로 옮겨야 하고 거리를 확보해야하고 놈의 손에 든 병도 피해야하고

단 몇 초의 순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가고

악을 쓰면서 몽둥이를 휘저으며 어떻게든 자세를 잡으려 해보았지만

벌써 목과 손목이 제압당한 듯 했다

(이제 마이 묵겠구나)

그 싸늘한 공포와 자포자기로 어느 정도는 각오하면서 죽기로 다시 악을 써 보았다

“이제 그만 하세요.”

???????????

기분과는 달리 서산에 걸린 태양이 아름답게 보인다.

정열의 시간을 마무리 하는 붉은 머플러를 두르고 여운을 즐기려는 듯

다리위로 기차하나 떠나보내고 “딱” 하고 손가락 튕겨 가로등도 밝힌다.

그리고 검붉어진 도포자루 휘두르며 사라지니 세상엔 어둠이 내려앉는다.

과연 나의 석양은 저렇게 멋스럽고 여유 있을까.

강둑에 차를 세워두고 고른 잔디를 골라 앉은 선달이는 들고 온 봉지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골뱅이 통조림을 꺼내 따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며

소주마개를 비틀다 애마에게 눈을 돌려 혼자서 중얼 거린다.

(오늘은 우리 각자 다른 방을 써야겠다)

뽀드득.

외로우나 즐거우나 언제나 귀에 익은 엇갈린 매듭이 풀리는 상쾌한 소리.

오늘은 병 채로 마시기로 했다

석양을 바라보며 애마에 몸을 날려 싣고 럼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시고는

선인장 길 떠나는 추억의 장고가 될 순 없기에 애마를 세워두고 강둑에 앉았다

말은 서서 잔다니 여기에 세워두고 마부는 취할 때까지 마시다 갈 것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꿀꺽 꿀꺽 들이키는데 눈 아래 산책길에는 남녀노소가 분산하다

잠시지만 엇갈린 삶의 수채화 일까.

“이름은.”

“선달입니다“

“선 씨요.”

“아니요 팔공 입니다.”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이름을 물었으니까요.”

어저께 저녁 남부정류장에서 취객들과 시비가 싸움이 되었고 파출소에서

밤늦게 경찰서로 넘어갔다가 다시 아침부터 온 종일 시달렸었다

파출소에서 했던 절차를 되풀이하는데 짜증이 났고 결과에 불만이 많았으니

아무래도 말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상방이라고.)

이런 개 같은 일이 있을까 했지만 결코 개 같지 않다는 개 같은 법이 있었다.

“아저씨 수고하십니다. 우리 요 위 금탑아파트까지 부탁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저 오늘 비번입니다.”

“이 십새끼들 보자보자카이 사람 열 받게 만드네 진짜.”

“................. 뭐라고요?”

옆에서 일행이 거든다.

“이 새끼들 모두 고발해.”

“고발할 거 어딘노. 바로조지야지.”

“퍽”

“억”

“퍽”

“헉“

구두 발로 뒤통수를 걷어차이고 연속으로 면상을 한방 먹고는 본능적으로

차에서 뛰어 내렸다

눈이 불이 들어오고 사지가 벌벌 떨리며 보이는 게 없었다.

두리번거리다 그놈들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가로수로 달려가 지지대를 뽑아 들고

먼저 나오는 놈을 후려쳤다

“퍽”

맥없이 쓰러지는 놈에게 구두 발로 면상에다 한방 더 먹였다

홍수환처럼.

나머지 한 놈은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주 통로는 막혔고 좌측 도어는 열리지 않으니 나올 길이 없었으니까.

“그 새끼들 아까부터 시비 하던데 영 주기뿌라.”

옆에서 다른 기사들이 응원하고 대로라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유리한 상황을 잡았으니 저 놈은 여유를 가지고 조져야지.)

벌써 피를 보았고 흥분은 극에 달해 있었기에 오직 복수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사고라는 게 별 일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가 싶다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놈을 문을 열고 후려치니까 밖으로 튀어 나왔다

몽둥이를 휘두르니 방어하기에 급급한 놈의 아랫도리가 훤히 비었다

시원하게 걷어차니 비명도 못 지르고 오그라드는 오징어가 되어 버린다.

와중에 경찰이 왔고 일행 중 한 놈이 술을 사오다 이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이 십 새끼 뭐꼬.”

들고 나오든 맥주병 두 개를 부딪쳐 깨다가 손을 다친 것이다

그들은 내가 승차거부를 하는 뒤에 있던 총알택시로 오해했던 모양이다

빈차등도 없었고 부재차량 표시도 앞뒤로 걸려 있었는데도.

뒤에 줄지어 서 있던 택시와는 거리도 50여미터 떨어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반월당과 남부정류장에는 웃돈을 받고 시외만 뛰는

일명 총알택시가 상주해 있었는데.

뒤에서 몇 번 묻다가 그 불똥이 내게 떨어졌던 것이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무능하다고 본 경찰이 이미 돌아서 접근하였고

달려드는 세 번째 놈의 발을 걷어 차 넘어뜨려 제압했으며

타이밍을 보고 휘두른 나의 일발이 그래서 허공을 돌았던 것이고

그리고 나도 지원 나온 다른 경찰에 제압당했던 것이다

결국은 검찰까지 가게 되었고 나는 정당방위가 아닌 상방의 판결에 어이가 없었다.

이유는 일차로 맞은 상태만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폭행이 이어지면 달아나던지 계속 맞든지 해야만 하고

그래야 피해자로서의 자격을 유지 한다는 법해석이었다.

무심한 듯 거만한 듯 검사는 상주 형사에게 맡겨두고 신문만 뒤척이고 있었다.

“조서를 마치고 담당 형사가 검사에게 묻는다.”

“검사님 마쳤습니다.”

신문에서 눈을 떼고 힐 끗 올려다보더니 그냥 턱을 들어 끄덕인다.

“따라와요.”

나를 데리고 대기실로 가더니 A.B.C 견본이 있는 곳에서 한 곳을 가리킨다.

“살 붙이지도 빼지도 말고 그대로 써야 됩니다.”

시키는 대로 적는 동안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알 만한 사람들이 이게 뭡니까. 벌금형도 전과예요.”

“엄연히 당신들이 잘못 했잖아. 그리고 저 사람은 어떻게 보상 받아요”

그렇다면 나도.

씁쓸한 마음을 추스르며 반성문을 담당형사에게 내밀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원망과 그들의 허무한 눈길은 조용한 침묵으로 끝이 났다.

그들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먼저 귀가했고 결과는 기소유예였다

정상참작이 되어 벌금형도 면제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검찰까지 갔다는 결과는 아직도 따라 다닌다.

그리고도 또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렇게 싸워 본 기억이 없다

이제는 겁도 많아졌고 몸도 영 아니고 나를 지킬 자존심도 벌써 버렸다

싸움을 피하고 비겁자가 되어도 무방하다

다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그것이 마지막 남은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고 보면 나는 30여년을 아직도 쌈박 질을 하고 살고 있다는 말인데.

에혀 =3

이놈의 팔자하고는.(__)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지만 처음 택시야화를 쓸 때 다음 글이 부담스러워

일상의 이야기를 쓰다가 언젠가 올려보려다 여태 잊고 있었던 일입니다

어저께 지인에게서 말리던 경찰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서로 오라기에

일처리를 돕고 야식을 같이하며 문득 떠올라 태풍 같았던 순간들을

오늘 태풍이 불어 잠시 휴식하는 틈에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