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메시지 - 마지막 회 -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대마후절
대마후절 프로1급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메시지 - 마지막 회 -
2011-09-05 오후 4:53 조회 5005추천 4   프린트스크랩
▲ 이 우주 안에 가장 신비한 것. 사람.....     

                                                           22


  숲의 정적을 깨고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숲속에서 맹수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낮에 마스터 조가 나타났던 반대편인 북쪽 오솔길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이 검은 윤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굽은 길의 모퉁이를 모두 지난 후 모습을 드러낸 사람의 윤곽은 체구가 작아 보였다. 아무래도 여자이기보다는 소년의 모습인 듯했다. 그렇지만 나와 가다는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분이 앞서 우리들에게 조장하였던 두려움이 그만큼 깊었다는 반증이었다.

  잠시 후 이쪽으로 다가오는 있는 사람의 모습이 조금 더 가까워지자 13살 정도의 소년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소년이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가 우리들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나는 심장이 멎을 만큼 놀랐다. 내 옆에 선 채 긴장해 있던 가다는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그만 벤치 위로 주저앉고 있었다.

  소년은 우리가 아는 얼굴이었다.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고 흰 피부에 붉은 입술이 두드러져 보이며 눈빛이 날카로운 소년은 가다와 나의 반응을 보았을 텐데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어왔다.

  “실례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더 가야 나오나요?”

  그는 나와 가다에게서 반응이 없자 한 번 번갈아보더니 짜증이 섞인 말투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괜히 경호원들을 따돌렸지 뭐야. 사람들은 왜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거지?”

  그는 나에게 다시 질문을 하려는 듯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으나 맹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듯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까 박물관의 안내판에서 보았던 백악관 오벌 룸의 세 번째 인물이었다. 비록 2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소년의 모습에서 짐승의 눈빛과 냉소적인 미소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가다는 소년과 다시 한 번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숙이더니 몸까지 떨고 있었다. 소년은 처음엔 우리들과 같은 반응을 접하는 게 처음이 아닌 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듯 내 눈을 마주보며 대답을 추궁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 그의 얼굴을 보았던 때보다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만일 그가 성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더라면 나는 바지에 오줌을 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내 손으로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아직 어렸으며 체구도 크지 않았다.

  소년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유대인 박물관이 있는 쪽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와 가다는 분주하게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바라는 게 무언지 알게 되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었기에 호흡마저 가빠지며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우유부단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나는 소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다시 보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때 나의 모든 바람을 망쳐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다가 소년에게로 달려들어 뒤에서 끌어안은 것은 순간적이었다. 아마 내가 먼저 알았다고 해도 막지 못했을 만큼 가다는 빨랐다. 그만큼 가다는 필사적이었다.

  소년은 갑자기 붙들리게 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다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성인 남자인 나의 표정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때 소년의 투명한 눈빛을 바라보며 당황해 하고 있던 나를 깨우는 가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요. 데이비드! 죽여야 해요!”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죽이라는 건지 가다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차 요구하는 가다의 외침은 내게 총이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나게 했다.

  “데이비드! 뭐 하고 있어요? 그분이 이곳을 계속 통제하고 있었던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분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잖아요!”

  나는 비로소 정신이 맑아졌다. 그분은 아들의 지나친 효심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선한 존재인 그분은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300억으로 한정된 인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의 우성과 열성을 분류한 자료만을 그분께 바치려는 아들의 계획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들의 계획은 이론적으로 완벽했다. 육신을 지닌 피조물들은 신의 아름다움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육체는 파괴되고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신의 아름다움을 욕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따라서 고도의 정신력을 소유한 육체가 아니고서는 우주 안에 피조물로서 영존할 수 있는 자격은 없었다.

  아들은 모든 육체를 위한 중생의 법칙을 마련했다.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경험하여 삶의 소중함을 알도록 하려는 계획이었다.

  신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신에게서 부여 받은 고도의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인간은 그에 비하면 뇌의 활용도가 0.6% 밖에 이르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죽음을 거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낮아지며 완벽한 완성을 이루려 했다.

  신은 아들의 계획을 찬성하고 고귀한 마음을 높게 평가하며 기뻐하였다. 하지만 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들 역시 육체를 소유한 존재인 만큼 완벽하게 열등의식을 떨쳐내지는 못할 것을 어쩌면 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의 아들은 6천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내하며 지상에 가치 있는 영들이 탄생하고 유전되는 일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언제나 아들은 서두르고 있었다. 아들은 영존하게 될 인류를 위한 교훈을 남기기 위해 세상을 불사르고 육체를 따르는 자들의 최후를 기록하길 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들은 과격했고 목표 지향적이었다.



  신은 이제 아들의 계획에 들어 있는 짐승을 제거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들은 당황하여 신의 의중을 생각해 보게 될 것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죽음에서 부활한 육체는 모두 열둘이었다. 엘리야가 한 명을 살렸고, 엘리사에 의해 두 명이 살아났다. 그리스도는 세 명을 살렸고, 그리스도 자신이 일곱 번째로 부활을 하였다. 그 후 베드로가 여덟 번째로 도르가를 살리고 바울이 아홉 번째로 유두고를 살렸다. 열 번째와 열한 번째 부활을 하는 인물은 짐승에게 죽임을 당하는 두 명의 증인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될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열두 번째로 죽음과 부활을 거치도록 예정된 존재는 믿기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짐승이었다. 그리스도의 제자 중에 유일하게 바울에게 지적으로 밀리지 않았던 요한이 예언한 기록에 의하면, 짐승이 죽음을 당하고 부활을 하게 되면서 모든 역사와 기록은 끝을 향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전부터 신의 완전수인 12의 자리에 짐승의 부활이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기록과 예언과 수비학과 신을 부정하는 마음을 지녔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것은 지혜로운 신의 대행자가 계획한 완벽한 설계였다.

  신의 아들이자 조물주인 그는 여호와라는 이름으로 드러낸 열등의식을 예수라는 이름으로 드러낸 자존의식과 상충시켜 사람들에게 두 갈래 길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끝에 여호와를 잠시 다시 등장시켜 비극의 막을 내리려 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예언서에 등장하는 용은 천 년 동안 갇혔다가 잠시 풀려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스도가 하늘로부터 떨어뜨린 용은 그 동안 두 번의 천년이 지날 동안 갇혀 지냈던 게 사실이었다. 지상에는 더 이상 여호와의 음성을 들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예언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두 번의 천년이 모두 끝나게 되면 용은 곧 풀려나게 되어 있었다.

  이 용은 유대인들과 많은 약속을 한 바 있었다. 따라서 용은 시온을 집착하며 모든 육체로 하여금 열등의식을 최대한 발현하게 조장할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용이 보낸 짐승을 뒤따르며 더 이상 풍족하지 않게 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위해 영혼이라도 팔려고 할 것이었다.

  신의 아들은 사람들이 지닌 짐승의 마음과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게 될 짐승을 모두 불사름으로 해서 모든 역사의 무대를 비극으로 끝마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위한 핑계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신의 아들은 용이 옛 뱀일 뿐이며, 이 우주 안에 더 이상 용은 존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밟으리라고 최초의 기록 뻬레쉬트에 예언된 대로 스스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결론내리고 있었다. 그는 두 번 다시 율법적이고 권위적이고 열등의식을 지닌 왕의 모습은 지니지 않을 것이며, 인애와 사랑을 지닌 평화의 왕이 될 것이라고 공포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짐승의 부활을 ‘신의 능력과 다스림’의 의미인 열두 번째 위치에 놓은 것은 실존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짐승의 부활이 열한 번째가 되며, 정확하게 심판의 의미와 부합하지 않느냐고 자신의 오랜 계획과 설계를 자랑할 것이었다.



  내게 찾아왔던 신은 아들의 비극적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분은 아들이 계획한 짐승을 없애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왼쪽 다리의 발목 안쪽에 차고 있는 마우저 소형 권총을 꺼내야 할 때가 다가왔음을 알았다. 가다는 아이를 제대로 붙들고 있었다. 짐승의 씨앗인 아이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두려운 기색이 얼굴에 보였다.

  가다는 내가 망설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왼 손을 들어 소년의 눈을 가리면서 내게 외쳤다.

  “데이비드. 어서 총을 꺼내요! 제발.”

  나는 또 다시 망설였던 스스로를 반성한 뒤, 허리를 숙여 발목에 차고 있던 총을 꺼냈다. 그리고 이번엔 스스로에게 망설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소년에게 다가가 정수리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나의 온 신경은 방아쇠에 걸린 내 검지손가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당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해내기만 한다면 인류의 마지막은 해피앤딩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스도이기도 하며 세상을 멸망시킬 용이기도 한 그분의 아들은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택한 사람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의 재림을 철회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가 태양계의 모처로부터 기묘한 방식으로 내려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총의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첫발은 격발되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반자동 권총의 공이가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가 났으나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분의 방식은 예시와 실행이 중복되는 상응의 법칙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도 격발되었다. 우연은 연속적으로 겹치고 있었다. 무엇엔가 걸린 듯 방아쇠가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라, 공이가 총알을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발사가 되지 않는 일이 두 번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난 세 번은 시도할 자신이 없었다.

  수라는 것은 한 번씩 더해질 때마다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었다. 두 번의 우연에 의미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한 번 더 시도하는 것은 신에 대한 시험이었다. 그래서는 곤란했다. 자칫하면 내 오른편 관자놀이를 뚫고 들어간 총알이 왼쪽 관자놀이를 뚫고 나와 내 머리통에 호두만한 구멍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가다의 손에서 놓인 꼬마 녀석도 나의 두 번째 시도를 보았을 때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나는 내 머리에 댄 총을 내린 뒤 탄창을 꺼냈다. 탄창은 묵직했고 총알이 꽉 차 있었다.

  나는 탄창을 다시 총에 장착시킨 뒤 가다와 소년을 바라보았다.



  가다는 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같은 표정이었다. 소년은 다시 날 경계하며 차가운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가다에게 내 마음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큰 구렁텅이를 의식한 결과였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건너가지 못하게 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구렁텅이가 있었다. 많은 남녀는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 보았지만, 대개는 구렁텅이가 너무 커서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럼 낙심한 사람들은 그 구렁텅이를 향해 ‘성격 차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어주곤 했다.

  나는 가다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가다. 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무하마드가 불신자들을 정죄하고,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음을 꾸짖은 것은 믿음이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아버지 세대에 신을 만났고 할아버지 세대에 신을 만났다고 해서 자식이 신을 믿어야한다는 것이 억지라는 것은 신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과거의 어느 날 신이 의로운 일을 실행하였다면 믿음에 대한 요구는 무게가 달라지는 겁니다. 신이 고아와 과부들을 돌보고, 죄인들과 창기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해 그들과 가까이 하고, 병든 자들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만져주며 병을 고쳐주었다면 비로소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거예요.

  가다. 눈을 떠야 해요. 이 세상의 모든 종교와 관련된 믿음의 요구는 전부 헛된 것이에요. 심지어는 신의 목소리를 귀로 듣고 환상을 보고 기도를 응답받았다고 하여도, 우리로 하여금 의로운 행실을 하게끔 인도하는 게 아니라면 돌아보지 말아야 해요.’



  그녀는 내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듯 내 눈 속으로 빨려 들어올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듯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다시 그녀에게 전해야 할 말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번엔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신은 유머를 알지 못하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그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농담을 섞어서 이야기한 일은 어쩌면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대화하는 어른의 과장된 말투였을 수도 있었다. 신의 유머감각을 찾아보려면 차라리 개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어떻게 하필 먹을 것에 탐욕스럽고, 대수롭지도 않은 일에도 다투고, 아무데서나 교미를 하며, 교미 후에는 한동안 떨어질 수도 없는 동물이 사람의 집 대문 앞에서 살게 되었단 말인가.

  그것은 그분이 유머 감각을 발휘해서 태초에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면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또한 그것을 그분의 유머감각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육체의 굴레가 너무 컸다. 개는 사람의 육체에 대한 복선이었다. 신이 뱀을 복선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다시 힘을 내어 그녀에게 외치고 있었다. 

  ‘가다. 신이 자신의 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의로움과 상관없는 여러 일을 행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가르침을 잊어버려요. 신이 오직 지상에 어떤 종교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 일들을 행하고 기록을 남겼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을 혐오할 수 있어야 해요.

  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떠드는 일을 즐기지 않아요. 그들은 집을 떠나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타인들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의 집안으로 기필코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입니다. 신을 찾아서 성전 안에만 머물려 해서는 안 돼요. 성전은 훈련의 장소일 뿐 신이 머물고 있는 곳이 아니에요.

  기도라는 것은 평소에 책 한 권 읽을 기회가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고 논문을 쓰게 하는 장치에요. 경전이라는 것은 평소에 책 한 권 사서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필독서의 장치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야 해요. 우리는 영혼이 뚜렷해져야 해요. 그리고 그분이 말씀한대로 영은 상대적이며 심화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다! 이제 제발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자고 말해 줘요. 나는 세상으로 나가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제발 내 손을 잡아요.’

  가다는 총을 들지 않은 나의 왼손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절망하는 표정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신은 나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나는 그녀를 위해 나의 권총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서 안도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짐승의 씨앗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죽음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잊은 듯 보였다. 소년은 나를 노려보며 입가에 비웃는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죽음을 초월한 강인함이 아닌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저항이길 바랐다.



  소년은 내가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소년은 내가 안쓰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소년과 가다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가다는 내가 떠나려고 하는 것을 알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소년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몸을 돌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가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인 무기만 건네주고 떠나가게 되는 일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불필요한 ‘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다.......”

  그녀는 손에 든 총을 보고 있다가 날 쳐다보았다. 나는 그녀가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해야 했다. 그것은 내가 후회하게 될 것을 걱정한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만을 위해서 말을 남기고 있었다.

  “나도 차라리 육체에서 빠져나오는 영혼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영혼이 전생의 기억을 잃고 물질세계에 갇혀 살며, 진실을 찾아나간다는 이야기라면 좋겠어요. 이 우주가 처음부터 그렇게 낭만적으로 조성된 세계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실상은 너무나 치열할지도 몰라요.

  가다. 모든 것은 행위에 의해 결정되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나는 보았어요. 내 말을 믿어야 해요. 그 총을 다시 내게 줘요. 그리고 그 아이를 떠나서 나에게로 와요.”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본 영상은 너무나 끔찍한 내용들이었다.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육체들과 짐승들의 탐욕으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녀를 위해 말을 준비했다. 그것은 내가 신을 대신해서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었다.

  “가다. 우리는 서로에게 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먼저 나의 거울을 깨끗하게 해서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신을 믿고 우리 자신이 신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믿기만 한다면 소용이 없어요. 우리가 신을 믿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신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상대가 그걸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해요. 한순간 마주하고 있는 한 사람을 팽개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나가서 신에 대해 떠든다는 건 헛된 일입니다. 

  가다. 우리가 보고 듣고 바라고 믿는 것들은 그림자일 뿐이에요. 우리의 실체를 결정해야 해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추위를 피하기 위한 것보다는 서로를 위한 의미가 크잖아요. 그렇다면 옷을 빨아서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가다, 나는 저 아이를 죽일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의와 사랑은 동의어이기 때문이에요. 신이 나에게 저 아이를 죽이라고 요구한다면 나는 내 자신을 죽일 겁니다. 저 아이는 나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가다........ 당신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해요.”

  그녀는 나의 말뜻을 생각해 보는 중이었다. 나는 그녀의 표정이 변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녀가 마음을 굳혔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결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입안에선 우리가 자존의식을 지나쳐서 교만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맴돌고 있었지만 생기를 잃고 있었다. 나는 나의 마지막 말을 목구멍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잊을 수 없을 그곳으로부터 돌아섰다. 그리고 소년이 가기를 바랐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숲에 어둠이 찾아와 있었다. 정적은 계속되고 있었다.

  숲길은 터널처럼 어두웠다. 나는 등 뒤에서 총소리가 들려오는 일을 원치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가다가 날 부르는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나는 걸음을 늦추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생각을 정리한 말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만일 내가 그녀에게 총만을 남기고 왔더라면 앞으로는 농담을 하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나를 따라오기를 바라며 느린 걸음으로 어둠을 향해 걸어갔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등 뒤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길 끝의 어둠 너머에는 진공 같은 정적이 끝나 있었다.

  그곳에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여러 소음들이었다.

  내 걸음의 횟수와 비례해서 숲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숲길의 마지막 모퉁이가 지나갔다.

  길의 끝에, 어둠이 그치고 밤의 빛이 머물러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끝



┃꼬릿글 쓰기
로또꼭될넘 |  2011-09-05 오후 8:52: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유달리 더웠던 올 여름, 글 올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종교관련은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님의 노고만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건강하세여....  
대마후절 아... 몇 분 독자분이 더 계실 거라고 여겼는데. 그랬군요. 감사하고요. 로또 꼭 되세요~
팔공선달 |  2011-09-06 오전 3:29: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수고 많았읍니다(__)

사진.
화목함속에 두 부부사이의 아이들이 애증의 강(?)으로 보이는 건 ^^  
대마후절 끝까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티브 행크스의 수채화랍니다. 제 카페에 오시면 행크스의 다른 작품들도 많아요~ 네이버-> 카페-> 인디안 마을 치시면 돼요. ^^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