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말할 때 여러 환경에서 나름의 결과를 가지고 논하고 있지만

정도는 없고 다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모범이 될 뿐인가 한다.

여기에 도리와 경우를 지키더라도 행한 것에 대해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로 하여금 부담스럽게 하고 환경이 보았을 때 가식일 뿐이며

스스로는 양해가 되거나 아무리 변명하여도 목적을 위한 투기가 된다.

하여 이룬 것도 이룰 것도 없는 중생은 처한 환경에 선한 동기를 발원하고

결과를 의식하지 않은 채 기약 없이 과정에만 충실하려 하는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든 누군가에게 능력을 베풀었던 동기는 결과에 연연치 않아야 하고 

과정을 격려해야 하며 결과는 그것에 겸손해야 진정 덕을 쌓았다 할 수 있겠다 

삶이란 어떤 식으로든 신세지는 것이니 선을 행하여도 보시가 아니라는 것이며

의무요 일상일 뿐인데 세상이 험하다보니 특별하게 여겨진다고 본다.

상식이 일상이 아니고 무시되거나 대우를 받는다면 가히 정 담을 곳 묘연하다

대나무 곧고 푸름이 선비를 칭하나 무지한 나는 그 언저리도 갈 수 없으니

시련의 마디들이 모여 비바람에 꺾이지 않는 그 유연함이나 배워

몇 가닥이나마 삼킨 마디로 강가 갈대라도 되어 가끔 서러워하는 노을을 어르고

감싸주지 못해도 작은 새들 가려주어 단잠을 지키는 불침번으로 살다가려 한다.

내 고향 당수나무는 몇 백 년을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들어주고도

내 나이 50만큼의 세월을 더 얹었는데도 여전히 푸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고향마을

그러나 백수를 하시고 가신 우리 할미와 몇 십 년의 추억이 담긴 집터는

나의 애간장을 태웠던 감나무와 만만해서 뻔질나게 오르든 키 작은 소나무만

먼발치에서 바라보게 한다.

세월을 가로막지 못해 비켜섰던가. 무서워 외면하고 달아났던가.

아니 어리석어 무심했던 것이 이 나이에 이르러 두려움으로 엄습해 왔다

멱 감고 골 매던 냇가는 갈대로 뒤덮여 그 맑았던 물을 볼 수가 없었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게를 진 젊은이도 빨래터 아낙들도.

그저 간간히 벌써 꼬부랑 노인네가 되어버린 동네 아저씨 아줌마의

마른 기침소리만 지나는 담 너머로 들려 올 뿐이었다.

여기는 내 고향이 아니다.

나는 누구에게 고향을 빼앗겨 버린 것인가.

술잔을 따르고 절을 하고 일상을 핑계로 서두르는 귓전에 호통소리가 들린다.

“이놈아 네놈들이 버렸지 누가 그랬겠느냐.”

벌초 길 돌아서는 나는 나에게 술 한잔 따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