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재)

삼국통일을 일구어 낸 성지라 하고 여기서 보는 낙조는 아유다의 환생으로

운해를 곁 드린 그 아름다움이 실로 경이롭다 한다.

그 옛날 신라는 삼국을 통일할 즈음 경세(經世)를 실천해 나갈 이념적 토대와

이를 전파해나갈 새로운 기능, 즉 문자가 필요했다.

설총이 우리 고유의 이두(吏讀)를 만들기 전까지 아직도 신라는 어려운

중국의 문자를 쓰고 있었으며 이를 타파할 새로운 문자의 창안이 시급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효스님과 요석공주의 아들로 잘 알려진 설총이

이두를 고안해내어 신라가 불교 뿐 아니라 유학까지 깊이 연구하게 돼

국가의 기틀을 잡아나가는데 크게 일조했으며 우리 선인들의 문자생활을 비롯한

우리 문화의 발전을 한층 앞당겼다.

이는 원효스님이 요석공주를 만나기 전 저자거리를 돌며

“어느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내게 주려는가.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으리라.”

그 의미가 아마도 설총을 생산함을 예견해 나라의 기둥을 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또 훗날 설총이 저 유명한 ‘화왕계’를 지어 스스로 백두옹을 자처하고

임금에게 간하고자 했던 것도 원효스님의 그러한 뜻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국가의 동량인 설총을 키워낸 반룡사도 원효스님과의 깊은 인연 때문에

설총의 유년을 여기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정신적 귀의처인 일개 사찰이

얼마나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신라의 임금과 왕후가 인근 왕재(王峙)를 넘어 이곳에서 설총 모자와 함께

불공을 드릴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으니

반룡사가 차지하는 위상도 상당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반룡사는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억불정책과 화재로 인해 쇠락을 거듭해 왔다.

일제 격변기 속에서 거의 멸실되다시피 한 반룡사가 다시 제3의 중창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사하촌인 인근 용전마을까지 모두 사역에 해당되던 반룡사는 고작 480여평 정도의 경내지만 남아있으나 가람을 하나둘 중건하고 구룡산 자락에 작은 길도 내어 ‘해동 3반룡사(평양, 고령, 경산)’라는 명성을 이어가는 토대를 닦아가고 있는 것이다. (문헌참고)

            산거 (山居)

春去化猶在   봄은 가도 꽃은 아름답게 피고 있고

天晴谷自陰   맑은 하늘 깊은 골에 그늘은 절로지네

頭鵑啼白晝   두견새 맑은 노래 한낮에 울어 예니

始覺卜居深   깊은 골에 간직한 마음을 비로소 느끼게 하네.

 이인로.(동국여지승람)

주지스님이 주거하는 토담(토굴)
내부 촬영을 허락하시고 마치면 차 한잔하고가라는데...

 

 

70Cm 두께의 황토벽에 자라는 선달이는 이름도 모르는 식물들.^^:

그리고 단지는 소지품이나 차 종류를 보관 하시는 듯.

 

 

주먹밥을 싸고 계란을 삶고 따끈한 커피를 챙겨나서는 산사길

경제적 어려움 집안의 우환은 이 순간만은 잊어버린다.

우렁각시도 산사길 준비는 손에 물도 안 담그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아주 맛있게 먹어준다

그렇게 우리에게 산사 길은 마음과 정서적 회귀요 신혼 길이다.

 

우리는 현실에 집착하고 살면서 내세에 대한 두려움과 갈망으로

뭔가에 의지하게 되고 실체와 허상을 두고 믿음과 불신으로 갈등한다.

죽어 잘 살기 위해 살아 고통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모순이라 본다.

지금이 환생이니 다음을 준비하기보다 현실에 감사하고 느끼는 게 맞겠지.

나는 만약에 환생한다면 무엇으로 태어 날 것인가

이것저것 떠올리나 마땅치 않지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는 싫다.

할 수 있다면 바람이나 구름 하루살이나 이슬로 태어나고 싶다

내가 인간으로서 보기에 하찮거나 대단하고 영원한것들일 수 있지만

그 또한 영원하지도 짧지도 않을 것이 그들대로의 일생일 테니까.

그 모든 것들이 소통의 과정에 오해도 있겠지만 스스로는 모두 의미가 있고

본능으로 모든 것이 소통이 되고 그것이 순리라면 무엇으로 태어나더라도

인간처럼 앞서 생각하여 스스로 고통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태어나고 싶다

하루를 살다가던 매 맞고 일만하던 잡아먹히던 본능적으로 적응할 테니까

그러나 인간이기에 미리 짐작하여 고통을 부르고 이는 곧 두려움이 되더라.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로 이어지는 인연들로 볼 때면

만약에 내가 짐승으로 환생한다면 아마도 까마귀가 아닐까 한다.

그것도 괜찮을 것이다

생각이 앞서지 않고 몸으로 소통 된다면.

그리고

휘적휘적 돌아다니는 역마살을 본다면 구름이나 바람도 아니랄 것 없겠고

책임에 대한 중압감과 미처 내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무능한 일상을 본다면

성실함으로 변명하다 지쳐 쓰러진 오늘이 하루살이를 면할 수도 없겠다

여기에

동안의 치적으로 변명하지만 스스로의 안위에 집착하지 않고 때를 맞음에

애써 고고하지 않아도 아침 해를 반겨 사라지려 하니 이슬이라고도 하겠다.

다만

인연을 걸망에 담아 가식을 삭발하고 운명에 탁발하며 살아 왔건만

정작 누가 나에게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어 온다면 뭐라 말하기 어려우나

스스로에겐 질펀하고 험한 인연의 숲에서 가시나무새처럼 울다간다 하리라.

7월의 마직막 날이자 시작인 날. 반룡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