휑하니 어젯밤 꿈에

옷매무새도 제대로 여미지 못하고

신 끄는 소리만 흘린 채
바삐 다녀가신 어머님 그림자가

잠이 남아 부어있는 내 눈두덩이 위에

덜 마른 빨래처럼 널려있다

함께 오열하며 진저리친

후회스런 지난날에 깊이 박아 논

제 흔적 지워 질까 아쉬운지

골을 지끈지끈 때려가며 책 무더기 뒤편에서

몰래 숨겨두고 어제 마신 소주병들이

서로 고개를 삐죽삐죽 내어민다

영 헤어져 못 만나면 추억의 실마리로

사랑하던 이들에게 남기고픈

그리움의 끄나풀 될 좋은 기억 혹여 있나

건네진 마음 중 멋 난 것을 골랐지만

밤새 뒤지다 종내 양손에 쥐고 잠든 건

넝마 같이 치졸한 잔情의 부스러기뿐이다

애쓰지 마라

애쓰지 마라

새끼들 바라지고생이 휘어 놓은

양 엄지발가락이 고무신에 눌려서

한복 입고 잔치 나들이라도 가실 양이면

삐뜩 걸음으로 힘들어 하시 며도

희미한 미소로 숯덩이 빼곡 찬 가슴 덮으시던

그 모습 그대로 애비 힘 든다고 또 다녀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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