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잠들지 않아도 우린 언제나 꿈을 꾸며 산다

온 종일 땀 흘려 맺혀진 작은 결실들을 차곡차곡 튼실하게 쌓아가는 그런 날에도

빈손으로 텅 빈 폐허에 앉아있다가도 작은 희망의 씨앗 하나에도 현혹되어

한없이 부풀려진 가슴이 터질 것 같던 덧없는 욕망의 불길 속에

활활 타오르는 자신을 바라보며 억제하지 못하고 태우던 날에도

더러는 마음 아픈 일들과 맞닥드리면 주먹으로 눈 등을 부비며 눈물을 감추다

끝내 못 이기면 두발을 뻗고 흐느끼다 땅바닥에 온몸을 뒹굴며 울어대던 날에도

어떤 날은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새털처럼 가볍고 화사하게 들떠있는 꿈을

어떤 날은 절망과 좌절로 무겁고 칙칙하게 목을 눌러오는 무거운 꿈을 꾸며

딛고 선 자리를 굳게 다지기도 하고 혹은 모두 허물어 벼랑 끝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꿈을 꾸지 못하면 양귀비꽃 진액에 목메어 온 몸을 떨고 살아야하는 아편 중독자처럼

우리는 아무런 확신도 없고 작은 보장조차 해주지 않는 꿈에 중독되어 사는지도 모른다

모처럼 만취한 채 늦도록 술을 마셨는데 쓰린 속 때문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 댓바람에 잠이 덜 깨어 비칠거리며 마당을 서성이다

밤낮에 기온차가 큰 탓에 서늘하게 불어오던 바람을 맞으며 깨달았다

그제 사 정신이 쬐끔 들어오며 나를 돌아다볼 수 있었다

아! 그래 그건 내 지나친 욕심 이었어!

그거 제 정신 못 차리고 헛꿈에 빠지면 되게 힘 빠지고 골병드는 고생길이 맞아!

나도 작가 동네로 어찌어찌 이사가 셋방 하나 얻어 들더니 저도 뭐나 된 양으로

목이 뻣뻣해서 마누라님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고 그럴 때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꼴값을 떨고 있었다

강남으로 떠나지 못한 겨울제빈가 뭔가 쓴답시고 발광을 해댔다

남들 다 가는 행렬에 못 끼고 빌빌거리는 겨울제비를 처마 밑에 붙잡아

이불을 뚤뚤 말아놓고 봄까지는 어찌어찌 죽이지 않고 붙들고 숨을 쉬게 하며..

참 지랄을 하시며 한참을 살았다

아!

정말 뒤져 라고 안 써 졌다

온 머리통 속에는 지가 먼저 가겠다고 삐죽삐죽 머리를 내미는

옛 고어(古語)에서부터 시작해 아롱다롱 예쁜 우리말 글들이며

뙤놈들 한문들도 날치고 생활 속에 파고든 그나마 쬐끔 써먹을 수 있는 양놈들 언어까지

꽤 많이 수집해 놓은 자료들과 중구난방 뒤죽박죽 오만 잡동사니가

머리 이쪽부터 저쪽까지 가로세로로 길길이 날뛰어 다녔다

옛날 월나라로 해아할지 초나라로 해야 할지 소속이 쪼금 애매모호한

오자서가 하룻밤 사이에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됐다고 하더니만

부모 원수 갚을 일도 없고 뭐 그렇다고 큰 뜻을 지니지도 못했으면서

좀 쉬어야 하는 저녁시간이나 한가한 날에는 되도 않는 글 쓴답시고 
담배만 두어 곽 씩 축내다가 그냥 자빠져 잠만 자고 그러고 지냈다

겨울 제비인지 뭔지 쓰다가 멍청한 인간이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흰머리까지 듬성듬성 빠져 훤해 보인다

아무리 더 빠져도 스님들처럼 득도(得道) 하고 빛이 나기는

애 저녁에 어려운데 너무 욕심만 턱도없이 부리고 있었다

어어! 하다 나이가  뒷 꼭지를 쥐어오는 기우에 쫒겨 성급해졌고 
뭔가 남기고 싶은 과욕은 조급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했었다
그냥 처음 그 마음처럼 생각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쓰면 될 것을 잊고 있었다

나도 작가 마당이 저 자랑하라고 있는 게 아니고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외로울 때 서로 들여다 봐주고 기쁜 일 생기면 같이 즐거워하며

위로와 기쁨을 나누는 사람 모이는 자리라는 것을 깨달으며 너무도 부끄러웠다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면 더 많은 욕심이 따라온다고 알려 주셔서 배웠던

법정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깊숙이 꽂혀온다

이젠 옛말이 되었지만 먹는 입 더느라 밥만 먹여주면 월급도 없이

자전거 바퀴 빵꾸 때우는 기술 배우러 떠났던 친구 얼굴이 남아있는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땐 모두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었다

어른에게는 “진지 잡수셨어요?”

가까운 사람에게는 “밥은 먹었니?”

그렇게 가장 많이 나누던 인사처럼 더운 밥 세끼만 꼬박꼬박 먹이면

훌륭한 부모 노릇도 하던 굳이 더 필요한 욕심 없던 맑은 마음이 오늘 되새겨 진다

그래 모든 것은 그대로 덮어두자

치를 떨며 미워하던 날들과도 세월이 지나면 그리워지기도 하는데

바람 씽씽 부는 추운 겨울 오면 겨울제비가 또 살아날지도 모른다

쓰게 되면 그 때 쓰고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말고 나작 동네로 이사해 오신 싱그럽게님과

아직 인사도 나누지 못했지만  마음 깊은 곳을 다독여 주시는 들풀처럼님과 죽시사님 에게도

비장의 일기를 보여 주시는 예뜨랑님께도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자
섭섭해 하는 독자를 위해 일부러 나작에 들려가신 이청 작가님께 머리 숙여 감사하자

대구 모임에 계셨을 부러운 소라님 선달님들 에게도 홍선비님 법문님 쿠션님께도
써주셨던 글 잘 읽었단 감사를 드리자
맛없는 글 읽으시고도 댓글 달아 주시던 기우님들께도 고맙습니다 하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소박해도 푸근한 사람으로 그렇게 살자

밥은 먹었니?
하고 물었을 때 배부르면 아무 생각없이 씨익 웃던 따습던 등과
행복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말고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