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175, 막걸리 한 잔
목로주점에서 막걸리 한 잔을 한다.
경비원 두 셋이 앞에 서있다. 터미널 안쪽의 세를 많이 내는 가게들보다 손님이 많아 원성이 있어 가게 뒤 편 벽에 오뎅을 파는 가게에 손님이 많아 의자를 놓고 손님들이 앉는 것을 허락치 않는단다. 서서 먹어도 막걸리 한 통이면 족하니 그깟 경비들을 아랑곳 않는다.
부부가 하는 주점엔 남편대신 여동생이 보조를 한다. 남편은 또 경찰서에 잡혀갔나보다.
웬 영감이 다가오며 안 주인에게 묻는다. "여기서 장사한지 오래 됏어요?" "서울 다방 어딘지 알아요?"
"2층 이에요." 영감은 오케바리 하며 돌아선다. 70은 돼 보이는데.
"어제도 저 양반 와서는 똑 같은 소리 하더니." 안 주인은 얘기한다.
술 값을 안 내고 가는 사람, 시비거는 사람, 들 쑤시는 노숙자들, 이깐 목로주점도 편한날이 없나보다.
내 사정도 복잡하니 우선 막걸리만 들이킨다.
시원하다. 6시는 넘어 퇴근해야 하는데 S의료원에서 같이 온 선배와 자리를 같이 하기위해 눈치를 보며 5시에 퇴근한 길이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도움과 위안이 된다.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싸 안아야 해!"
"김 반장이 제일 모르는 것 같아. 직원들 입장에서 이해해 줄 줄 알아야 해!"
"알겠습니다."
막거리 한 통에 승한 기분에 기원에 들어선다.
넷이 편바둑을 시작하여 내 편이 11집을 이기고 나도 거의 지지 않은 마무리의 형국이다.
중앙 상변 패에 8점 적지않은 말을 버리며 대신 좌 변 흑세를 깨뜨리며 승세를 잡았다. 마무리만 하면 되는 종국에 사활을 착각하여 대마를 헌납하고 투석한다.
바둑 한 판에 35,000원을 치른다. 판 돈 2만원에 벌금 만원 기료 5천원이다.
막걸리는 각자 한 통씩 15,000을 치렀으니 바둑 한 판이 5만원이 된 것일까?
막걸리 한 통의 댓가일까?
평소 내기바둑을 둘 때에 절대 음주를 하지 않았는데 막걸리를 걸친 후에 바둑을 시작한 호승심이 패인이겠지.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것이 세상인데.
골치아팠던 회사일을 잊는데엔, 내게 쉼과 회복의 공간은 기원이다.
7, 8명이 동시에 퇴사하며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소 제기를 협박하고 소장은 짤릴것이라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6가지 조목을 제시하였다는데 토, 일 휴일 근무는 수당을 2배를 제기 해야 한다는 조목도 그 중 하나라지만 업종별 특성상 병원은 3교대 근무여서 해당이 안되는 것을 모르나보다. 올해 올려주기로 한 기본수당이 200원 모자란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인데 그것은 본사차원의 문제이지 현장에서 책임 질 부분이 아니다.
지난 해 2월 이래 신규사업장에서 딴에 열심히 해 왔건만 구조적인 누적되었던 문제가 이제 분출되는 것이다. 이제 지난 9월 부터 내가 전체 를 맡았으니 불과 한 달만에 지난 1년여 누적됬던 것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정도에 눈 하나 꿈쩍 않으며 처리하겠다 다짐하며 미리 준비를 해 왔지만 호승심 일 뿐이지 다 이긴 바둑에 막판 덜컥수를 두는 것은 아닐까?
막걸리 한 잔을 위해 자리를 먼저 비운것은 실수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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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가죽商타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