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선비만석님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회상하는 주관적인 글임을 양지 바랍니다**
팔공선달 & 선비만석
2007년 10월 25일 오후 7시17분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은 지독한 우연으로 시작 되었다
자동대국을 신청하자 눈에 익은 대명이 떡하니 오른다.
선비만석.
한편으론 어이가 없고 한편으론 기가 막혔다. 이럴 수도 있네.
서로 안부를 묻고 두 판을 두어 판 빅과 불계로 선달이가 완패 했었다
이것이 인연의 시작이었고 우연치고는 너무 특별하다고 여겨 만남을 약속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를 만나러 고성으로 달려가게 된다.
첫 번째 만남.(고성)
고성이라고 지도를 보지 않아도 우리나라 최북단 통일전망대가 있는 곳
최근에 사고가 나기 전 금강산 육로가 열리면서 더욱 많이 알려졌다
그곳에서 바둑과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가 있었으니 이름 하여 선비만석.
할머님을 위해서 108배 108사찰 순례를 발원한 곳도 고성 금강산 끝자락의
원효대사 치아사리와 진신사리가 있는 건봉사이다
그를 그곳에서 처음 만나서 바둑을 두고 글쓰기에 대해 밤새워 얘기했다
빈 술병들이 조조 군사처럼 쓰러지고 조용한 마을에 호쾌한 웃음소리는
창밖으로 달려 나가다 처마 밑에 졸고 있던 복실이 꼬리를 밟았나보다
불쾌함이 역력한 소리로 우리를 향해 왈왈 거렸다
우리는 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잠시 침묵이 흐를 때 아스라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고즈넉함에 젖게 했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올망졸망 해맑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아..! 아름다웠던 시간이여.
덩치만큼이나 푸짐하게 차려놓은 각종 해산물과 회 그리고 푸근하고 넉넉한 인품.
그와 마주하고 있노라니 고향집 형님 댁에 다니러 온 듯 편안했다
오로를 알고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인데 우리는 이미 댓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기에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고 인연임을 알게 되었다
흐름이 사적인 대화로 들어서자 나는 마음이 울적해졌고 술이 거나해져 편한 마음에
그에게 아무에게나 잘하지 않는 신상에 대해 늘어놓게 되었다
마음은 훤한데 사는 게 힘들어 할머님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미룬다하니
덩치만큼 성질도 만만치 않아 다음날 나의 손을 잡고 건봉사로 끌고 가 내다꽂는다.
왠지 겁도 나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변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 이것도 인연이라면 억지 춘향이가 된들 뭔 대수란 말인가. 그렇게 엎어졌다
“사나이가 말이야.”
그랬다 그가 나를 사나이로 만들어 주었다.
“한번 뱉은 말은 지키라 자네는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리고 우리가 증인이 될 테니
우리에게 사나이임을 증명해 보여라. 여기서 시작하고 오로에서 그 글을 올리면서
다짐하라 못한다면 사나이가 아니지“.
용기도 났고 오기도 생겼고 ... 발끈하여 오늘부터 시작한다고 공언을 하고 오로에서
생활 하는 동안에도 나의 허물을 인정하고 늘 겸손하리라 맹세하였고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리라 다짐도 했다
지금 그로 인해 108사찰순례도 마지막을 남겨두고 그동안 반성의 글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올리며 몇 번의 허물을 벗었고 어쭙잖은 생에 한마디 할 말이 생겼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격려해준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
두 번째 만남(팔공산 산장)
사나이를 강조 하면서 불의에는 불같은 성질을 보였고 서로 경우와 명분에 강했다
우리는 쉽게 의기투합하여 다음 모임을 팔공산에서 정식으로 해보자는데 이른다.
하지만 그 많은 인연들 중에 악연도 따라왔고 그는 인내심의 한계를 보여주고 말았다
어쨌든 팔공산에서 하룻밤을 같이 한 오로 글 사랑 바둑사랑 모임은 화기애애했다
너무 편안한 상태로 호형호제하고 서로의 장단점과 앞으로 개선해야 될 점을 스스럼없이
나누었고 오로에서 밝은 사람들이 되자고 뜻을 함께 모았다.
점심을 삼계탕으로 시작하고 팔공산 일주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였고
가까운 산사도 들러 우리 조상들의 품격을 음미하고 허브 향 가득한 농장에서
차 한 잔을 곁 드린 후 목적지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밤을 새워 바둑을 두었고 쉼 없이 술잔을 돌렸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노래도 부르고
차도 마시고 팔공산의 맑은 공기와 밤이슬을 맞으며 모두가 삶에 지친 우리에게 때늦은
호사라 글쓰기와 바둑을 그리고 인연을 찬양했다
방에서는 이청선생과 도리님 외 몇몇이 바둑돌 소리를 창밖으로 흘려보내고 모닥불 가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얼굴에 비치는 불빛이 아니라도 그 따뜻함이 느껴졌다
소라네 내외는 주변을 도란거리며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시적인 모습이었고
만석님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작고 낮은 바리톤으로 바둑과 글쓰기의 소신을 말했다
그렇게 깊어가는 산장의 시간들이 지금은 너무너무 애틋하게 와 닿는다.
아침에 일어나 또 바둑을 두고 식사에 반주도 걸쳤다 그리고 팔공산에 올라가 사진들을
찍고 도리124님 형수가 해 오신 떡을 정상에서 나누어 먹었다
팔공산 온천에서 나머지 여독을 풀고 냉면 한 그릇씩 나눔을 끝으로 아쉬움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동화사 대불 앞에서 이 열정이 식기 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게 되었고
화진포가 있는 고성으로 장소를 정한다.
여기서 그는 화진포로 오라하고 일일이 돌아가며 그 큰 가슴으로 안아주고 떠났었다
사는 게 뭔지 새삼스레 부질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내가 내 뜻대로 하고 있을 때
그 뜻을 좀 더 기억 될 수 있도록 건전한 동기를 만들고 과정에 충실하고 그 결과에
후회 없이 순응하는 그런 삶을 추구해야 되겠다.
세 번째 만남. (화진포)
그리고 봄 팔공산 모임에서 고무되어 다시 여름에 화진포에 모였다
반신반의 하던 기우님들과 오로에서도 다소 부정적인 모습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체로 긍정적인 만남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격려차 오로에서 대표로 정이사와
이도윤 기자가 참석하여 격려 해 주었고 그리고 새로운 인연 태평역. 당근돼지님 내외
멀리서 고령의 노구를 이끌고 막무가내 달려오신 그대그시절님의 가세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 되었고 우리는 펜션에서 여장을 풀고 2박3일의 일정에 들어갔다
바닷가와 펜션을 오가며 바둑도 두고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고 모기와 잡 벌레의
성가심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드럼통에 숯을 가득 넣고 매운 연기로 눈물 콧물
흘리며 구워먹던 삼겹살과 지난밤 과음으로 거북한속을 시원하게 달래준 물 회가
지금도 가끔씩 과음 뒤에는 생각이 난다
영바모님이 이도윤 기자 앞에서 끙끙대던 모습과 참 단아한 이기자의 모습이 고왔고
시종일관 무릎을 굻고 앉은 자세로 대국하던 이기자는 수도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 처음으로 만난 이도윤 기자가 우리 모두의 염원대로 이국수와 결혼을 발표했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 탄생함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고성에서 그는 어디를 가도 신분증만 내밀면 모두 패스였다 너무 자랑스러웠다
박물관도. 주차도. 튜브도. 하지만 해변에서의 자장면 배달에서는 시간에 막혀 버렸다
만석님은 혼자서 나름의 이벤트를 우리들에게 부지런히 해다 날랐고 뜻밖에 연락 온
무도님의 가세로 대충 정신이 없었다.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음에 인연에 고마워하자 이것이 마구들의 눈을 거슬렸나보다
그곳에서 엄청난 악연을 만났고 그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게시판에
신경질적이며 평소 상상도 하지 못하는 욕설까지 올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중간에서 중재를 나섰지만 이미 당사자들은 이성을 잃어버린 듯 마무가내였으니.
선달이의 전화는 불이 났고 급기야 선달이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 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서로가 자기 이야기만 강조하고 나를 자기 쪽에서 행동해주기를 강요했다
모두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에 누구를 따를 것이며 누가 옳다고 손을 들어 주겠는가
침묵하겠다고 말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수시로 전화가 오고 글이 오르내릴 때마다 서로를 증오하며 나에게 성토했다
그때 이미 선비만석이라는 이미지는 망가졌고 떠올리고 싶지 않는 당시의 얼굴들과
그때의 행동들이 성가신 날 파리처럼 내 눈앞을 어지럽힌다.
나름 실망도 하였지만 그 뒤로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선비만석 그 이름만큼이나 역시
소인배가 아님을 알았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산다. 그것이 인간이고 오히려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 일로 그는 스트레스로 보름여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고 아마도 건강에 적신호는
그때부터 징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일일이 특산물을 준비해서 챙겨주는 마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소인배는 입으로 떡을 해서 아프리카 난민까지 먹여 살리고 진정한 대장부는 몸으로
말하고 눈앞의 인연을 비켜가지 않는다.
네 번째 만남 (공주)
얼마 후 공주에서 이청선생이 주도하는 모임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려 애썼지만 감정의 골은 깊고 깊었다.
만남이 이어지고 수원에서의 송년회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진행되고
오히려 편 가르기에 편승해서 더욱 악화일로를 겪게 되었다
여기에 몇몇 사람들이 회의를 느끼고 떠나갔으며 지금껏 돌아오지 않는다.
여튼 그 멤버에서 한둘 정도 가감 될 뿐 10여명은 계속 만났다 이청선생의 배려로
나는 갑사와 마곡사를 산사 순례를 하게 되었고 모두들 동행해 주었다
공주에서의 이틀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기애애했으며 바둑만 있으면 행복했다
자체로 연 바둑 대회에서 나는 무도님의 현란한 초식에 혼절하고 바둑 일기 원조
소라네님과 노장은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포효하는 용마5님이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두 장고파의 대국은 수시로 들락거려도 영 진전이 없어 우리는 산만하게 돌아다녔다
행복의날개님이 과음하여 선달이가 접대 징역을 살았고 무도님은 제 놀이에 바빴다
그래도 무엇이 즐거운지 삼삼오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기억이 마음 아리게 한다.
그와 나는 어디를 가도 천리 길이었지만 즐겁게 달려갔다
연말에 수원에서의 모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서 우리가 유일하게
만나지 못했던 모임이 아닌가 한다.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 이청선생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고 수원모임까지 참석했던
이청선생을 내가 불참하는 바람에 그 이후론 만나자는 연락 몇 번 받았지만 매번
인연이 되지 않아 지금껏 못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섯 번째 만남 (원주)
둘째딸을 시집보내는 날 원주에서 다시 만난다.
장남을 장가보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애태우다가 웬 돼지 같은 놈을 불러와서
나보고 허락하라는데 요즘은 자식이 결정하고 와서 부모는 도장만 찍어 준다며
허허롭게 웃던 모습에서 그의 쓸쓸함과 여식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다
모임의 의욕적이던 태평역님이 서울 사당동 모임을 결혼식 후로 잡아놓고 오셨다
미리 전갈을 받은 나는 사당동 모임에도 참석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버스를 탔다
정신이 없는 혼주를 뒤로하고 오는데 나를 부르더니 가서 안부 전하라 하면서
얼마간의 돈을 찔러 주었다 나는 태평역님께 말씀 드리고 일부는 차를 가져오신
멀리보며님 경비로 일부는 사당동 모임에 찬조했다
뒤에 들은 말로는 내 경비 하라고 주었단다. 그렇게 우리는 웃었다.
여섯 번째 만남(송추)
그래도 모범을 보이고 우리의 순수함과 명분 있는 만남을 지속하자는데 뜻을 모아
송추모임을 계획했는데 이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송추계곡에서 우리는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다
모임 전에 이미 게시판은 시끄러웠고 그 와중에 일정은 잡혀 할 수 없이 진행했고
박민식님의 주도하에 2박3일 일정이 시작 되었다
팔공산모임에서 출발하여 참으로 많은 곳을 돌아가며 우리는 만남을 이어갔다
아침 산책길에 새로 산 카메라와 앞으로의 글쓰기와 사진 올리기 전국 기원탐방
기행문을 올리겠다고 의욕을 보였었는데.
아침 산책길에 뚱뚱한 체구에 힘겨워 하면서도 폭포가 있는 정상까지 올라와
개나리 앞에서 38년도 포즈로 사진 박자면 억지로 끌어 당겨 한 컷 했었다
여기서 새로운 만남은 영판님과 꽁꽁수님 황소걸음마였었다. 나는 두 번째였고.
만석님이 모두 정당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상대가 너무 심하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만석님의 글에서 시작 되었고 상대방은 호재를 만난 것이다
정말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추태들을 기우님들에게 보여 주었고 결국엔
그를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또 여러 말들이 나올 법 하다
어쨌든 나는 침묵을 하였고 만석님은 인정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고성 행을 결정한다.
어떻게든 화해를 해보려고 무던히 노력 하였지만 그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급기야
혼자서 몇몇이 연대하여 대응하는 그들과의 언쟁을 그만두고 떠나게 되었다
아직도 나작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나작에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묵시적으로 서로의 글에 대해서
성토하는 것 자체를 자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서로의 개성과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게 그 뜻이며 기우님들께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항상 있었다.
일곱 번째 만남(고성)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고 더 이상은 오로나 자신이나 그동안 아껴주신 기우님들에게
도리가 아니라며 그는 떠나기로 했다.
천 가지 만 가지 추태를 부리면서도 한 번의 실수와 잠깐의 과욕으로 빚어진
사건을 물고 늘어져 그를 보내고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지켜보는데서
공식적으로 선비만석님을 거론하며 글을 올렸다
그동안의 나의 이미지에 큰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때 내가 고성으로 간다고 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를 잊지 않았고
그의 나쁜 점이나 오류를 보기보다 더 많은 장점과 인간성을 알고 있기에 위로하러
그를 찾아 간 것이다 나는 잊지 않았고 당신은 그렇게 외롭지 않다고 말해주기 위해.
하지만 그를 만나서 위로하고 장점을 이야기 하고 단점을 다독이고 서로가 양해를
하였지만 그에게서 광활한 대지의 석양을 굽어보는 인디언 추장의 쓸쓸함을 보았다
일용할 양식도 안락한 잠자리도 결코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그는 달리고 싶어 했다 말 갈퀴를 휘날리며 저 넓은 대지를 마음껏 달리고 싶어 했다
그가 말은 안했지만 그렇게 느꼈고 나는 깊은 연민의 정을 느꼈다
여기에 당근돼지 형님과 영판님이 동행 해 주었고 많은 기우님들께서 격려 해 주었다
지금 목숨 걸었다 해도 세상 모든 것은 지나간다.
영원한 진실은 없다 내 마음의 진실 하나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데 어떻게...
지나고 나면 모두가 부질없는데 그렇게 아등바등 거렸을까 모두가 둘러 앉아 웃었다
잊어버리고 돌아오라고 권했고 그는 올해 돌아오리라 말했었다 이야기보따리를 걸망에
쑤셔 넣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오리라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나는 그를 원망하고 있다.
왜.
그 큰마음과 여유로 삶을 긍정적으로 보던 사람이
그토록 글쓰기에 집착하여 늘 주변에 신경 쓰지 말라고 그렇게 소신을 강조하던 사람이
어쩌다 그 지경에 빠지게 되었을까.
글쓰기가 뭔데 그렇게 깊이 빠져 들어 자신의 글을 지키려 했을까.
왜. 그 사람들의 생각이 몸서리치도록 견딜 수가 없었을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옮긴 글을 지키려 했다기보다 너무 글쓰기를 사랑 했을 뿐이었지만
결국은 자신의 생각과 글을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다 충돌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제 그 사람들이 원망스러운 건 없다 가치를 두지 않으니. 그래서 그가 원망스러운 거다.
여덟 번째 만남 (천제단)
매번 새로운 인연들이 만날 때 마다 생긴다. 이번에는 태백의 천제단이다.
빈삼각묘님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여기에서도 늘 만석님과 당근형님은
동행하였고 새로운 만남은 여현님과 솔이농산님 沙里님이다
덩치는 작지만 당차고 태백의 바둑 운영을 도맡아 하시며 사이버에서나 오프에서
팔방미인에 마당발에 호남아이신 빈삼각님과의 만남은 우리의 행운이라며 칭찬을
잘 안하는 성격에도 입에 침이 마르게 했었다
식장에서 여러 프로기사들의 근황을 찍고 기념사진도 찍다가 무슨 연락을 받았는지
급한 일이 있다며 먼저 떠나면서 나와 우렁각시를 챙기고 걱정을 하며 갔다
그는 그렇게 선달이가 가는 곳은 필히 참석 하였고 어떻게든 얼굴이라도 보고 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할머님이나 어머님 봐서라도 술 좀 적게 먹고 우렁각시 애먹이지 말라고 노래를 했다
그러고도 내 술잔이 비워지면 또 따라준다
이때도 여현님과 그 사람들과 태평역님으로 이어지는 설전이 한창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우를 들며 모두 부질없으니 스스로 오해를 만들지 않았으면 그만이고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면 되고 아니면 그들을 상식선에서 이해시키는 것은 포기하라고
몇 번이고 강조를 하였다
아홉 번째 번째 만남 (팔공산)
똑같은 사람에 의해서 2차 폭풍이 몰아 닥쳤다
이번에는 태평역님을 겨냥해서 난리를 친 것이다 도대체가 불가사의하다
거론조차 하기 싫어서 그 내막은 광장에 맡기려한다
여튼 선비막석님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했고 태평역님이 떠난다.
나는 또 다시 침묵했고 만석님에게 이러저러하니 태평역님을 팔공산으로 모셔서
위로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의논을 드렸다
물론 당근형님에게는 미리 말씀을 드려 먼저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그도 얼마간을 찬조 할 테니 그렇게 진행하라고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글을 올려 팔공산으로 회비 없이 몸과 마음만으로 오라고 했다
만석님과 당근돼지님이 경비를 찬조하였고 여기에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나무나루님 못안님 예린사랑님 일곱길거리님 그리고 죽시사님은 오시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날에 부친께서 별세 하시는 바람에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선달이가 회비는 거두지 않으나 죽시사님을 위해 일 만원씩 성의를 보이자고
제안하여 모인사람 인원 수 만큼 죽시사님께 마음을 전달하였다.
이날의 깜짝이벤트로 만석님의 정년퇴임식을 열었다. 케이크하나 달랑 올려놓은
조촐한 의식이었지만 만석님은 무척 기분이 좋은 듯 했었다
그리고 늘 그러하듯 밤새워 바둑 두고 얘기하고 술 권하며 인연에 부비 대고
깊어가는 초겨울 밤을 인연의 따스한 온기로 데웠더랬다
이날 뒤늦게 포항에서 작은시집님이 친구 분들과 회와 족발 등 푸짐한 먹 걸이를
한 아름 싸들고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고 이는 이전에 내외가 고성에서 만석님에게
신세를 졌다고 만석님이 오신다하여 답례 차 오셨던 것이다
만석님만 뿌듯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성의에 감동을 주었다
이날 팔공산모임을 하기위해 그는 하루전날 내려와 우리집에서 묵고 다음날 모임에
참석하였다. 할머님과 어머님을 못 뵙고 갈까봐 그랬단다.
그게 서로가 마지막 보는 만남이 될 줄이야. 그리고 두 분은 지금 다시 만났으리라.
모임 다음날 어머님이 음식을 준비 하였다고 연락이 와서 모두 집으로 초대했다
열 너덧 명이 합동으로 절을 하는 걸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 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내년 여름엔 고성으로 오라고 모두를 초대했다
열 번째 만남.
설이나 쉬고 온다던 사람이 내가 할머님을 보내는 슬픔에 젖어 있을 때 설날 아침에
불원천리를 달려왔다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는데 가신 날 설 안부 전화를 걸어와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었고 그는 바로 달려 왔던 것이다
49재를 지낸다 하니 그도 기다렸었나 보다 그리고 잔인한 5월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설날의 황망한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어디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선달아...
기어코 달려왔구나.
벌떡 일어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갑자기 설움과 고마움과 반가움의 눈물이...
“망할 놈의 영감탱이 누가 설날에 조문 한다 카더노”.
그리고 얼싸안고 울어 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다가 할머님 빈소에 절을 하고 어머님과 단 셋이서 얘기를 나누었다
할머님이 가셨다고 하니 당근형님에게 연락을 하였고 참석하지 못하니 대신 가라하고
얼마간의 성의를 보내 주었다 모두가 너무 감사했다
하루를 할머님 이야기로 밤을 새웠고 잠깐 눈을 붙이고 떠나는 그를 안쓰럽게 보냈는데.
그렇게 당당하던 사람이 불과 얼마 전에도 호탕한 목소리로“ 49재 힘들지” 하고 격려하고
“끝나면 네가 올라오던지 내가 내려가던지 술 한 잔 사마”
그랬던 사람이 49재를 마치고 안부를 물으니 몸이 안 좋아 큰 병원에 가보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마을 가듯이 말하고는 불과 한 달 만에 영영 돌아오지 않는 길을 마을 갔다
신세를 꼭 갚으리라 했었는데.
나에겐 누나도 형도 없으니 이제 그를 형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려 했는데 얄궂은 인연은
어찌하여 청천벽력도 이렇게 몸과 마음을 재도 남기지 않으려 내려치는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하다.
열한 번째 만남
서울에서 모임 하기로 했다고 전갈을 하니 이번에는 못 온단다.
당근형님이 식당까지 예약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추진하기로 했는데 처음으로
나와 시간이 안 맞는구나. 했었는데 영원히 멀어 질 줄이야.
만남을 며칠 앞두고 입원 하란다며 전갈이 왔다 그때만 해도 심각하게 말하지 않았다
나도 느낌이 예민한 놈인데 불길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꾀병이라며 한소리하고 내 보고 싶어 그런다면 모임 끝나고 갈 테니 기다려라 했다
서울 모임을 마치고 춘천으로 간다하니 계획이 없던 당근형님 그리고 황소걸음마님
그대그시절님께서 동행해 주셨다
별거 아니겠거니 하며 들어섰는데 그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과 며칠사이에 얼굴은 반쪽이고 온몸이 부어 터질듯 했다 이건 아닌데. 정말.
그래도 심각한 건 아닐 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말하기도 힘들어하고 눈동자에 힘이
없어 보이는 그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그리고 힘내라고 꾀병은 봐주는데 건방떨지 말라고 내 신세 다 갚도록 하라고 전했다
그리고 돌아서 병원 창밖으로 얼굴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려와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심하다가
산사 길을 그의 쾌유를 비는 염원을 위해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송광사로 향하게 되었다 여기에 당근돼지. 황소걸음마. 나무나루. 그리고 우렁각시와
선달이가 동행을 했다. 다녀와서 전화로 그렇게 했다고 절 값하라고 하니 모두 고맙다고
그러마 했었는데...
다녀와서 글을 올리다가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나는 그 즉시 글을 내리고
짧게 그의 소식을 나작에 올렸다
잠시 그를 위해서 당시의 글을 다시 올려 본다.
동행(1부)
우리는 시원하게 뚫린 신작로와 꼬불꼬불 오솔길과 골목길을
때로는 목적에 따라 때로는 아무런 목적 없이 무심으로 걷곤 한다.
인생은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일수도 있고 여럿으로 즐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의무인 듯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일컬어 인연이라 하더라.
인연을 여럿으로 나누어 깊이 있게 다룬 말들이 많지만 늘 다루고 있어도
나는 학술적이거나 논리적인 것 보다 체험적인 것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우매한 것도 있지만 실상 우리는 흔히 접하고 느끼는 것들을 나누기
편하니 자주 하는 것이고 골치 아픈 얘기들은 나부터 눈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게으름을 감추기 위해 도(道)는 일상에 있고 평범하다고 변명한다.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시련이라 하고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적응하며 살아왔고
사는 게 곧 도(道)요 수행이라고 자신을 강변한다.
시련의 날들이 수많은 인연들의 밑 독을 들여다보게 하였고 나의 행복은 작지만
너무나 크게 와 닿고 짧지만 동안을 진정 다행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눈을 깔아 아래를 보게 되어 비굴함과 비참함 사이로 겸손을 찾아 분간을 하고
그것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날들의 나의 일상이 작금의 현실이
평범하지도 여유롭지도 못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부자로 산다.
인연들에 감사할 줄 알고 그들에게서 기억되어 지는 것이 얼마나 부자인가
가난을 구분하고 여유(?)를 부릴 줄 아니 인생을 조금 알았다 할까. ^^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고통으로 보내고 있는 인연을 위해 안타까운 시간을
그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술로 달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슬퍼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그렇다고 잊으려 노력도 않겠다.
생각나면 생각하고 슬프면 슬퍼 할 것이다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린다.
여기에 그를 위해 슬퍼하는 것만이 그를 위하는 진심이 아니라 변명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와의 좋은 추억을 더듬으며 어떤 힘이 닿으면 그를 소재로 글을 쓸 것이다.
모두에게 정겹게 했지만 모두가 그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선달이의 염원 길에 기꺼이 동참했다
이제 그들과 같이한 길들을 더듬어 가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려 한다.
형님.
응. 아우님 잘 지내고 있어.?
저야 뭐.
저기.. 이번에 산사 길을 순천 송광사와 운주사를 잡았는데 혹 시간이...
음. 한번 알아 봐야겠는걸.
네.
이번에는 만석님의 쾌차를 비는 108배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
그럼 당연히 나도 가야지. 언제 갈 건데?
당근돼지님이 갑자기 일정을 물어 오는 바람에 달력을 보았다.
둘째 주로 시간도 아예 정하고 먼저 선약을 한 황소님에게 연락을 하여
일러주고 마지막으로 나무나루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흔쾌히 받아주는 목소리에
내심 흥분이 되고 가슴 설렌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확 다가왔다
결과론이지만 현실에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도 뭔가가 만석님에게 전해졌다고
위로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분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며 만석형도 우리를 잊지 않으리라.
만석님을 위해 정성으로 108배를 하고나서 그와 같이한 이분들과의 시간을 가지고
천리 먼 길을 달려온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리라.
2부에서 계속...
하지만 2부는 영원히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열두 번째 만남
내려와서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지만 마음이 가라앉아 저녁에 혼자 술잔을 기우렸다
다음날 일을 나섰지만 영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 접고 들어왔는데 불길한 생각이
가시질 않아 또 술 한 잔을 하고 바둑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전화기 전원을 껐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이틀을 방안에 틀어박혀 그의 글을 읽고 추억하고 바둑 두고
식음을 전폐하고 있으니 어머님이 안타깝게 지켜보시며 어쩔 줄 몰라 하셨다
“그 정도로 안 좋아 보이데.”
“네”
‘거짓말 같다 .정말.“
그리고 우리는 서로 짧은 한숨만 나누었다
3~4일 지난 뒤 좀 호전되었기를 바라며 전화를 하였더니 한참 만에 만석님이 받는다.
“응. 선달아.”
이것이 이승에서 마지막 들은 정겨운 목소리가 되어 버렸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좀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무 대답이 없다.
“접니다.”
한참 만에 들려 온 목소리는 형수님이었다.
너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전화도 못 받을 상태란다. 이 상태라면 언제...
알았다 전하고 조만간에 다시 가겠다고 아니 내일 당장 올라가겠다고 전하고 끊었다
아...!
이럴 수가 없다.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마구 뛰고 어떻게 주체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소주 한 병을 냅다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한 병을 컵에다 줄줄 따르며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나에게 고마운 사람을 한해에 그것도 두 달 사이에 둘이를 보내야 한다니.
질질 짜면서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전화를 해댔다 만석님과 같이했던 분들에게
마지막이다 싶어 정 이사님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흠뻑 취해 버렸다
보통은 다음날 일어나지 못하는데 긴장 탓인지 제 시간에 일어났고 도리124형님도
어려운 여건에도 동참 하신다고 전갈이 와서 같이 출발하였다
정 이사님 당근돼지님 영판님 황소님 도리님 일곱길거리님 모두 침울하게 만나서
병원으로 들어서니 눈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태로도 우리를 알아보고 손을 한번 씩
잡으며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말하고 뭔가 더 말을 하려 했지만 힘들어 보였다.
한번보고 그대로 돌아서자니 너무나 가슴이 벅차올라서 모두 밖으로 나와 소주 한잔을
들이키며 한숨으로 지난 일들을 회상하다 다시 올라갔으나 그는 이미 혼수상태였고
잠든 모습으로 누운 그의 손을 꼭 잡고 지켜보다 돌아선 것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의식이 남았을 때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올라 간 것이
그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하는 게 나의 위안으로 남을 뿐이다.
내려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진공상태로 이틀을 보내고 전화기 전원도 꺼놨었다
다음날 오후에 그래도 아니지 하며 전원을 켜는데 불과 채 5분도 안되어 벨이 울린다.
자막에 선비만석이라 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벌써 코가 시큰하며 눈물부터 흘렀다
차마. 차마 받지를 못했다
길게 울리던 벨이 끊어지고 잠깐의 침묵을 깨고 다시 요란하게 천둥 번개를 동반한
낙뢰가 내리치는 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이미 각오는 했었다. 하지만 뛰는 가슴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었고 목이매여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보세요..여보세요
내가 말은 못하고 쿨럭 거리는 소리에 형수가 알아차리고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만석님 오늘 새벽에 가셨어요.....
그와 처음 만났을 땐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인터넷 대국장이었고
그와 마지막 만남은 얼굴을 영영 볼 수 없는 그의 빈소에서였다
우리의 열 두 번의 만남을 끝으로 그는 저 만큼 앞서갔다.
영원한 이별이라 생각지 않으려 한다. 할머님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사막에서 만나서 3년이라는 시간동안 천리 길을 사이에 두고 3개월에
한번 꼴로 12번의 만남은 결코 짧지도 않았지만 길지도 많지도 않은 만남 속에
그와 쌓은 정과 신뢰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너무 오버 한다고 하더라도 할 말은 없다. 그게 뭔 대수랴 둘만의 일인걸.
나는 그가 우리 할머니를 그렇게 위해 주었기에 그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것과 더불어.
각자의 수준이라는 게 있다.
지식을 나무라는 경우가 많지만 크게 본다면 환경이다
어떤 환경으로 형성된 정서인가와 그것으로 어떤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를
나의 환경에 비교할 때 내가 해야 될 처세가 나오며 여기서 마음을 열어야 된다.
그렇지 못할 때 묵언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였다고 상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강요하거나
상대가 한 것이니 나도 해야 된다거나
내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거나 상대의 환경을 무시한다면 소통의 길은 요연하다.
동기는 같이 세울 수 있어도 과정과 결과는 자신의 의지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각자의 개성과 능력의 차이요 환경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가 본 그는 나쁜 점 보다 좋은 점이 많았지만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욕구가 문제였다
상대의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요 자신의 환경도 깨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충돌을 일으켰고 그리고 소화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인간성에 바탕을 두었고 기본이 있었기에 그를 사랑했다.
이제 그를 기억하며 가끔씩 보고프면 들어와 소주 한잔 할 수 있도록 내 작은방에
추억의 모닥불을 지펴놓고 영원히 꺼지 않도록 그와 부대낀 생각의 장작들을 모아
하나씩 하나씩 던져 넣으며 그와의 따뜻한 시간들을 가슴으로 느끼고 지난 일들에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지만 마지막으로 여기 편지 한줄 남겨 놓는다.
만석 형.
저승에서 차 한 잔의 시간일지 모르는 이승에서의 시간들에
오늘도 집착하며 영원처럼 살아가지만 나는 벌써 마음을 비운지 오래요
아직은 아니지만 그리 멀지도 않으리다.
내 아버지와 어머님을 추스르고 나면 이승에서 할 일은 끝나는 듯하니
차 한 잔 하고나면 아마도 나하고 약속한 내기바둑 두고 있을지도 모르겠소.
지금은 회상에 젖어 형에게 편지 한줄 긁적여 놓고 노을빛 날들을 떠올리며
따끈한 커피 한잔 올려놓았소.
커피 잔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한줄기 바람에 펄럭이는 편지지가 마치 형이
뒤척이며 읽는 듯하고 서산의 붉은 노을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구료.
참으로 허망하고 아쉬운 마음은 아직도 현실이 꿈만 같고 가위에 눌린 듯하오.
세상사 모두가 우리의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골을 따라 흐르건만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따라 흐르지 못하고 그리도 서둘러 갔소.
못났소. 정말 못났소.
우리의 이별이 영원으로 간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지금의 단절은 어차피 현실이고
아쉬움의 시간들인 것만은 사실이니 그래서 안타깝고 슬픈 것이요
사실 보내는 우리가 슬픈 게 아니라 남은 우리를 보는 형이 더 슬플지도 모르겠소.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되던가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업이라 합디다.
두 손을 불끈 쥐고 대성통곡을 하며 태어났다는 게 그 증거요
그렇게 지키려고 두 손에 꼭 쥐고 왔던 순수와 사랑을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모두 놓아버리고
왼손으로 뱀 꼬리를 붙들고 오른손으론 잿더미를 긁어모으며 살아가는 게
어리석은 우리네 인생살인 것을요.
자꾸 마음이 울적해지고 가라앉아 농 한마디 했소.
만석 형.
어저께 내 생일이었소
형이 보내준 줄무늬 와이셔츠에 빨간색 꽃무늬 넥타이를 받아들고 얼마나 웃었는지요.
누가 고성 멧돼지 아니랄까봐 촌스러운 건.
그런데 오늘에 다시 펼쳐놓고 바라보니 저 넒은 초원에 꽃밭으로 보이는 구려.
철마다 보내준 꽁치며 미역이며 오징어며 평상으로 보던 것이 이제는 모든 게 살갑소.
형의 마음이 비로소 가슴으로 느껴지니 서러움에 가슴 저려 이만 줄이려 하오
내 비록 속세에 무능하고 업이 많아 던으로 하는 일에 제한이 많지만
마음의 속살 그 깊은 옹달샘에서 정한 수 떠다놓고 49재 동안 나와 형의 업장소멸과
이승에서의 한을 다 접으시고 극락왕생 하시라고 우렁각시와 정성으로 108배를 하였소.
이제 모두 마치고 멀리서나마 나와 같이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형을 사랑하던 분들과
형이 사랑했던 글쓰기와 바둑이야기 그리고 형과의 시간들을 추억하는 밤을
팔공산자락 깊은 골짜기 우리가 처음 만났고 마지막으로 만난 팔공산장에서
형이 초대했던 분들과 날짜에 이제는 형이 없는 고성으로 갈수가 없어
그분들을 팔공산에서 제가 모시기로 하였소.
형.
장소는 알 것이니 한번 다녀가시구려. 모두 반가워 할거요.
그럼 그때 봅시다.
형을 사랑하는 아우 선달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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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눈의소리
조아해유
AKARI
沙里
그대그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