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일요일 근무
일요일 아침 8시에 맞춰 출근하려 간밤부터 신경을 쓴다. 핸드폰 알람은 4:30에 맞추고 평일에 7시 출근에도 4:30이었는데 너무 빠른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냐 이 정도는 되야지 아침에 조용히 생각해 볼 시간도 있지.
일요일 오후 4시 퇴근에 일찍 옷을 갈아입고 기다린다. 오늘은 정말 바쁜 하루였던것 같다. 일요일 마다 인원이 부족하여 대치근무를 채우다 보면 쉽지가 않다. 결국 오후 근무자를 일찍 나오게 한다. 오후 3시 출근인 직원을 오전 10시에 나오게 하면 5시간 O/T(Over Time)을 주는 것이니 회사에는 손해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8시간 근무를 5시간으로 때우니 회사엔 이익인 것이지만 그만큼 그 시간에 근무자는 힘들다.
본관의 고층 담당과 저층담당 그리고 별관담당 모두 약제부를 나가 현장으로 향했다.
10시 전엔 나 뿐인데 Air-Shooter(기송관) 와 Conveyor(컨베이어)담당 둘이 아무도 없고 혼자 하려니 이리뛰고 저리뛰어도 끝이 없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종로빈대떡 브랜드의 파전을 먹는다. 막걸리와 빈대떡이 유행이어서 인지 최근 이 근처에만 막걸리 집이 대 여섯군데 생겼다. 파전은 12,000원 인데 얄팍한 밀가루에 빈약한 해물을 넣어 돈도 없지만 애처롭기도 마찬가지이다. 주전자에 막걸리 두 통을 따르니 한 주전자 인가보다. 저건 그래도 보는데서 넣어주니 정직한 장사를 한다는 제수츄어일까? 한 말 들이 막걸리 통의 정체를 밝힌다며 티브이에서 열심히 방송하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결국은 회사 이야기 사람 욕, 안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것은 알면서도 비켜가지 못하는 범인들의 막걸리 모습이다. 일요일 오후, 빨리 퇴근을 하고 집에가서 쉬고 싶을 젊은 직원을 붙잡아 놓고 어제 아침 그제 밤의 힘든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에게 오늘은 내가 퇴근하는 시간 오후 4시에 맞춰 예기를 하자고 붙잡아 놓았었다.
기송관(Air- Shooter) 발송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1 분이다. 매 분 하나씩 기록을 하며 열심히 보낸다. 끝없는 일에 시간은 잘도 간다. 저 편의 컨베이어 라인 까지 보내고 받으며 약사들이 검수를 마친 주사제와 복용 약들을 끝없이 병동 별로 분류한다. 각 병동에서 각기 기다리는 퇴원환자들의 퇴원 약은 검수 즉시 해당 병동으로 기송관으로 발송해야 하는데 병동과 응급실등 끝이 없다. 주사제는 혈액종양병동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발송해야 하는데 분류및 정리를 할 시간조차 없다.
이거 오늘 정말 혼 나는군!
콜센터에 전화해 지원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지원요청을 해도 올 인원이 없는 것은 뻔하다.
그래 이리 바쁘면 시간은 잘 가는 법이니 이따 오후의 약속이 빨리 다가오고 오늘은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지 싶어 오히려 다행이라 여긴다.
막걸리 한 잔에 곁들여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일까?
제각각 업무 이야기와 있었던 일 이야기 이지만 그게 무슨 대수일까?
나이 오십인 직원은 딴엔 진심인 듯 젊은 직원에게 강조한다. 반장님께 잘 해야돼.
저 소리 들으려고 마련한 자리는 아니고 나도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진심으로 일하고 진실은 왜곡되는 것이 아니니 소신껏 해 보자고.
기분좋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희망을 가질수 있어야 된다고.
눈치없고 사회성이 결여되 있고 남들에게 타박만 받지만 순수한 그의 느낌은 공정한 잣대이자 척도이다.
임상병리과에 새로 오는 과장은 인사를 해도 안 받던데요.
내가 수집한 정보로도 그는 달갑지 않았다.
약제부의 선임은 말이 많아요.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말 을 해요.
나만 몰랐나보다.
내가 돌보지 않았었으면 안 좋은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던 저 사람은 저리도 명쾌히 나름의 소견이 있었던 것을 나는 몰랐었다. 저 이가 이제 예기하는 이제 나를 이해하게 됬다는 그 말씀은 그럼 그 동안은 나만의 착각이었지 그는 그 동안은 나를 몰랐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는 말일까?
조용한 일요일에 평소와 달리 오히려 많은것을 깨닫게 되는 것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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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youngpan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