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두른 서울행인데
시골버스-고속버스-지하철의 신세를 지며 상봉역에 도착한 시간은 약속시간에 한 시간을 넙겨버린 후 이었다.
그간 팔공선달의 핸드폰만 열나게 괴롭혔지만 시간은 흐르고 말았다.
모임장소에는 10여명의 친구들이 소주잔을 기우리고 있었다.
팔공선달부부를 비롯하여 오늘의 초청인 당근돼지, 전 친목회장 용마,
태백의 작은 영웅 빈삼각, 꼼꼼히 친구들을 챙긴다는 꽁꽁수,
오로의 사상의학 권위 영판, 후덕하게 생긴 청도의 못안, 그리고 대룡산 ,
오늘의 특별초대손님 우리재현등 여러분이 반겨주었다.
개중에는 처음 뵙는 분도 있었고 구면인분도 있었으나 모두가 오로에서 아는 분들이라 반갑기는 마찬가지 이었다.
사이버에서 만난 분들을 직접 대면하니 반가움은 배로 불어난다.
더구나 건강 때문에 멀리했던 술잔까지 기우리니 정겨운 마음이 철철 넘친다.
소주에 삼겹살 햐- 얼마만이냐!
그러나 영판님이 나를 보자마자 돼지고기는 들지마셈! 한다.
허걱-
조금 지나 허장회사범이 찾아주어 더더욱 빛나는 자리가 되었다.
허사범이 길러낸 프로기사가 35명에 이른단다.
우리나라 바둑계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기념비적인 존재이다.
이제는 바둑연구소를 제자들에게 맡기고 한촌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며 조용히 살고 싶단다.
큰일을 하고난 다음 다 벗어놓고 가볍게 하고 싶다는 바램이리라.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난다.
허사범의 작은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만나면 헤어저야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제각기 갈 길을 찾아 떠나야한다.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나 만나려는지-
안녕히 들 가시게-
이튿날
당근돼지와 선달이는 춘천에서 투병중인 선비만석을 만나러 간단다.
나도 당근돼지를 따라 나선다.
나 역시 성한 몸이 아니라 이번 못 보면 언제 보나 싶어 피곤일랑 뒤로 밀어내버렸다.
경춘 고속도로는 산을 뚫고 물을 건너 하늘과 땅 중간에 터널과 다리로 만들어 놓은 길이었다.
인간의 의지가 자연을 정복한 것이라고 하지만
시골영감의 눈에 비친 경춘 고속도로는 인간들이 조그마한 편의를 위하여 자연을 파헤처버린 현장으로만 보였다.
춘천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선비만석을 보자 반가움보다 눈물이 앞선다.
그 풍만하고 여유로운 만석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반쪽만 남아 환자복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부리부리하고 시원스럽던 눈빛대신 초점 흐려진 시선마저 가누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반가움에 목말라 찾았던 선비만석인데 반가움은 행방불명되고 아픈 마음과 슬픔만 머금고 돌아섰다.
같이 동행한 당근돼지, 팔공선달 부부도 같은 마음으로 돌아섰으리라.
경춘 고속도로 입구에서 선달부부를 대구로 떠나보내고,
당근돼지님과 나는 서울에 도착하여 서둘러 헤어졌다.
만남 뒤에는 언제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는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서정주님의 싯귀절이 가슴을 적셔준 서울 나들이 길이었다.
( 2010 4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