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올림픽은 한국팀에게서 볼 거리도 많아졌지만

더불어서 해설자들의 면면도 볼 기회가 되었었다..

말썽이 빚어져서 그만 둔 제갈성렬이라는 사람은

주님을 거론하다가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그날 상황을 지켜본 나로선

경기가 끝나도록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었다..

나도 그의 해설 덕분, 혹은 때문에 다만 크라머가 고깔콘을 건너넘은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나보다라고만 생각했지, 설마하니 코스변경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을 게임이 끝나고나서 심판들이 실격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스피드 스케이팅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로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경험이 많았다면 무언가 조짐이 이상하다고 상황을 의심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밖에 몇 차례를 보았더니 아닌게 아니라 컨텐츠가 좀 부족해보기도 하였다..

피겨해설을 하는 방상아 씨의 경우 말이 좀 적은 편이 아닌가 의심된다..

러츠는 무슨 뜻이라든가 플립은 사전적으로는 무슨 말인데, 운운하면서

낱말풀이도 좀 해주고, 그런 동작을 할 때의 실전적 문제도 이야기 좀 해주고

해줄 말이 많아야지, 대체로 좀 말이 너무 없이 감탄만 하고 있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김 연아 덕분에 이미 여러 차례 접하는데도 낱말 뜻도 알기가 힘든다..

굳이 우리가 사전을 뒤적여가면서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제갈성렬 덕분에 뒤에 등장해준 전 이경 위원이 느낌은 제일 좋았다..

소위 애국애설이라서 감정적으로 개입되어서 흥분하는 것도 우리들로선 자연스런 것인데

다만 이 해설자의 경우 그 짧은 시간에도 선수가 챙겨야 하고 우리가 보아야 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요소마다 잘 찔러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봐야 한두번 본 것인데, 벌써, 해설은 이렇게 해야지.. 라는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이런 것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 민진 프로의 바둑해설은 얼마나 황홀하였나?

거의 언제나 때마다 제공되는 형세판단.. 그러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주어지는 다음 착수의 갈랫길의 구체적 제시.. 두어야 할 곳과 두지 말아야 할 수의 선명한 구분..

이전에 무하마드 알리 혹은 케셔스 클레이가 말하길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하더니

이 민진의 해설이 바로 그런 것이었더라..

그에 비하면 이따금 보이는 김 성룡의 해설은 좀 퍼드러진 것이 아닐까?

자유로운 맛은 있지만, 연령대에 비해서 너무 지멋대로 떠들어대는 느낌을 받았다.. 윤기현의 연령대에 어울리는 말투가 삼십대 청년의 해설에서 습관화된다는 것은 좀 부조리한 느낌을 받게 되었었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가 보면 다시 아쉬운 것은 문용직이다..

바둑 해설의 시간은 얼마나 긴가? 대개의 경우 3시간은 될 것이다..

그 긴 시간에 바둑판의 공간학도 이야기해주고

모양이 나오면 그 모양의 구조학도 이야기해주고.. 직업바둑이야기, 옛날 이야기, 자신이 읽은 책이야기..

일본과 중국과 한국의 비교이야기...

적절한 진행자와 만나기만 한다면, 서너 시간 동안에 무한대의 소재가 주어질 수 있는

방대한 담화의 가능성일 수 있을 것인데...

오 청원이 지금 시대의 기사라면 당연히 바둑해설의 기회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럴 경우에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을 볼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