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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2-12 오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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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좋은 발견을 하였다..
프루스트의 작품에 대한 저자의 이해, 혹은 깨달음을 정리한 책인데
그런 작품을 구상하여 완성한 작가도 놀라운 점이 있고
또 십여년 간의 궁금증을 마침내 해결하여 그걸 책으로 낸 저자도 신기한 점이 있었다..
알고보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미 완역이 두어벌 되어 있는데
내 기억에서 처음 저 작품이 들어온 것은
세계문학 전집에 들어있던 스완의 집 쪽으로 라는 책이었다..
당시에는 프루스트라는 작가도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았고
나중에 이따금 이 작가가 인용될 때를 보면, 의식의 흐름이 어떻고 하는 말이 있기에
그런 망상을 가지고 방대한 분량을 만들다니 참 이상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 나온 해설서를 대략 넘기다보니 그게 아니라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었다..
주인공 마르셀은 어머니가 주는 홍차에 다과를 물어베다가 어린 기억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끝없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혹은 시절을 되살려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우리 번역서로 대략 5천 페이지 정도가 된다고 한다..
앞에서 가능성이라고했던 말은 바로 이러한 과정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바둑으로 치면
바둑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애호가, 혹은 기사가
평생의 모든 바둑에 관한 정보, 혹은 기보를 회상하면서 음미하는 작업과 비슷한 셈이다.
물론 프루스트가 한 작업은 기보회상이 아니라, 인생회상이므로
다시 자신의 인생을 준거로 이어지는 모든 다른 사람의 모든 순간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니까, 바둑이 아니라 바둑의 원판, 즉 인생 자체를 모두 복기하는 작업을
5천 페이지에 걸쳐서 한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거기에 담긴 잠재성을 신간의 저자가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고도
놀라왔다..
동양학 쪽의 누군가도 저런 새로운 길을 얻은 후에 도지무지,인가를 했다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의미는 기뻐서 춤을 추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먼 세상을 떠돌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세상은 곧 마음 속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이가 어리거나 젊으면 눈으로 보아야 좋을 시절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모든 방랑이 귀향을 위한, 즉 현재 자체가 아무런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선
과거로 인한 미래의 추구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물론 소위 실전도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을 두고 생각해보면
이들에겐 왜 스스로라도 안식년 같은 것이 없는가 하는 생각을 지금 해보게 된다.
프로를 한 10년 하고 15년 하게 되면
몸은 비록 크로아티아로 가더라도 평생의 모든 의미로운 바둑장면을 거의 일정한 수준에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치 마르셀이 어머니의 홍차를 마시면서 다과를 입에 물듯이
부담없는 시간을 한동안 갖게 된다면, 마음 속의 모든 복기를 통해서
그 모든 바둑들의 같고 다름과 변화와 불변 등등 형언할 수 없는 느낌과 자각을 얻을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그를 통하여 왜곡된 다층적 생의 속내를 재조정하기에 좋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사업자들이니까, 긴 휴식을 취하면, 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 라고 근심을 하게 도 되겠지만, 일단 이런 일의, 즉 프루스트와 같은 가능성을 알고 모르는 것은
크게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프루스트를 통하여 줄거리 개념에 입각한 소설의 시대가 크게 흔들렸다고 하니
거기엔 매 순간의 음미와 그 음미하는 자신을 보는 미래의 자신, 즉 되찾은 시간이 있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잃어지지도 않은 시간인 바에야
다시 찾을 것은 또 무엇이겠는가?
그냥 이렇게 성령이 임하시는대로 쓰다가
때가 오거든 확인을 누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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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