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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
2011-12-08 오후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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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왠지 모를 감동이 있었다.
오늘 보게 된 것은 어제 우연히 가게에 물건사러 들렀다가
세종과 밀본의 수장이 나누는 토론을 들었는데, 한국드라마같지 않게, 사유와 열정이 밴 대사가 지속되었다.. 마치 100분 토론의 전성기를 듣는 것 같았다..
아니 머 저런 게 있어? 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아는 사람과 대화하던 중에 그 사람이 그 감동을 열나게 전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외출했다가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서 빨리 귀가하였다..
글자, 즉 훈민정음이 역병처럼 퍼져 나갈 것이라는 비밀결사의 대장이 하던 대사를 한석규 세종이 떠올리면서 자신의 결심을 피력하는 장면을 보는데
작가의 사유와 상상력,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안목이 짧은 순간에 담뿍 담겨 있었다..
사실 나는 한글전용주의자도 아니고, 과도하게 전용을 고집하느라고 작품을 망치는 많은 사례를 보고 답답해 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한글의 창제로 생겨난 다수 인간의 지성과 신성의 계발효과는 필시 상당하였을 것이다..
어린 백성이 피력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뜻대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라던 세종임금님의 관점은 정말 정당해뵌다..
서양에서도 성경책이 라틴어로만 되어 있어서 그러한 언어장벽때문에,. 세계관이라든가 사유의 기회가 소위 성직자에게 묶인 역사적 정황에 전기가 마련된 것은 저 유명한 말틴 루터의 성서 독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라틴어로 된 기독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소위 종교개혁이 시작된 것이었다..
역병과 같이 퍼져나가는 글자의 힘, 거기엔 필시 다양한 함축이 있기도 할 것이다..
이따금 관심가는 작품들이 드라마에도 있었지만, 이 뿌리깊은 나무,라는 작품은 또다른 특색이 있다. 찾아서 보고 싶은 드라마가 오랜 만에, 어쩌면 처음 있고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민요를 퍼뜨리는 신세경의 눈빛은 마치 혁명가의 그것처럼 의미롭고, 세종의 마음을 잘 이해하면서 대사하는 한석규, 그리고 근자에 유명해지는 밀본수장의 연기자, 등등... 모든 것이 또한 그렇게 지나갈 것이지만, 적어도 한 순간의 감동이 아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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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