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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할 뿐
2011-01-19 오전 3:20
조회 4043추천 7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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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오직 할 뿐,이라는 말이 곧잘 떠오른다..
오직 모를 뿐,에 비해서 이 말은 그다지 유명한 말은 아니다..
서점에서 어느 승려가 쓴 책의 제목으로 보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매력이 간다..
오직 할 뿐....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우선 그 일이 잘 되도록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일을 해보면, 꼭 거기에 자신이 개입되려고 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다들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일이나 잘 되도록 할 만한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막상 경험해보면
자신이 거기에 개입하려드는 느낌을 자꾸 주는 경우가 있었다..
일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현상이므로
반드시 연관된 맥락들이 있다..
그런 맥락들을 잘 보살펴서 일이 잘 이루어지면 그만이다..
그렇게 해서 일이 잘 되면 거기에 관련된 모든 factor들이 즐겁게 된다..
굳이 자신이 거기에 더 개입되려고 들 필요가 없다.
하긴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되면 좀 싱거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을 거치지 않으면 일이 불편하거나 안되게 하겠다는 심리를 드러내는 경우에는 참 매력이 없어진다..
하긴 세상사야 대략 이렇겠지만, 그러지 않아야 될 곳에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에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축구는 골이 잘 들어가도록 하면 되는 것이고
수비하는 사람은 골이 잘 안들어가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분쟁을 조정하는 사람은 분쟁이 조정되게 하면 된다..
그런 일을 하면서 자신은 돈을 받지 않는가?
더 이상의 무엇을 그리 고집하는가?
택시 승객은 행선지에 잘 가면 그만이고
운전자는 안전히 가서 요금을 잘 받으면 그만이다.
승려는 불법을 잘 전하면 그만이지 자신이 굳이 승려일 필요도 없다..
불법이 잘 전해질 때에, 그 매개가 되는 그 무엇을 두고 우리는 승려라고 부른다..
교수는 자신이 전해야 할 역할을 잘 하면 그만이다..
잘 전달될 때에 소비자는 즐거워하고 지불한 돈, 혹은 수업료가 덜 아깝다..
가정은 사이좋게 살면 그만이다..
내가 아빠일 필요도 없고, 네가 딸일 필요도 없다..
아빠가 무엇인지 딸이 무엇인지는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냥 잘 살다가 보면, 낳은 남자가 하는 역할을 두고 우리는 아버지라고 불렀던 것이다..
좀 싱겁긴 하네..
모든 것이 그냥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난감한 느낌이 있다..
바둑판의 소리를 잘 들어서 판 위에 전달하는 수준이 일정한 궤도에 오른 자격증 소지자를 두고 우리는 프로바둑기사라고 부른다..
그 의미는 바둑판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능력에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명예심이라는 것이 왜 그다지 의미가 없는 지 좀 알 것 같다..
이전에 누가 자기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이
저 사람이 대학시절엔 잘 나갔어서, 그 후배들이 마치 그 무엇처럼 존숭하곤 했다고 하길래
그때 든 생각이
우리가 명예를 막연히 좋아하지만
그렇게 그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무지하다면, 명예는 큰 불명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 것이 보편적 상황이라면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공자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에 불편함이 없다면
군자라고 할만하지 않은가? 라고 반문하였었고
노자의 글을 보면 하사는 문도하면 대소지,라고 하면서
그들이 불소하면 그것을 도라고 하기에 부족하다고도 하였었다..
그러고보니 두 양반의 말이 조금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마음 속을 느껴보면
오직 할 뿐,이 가리키는 그런 마음상태가 보편화되는 데에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거리낌이나 불편함이 있는 듯도 하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가 두려운 것일까?
하긴 생존해있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표현하는 말을 본 것도 같다...
수다한 말이 나오고 있다..
오직 할 뿐, 멋져보이기도 하고
두려운 말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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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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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네요..........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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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선달 |
｜ 2011-01-19 오전 10:06:27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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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언젠가부터 저는 리베로가 마음에 들기 시작 했읍니다.
나로 인해 이루어진 부분을 즐기며 그 모두를 챙기는 골게터의 행동에서
나의 속성을 다져가는 과정도 나름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먼저 자리를 떠나 홀로 샤워를 하고 분산한 자리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따라오며 나의 어깨를 감싸주며 수고했다고 했을 때.
그 한사람이 나에게는 수만의 관중이고 나는 비로소 스타가 되더군요.
법문님 글을 보고 몸에 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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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생활이라 모처럼 길게 댓글을 달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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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
그렇군요.. 그런 흐름이라면 흐름은 좋은 것이고, 이론적 배경만 나중에 좀 추가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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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商타냐 |
｜ 2011-01-19 오후 5:48:04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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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오직 할 뿐...! 좀 외로워 보이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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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
한 가지 일에 적용을 하려하면 멋져보이는데, 전체생활을 오직 할 뿐으로 하려면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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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에 불편함이 없는 그런 자리로 가는 길
분명 가야하고 갈수도 있는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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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법문 |
노자님은 아마도 알아주는 게 도리어 문제라는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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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 이란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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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당근돼지
홍선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