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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심
2011-03-05 오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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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서 박 상륭을 읽을 만한 상황들이 되는 것 같아서
매달의 두번째 주 정도부터 한 권 정도씩을 읽으려고 해서 흐름이 조금 있다..
첫달에는 잡설품을 보았는데
두번째로는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평심을 대상작으로 삼았는데
모두 8종의 단편이 있으나 모두 명쾌한 독서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사상적인 면에서보면 결국에는 불이법문을 벗어나긴 힘들겠지만
대체로 보아서 박 상륭은 해탈과 구원이라는 주제와 그에 따른 우주론 등을 관심하고 있으나, 그러나 그에겐 대체로 영적인 진화론 등의 취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몸의 우주라든가 말씀의 우주, 그리고 마음의 우주,라는 식의 개념이 정립된 것은
아마도 영역이 다른 것을 뒤섞으면 바른 인식이 불가능함을 인지한 증거인 것 같다..
평심에는 모두 8종의 단편이 있는데, 뒤의 3종의 말하자면 올드보이 연작이 셋 있고
앞에는 이민생활 연작이 셋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평심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다..
평심에선 도를 구하기 위하여 출가한 젊은 왕자가 세 사람의 스승을 거치다가
나중에는 그 스승들의 말씀이 하나의 참구소재임을 깨닫고 독자적 사색을 진행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발화를 하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에는 그 왕자의 이름이 싯달타였다고 언급함으로써
평심,이라는 작품은 곧 고타마 붓다의 일대기에 대한 저자 자신의 간단한 해석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올드보이 2에서는 산, 즉 mountain이 의미있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그 와중에
시인 이백의 독좌경정산의 영문번역이 거푸 소개되고 있다..
We sit together, the mountain and me
Until only the mountain remains... 라고 인용된 시를 검색해보았더니
이백의 쓴 독좌경정산의 일부였는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衆鳥高飛盡 (중조고비진)
孤雲獨去閑 (고운독거한)
相看兩不厭 (상간양불염)
只有敬亭山 (지유경정산)
새들은 모두 높이 날아가 버리고
외로운 구름하나 한갓지게 떠가는구나....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더니
경정산만 홀로 남았네....
** 올드보이 2의 소재는 산,이라서 이 시가 나온 것이다..
관산기와 간산기 그리고 견산기의 구분을 해둔 이 작품은
산을 소재로 사유가 전개되는데
이는 앞에 나오는 [로이가 산 한 삶]이라는 단편에서 등장한 산의 찬미와 통하고 있다..
Roy 이야기는, 서른 여섯 살의 젊은이가 비대증과 합병증, 그리고 심장마비로 죽은 사건을 바라보는 화자인 헌책방주인이 그의 사유를 전개하는 것인데
로이는 대학을 잘 나왔지만, 저간의 사정 때문에 안정적 사회활동을 한 바가 없이
정부의 보조금 등으로 생활하면서 다소간의 학문적 책들과 다소간의 탐정소설들을 읽다가 죽는데, 그가 정작에 소위 역사라고 하는 것에 제대로 참여한 것은
저자가 환면,이라고 번역하는 television에 잠시 나온 0.5초 간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보면 허망한 인생을 살다가 간 것인데, 거기에서 저자의 사색은 시작된다..
영겁이라는 시간에 비추면 인간세의 역사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환면으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누가 로이가 아닐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궁한 시간에 비추면, 5천년이나 0.5초가 과연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라고 되묻고 있다..
대체로 이런 취지의 사색을 전개한 후에
그러나 Roy여, 그대가 만약 어쩔 수 없이 다시 인세로 돌아오려한다면
산, 즉 mounatin이 되어보라,라고 권하고 있다.. 산은 산과 같은 식의 고행으로 니브리티,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누구는 누가 아니던가 우리? 라는 반문은 아마도
우리가 모두 형태만 조금 다른 Roy들이라는 말씀일 것이다..
바둑게임이 그 원형이 있어서 모두가 동일한 것이듯이
우리 인간들도 기본형태는 모두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요긴한 하나의 질문이 아닌가 여기지기도 한다..
두번째의 작품은 '월튼 씨 부인이 죽은 한 죽음'이라는 제목인데
사업가 월튼 씨가 임파선암을 진단받고나서
그 자신은 날로 세속의 가치에 대한 의심을 거듭하면서 백치와 같은 순수함을 얻어가고
그 부인은 남편의 입장과 자녀들의 입장을 모두 외면할 수 없어서
종내에는 남편이 마음의 평정을 얻고 자녀들은 상속받을 재산의 주인이 되어갈 무렵에
부인 자신이 홀연 세상을 떠나게 되는, 소위 대속의 문제와 저자가 요카스테 신드롬,이라고 지칭한 심리현상을 다루고 있다..
암의 진단 후에 남편의 입을 통해서 전개되는 the Old man and the Sea에 대한 사색도 볼 만했었고
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 월튼 씨가 책방에 들러서 전해준
부인의 책방주인의 백치미 혹은 무성태,에 대한 동경에 대한 소감은
소위 실용에 치우친 세간의 습속에 대조되는, 실용을 떠받치는 드넓은 쓸모없음의 장자적 유용성에 대한 찬미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막이 내린다, 뎅-이라고 한 것을 보아서 알 수 있듯이
다소 간의 희곡적 구성을 사용하고 있음도 알 수 있지만
그러나 다소 간의 먹고사니즘이 지금 몸을 요청하고 있으니
막이 내린다, 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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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mecosy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