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비내리는날

창가에 부딪혀 흐르는 빗물이 내마음을 적실때
창틀을 타고 내리는 그끝을 따라 가본다
추마끝에 소란스리 모여서 작은 물줄기를 이루고
이내 하수구로...
도시의 세파에 허해진 나의 상심도 저리 짧을까.

내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어느듯 여기도 저기도 어울릴수 없는
어줍잖은 나이가 되어 버렸고
지나온길 더듬다 문득 길을 막아선 하얀 머리의 할머니. 어머니.
그렇구나 ! 더짧은 시간이 있었구나

당신은 나의 안타까운 시간들에 잠못 이루시고
나는 당신의 빛바랜 시간들이 서러워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줄어 드는것이 억울해 울부짖는 어리석은 어린아이 마냥
덧없는 세월에 딴지를 건다

정작 당신께선 덤덤한데 지켜보는 내가 초조함이란...

어느새 오그라든 작은 몸이 애처롭고
굽어진 허리가 서럽다

문득 텅빈 집안을 서성이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깨어난 새벽녁
비몽사몽 달려간 당신의 방에서 곤히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돌아서 피워문 담배 한개피로 감사의 긴 연기를 내뿜는다

야단맞던 시절이 그립고 죄스럽다
이제는 내 눈치를 보는 민망한 세월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구나
삶의 무게에 힘겨워 나도 모르게 역정을 내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 가시는 뒷모습이 가슴 미어지게 죄스러워
오늘도 만취하여 손을 꼭잡고 머리를 묻는다.

그리고 소리내어 울어 버린다.

푸르든 잎 단풍드니

잠깐의 위안으로 정든가지를 떠나려 할때
내몸 붉어짐이 서럽기 앞서
애처롭게 매달린 가지끝 잎새를 바라봄이 더 서럽구나
산들 바람마저 원망스럽고 야속한 시간들이 나에 대한 울분으로 밀려오니

아 !! 이 가을의 상념들을 어찌 떨쳐 버릴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