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

계수나무와 토끼 한마리가 우스운 나이를 넘어서
이제는 내가 그얘기를 해주려 한다

진실을 모르든 시절과 알고나서 허무한 시절을 거쳐 비웃든 시절을 지나
이제는 향수를 느끼는 나이에 이르러 내가 또 그얘기를 해주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치열함 보다 덮어가고 이해하고 불필요한 진실은 오히려
거짓이 따뜻하고 그뜻이 무언가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진실만이 세상을 지키는것이 아님을 느낀게 깨달음인지 세속의 타협인지.

내 자신에게는 또다른 다짐을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정서를 준다는 의미로
한그루의 계수나무를 떠올린다

흘러간물. 쏜살. 세월. 그중에서도 나로인해 아쉬운건 내뱉은 말이다.
나는 얼마나 후회하고 또 잊고 살아왔는지...
오늘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운명으로 변하고 또다시 내일로 미룬다.

먼 옛날인가. 아님 먼 미래의 일인가.

내가 보는것이 과거요 미래이니 오늘이 그날인데...
지나간 오늘과 다가올 오늘에 무디어 이순간에 이자리에서 행복하려 하지만
입과 몸이 따로이 움직여 흐르는 땀을 훔치며 하늘을 바라본다

한그루의 나무로 살다가려함이 나에게 벅찬 일인가.

입과 몸이 따로이 놀지않고 한그루의 나무로 서있다 쓰러지고
내말과 행동이 줄기가되고 가지가되고 잎으로 보여주며 그것으로
더함도 덜함도 없으려 하는것이 이리 힘드는가.
보여주려 사는것이 아니지만 보기 흉함은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리 살것이다

내가 그리한다면 하는것이요. 내가 그리 했다면 한것이다.
내가 나무로서 나무면 되는것이지 너에게 나무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너에게 나무이기를 바라고 산다면 나는 평생 나무가 되지 못하니까.
모두에게 나무가 될지라도 정작 내가 나무인지 모른다면 불행 하니까.
오직 내가 나무이기에 행복하고 나무였기에 후회 없기를...

오늘 조카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저기 보름달을 잘봐. 까만점이 보이지... 그게 계수나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