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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2012-04-17 오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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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새로 도입하는 나라들 중 많은 경우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아마도 그쪽으로 습관이 안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한국만 하더라도 대통령을 직접 뽑는다는 것은 이제 친근해지고 있지만
또 개별적인 지식으로는 공무원집단도 모두가 세금을 받는 업무대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그런 지식이 우리 역사를 통해서 하나하나 형성해온 역사일 뿐 아니라
많은 부분이 서양의 역사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을 수입한 면이 아직 많기 때문에
시장경제라든가 혹은 민주주의라는 것의 현실적 의미는 그다지 많이 구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시장이라는 것이 일종의 물물교환의 복합화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얼마 전에 말썽을 일으켰던 파생금융상품 등이라는 것들은 그런 단순함을 속여먹는 사기행각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상황을 복잡한 것처럼 꾸며서 단순함을 속여먹는 것이다.. 정부라는 것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좀 있어서, 기본적으로 업무대행집단인데도
그 안에서 구조가 커지고 복잡해지면, 무언가 다른 것이 있는 양, 현실에선 잊혀지기 쉬운 것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시장에서 물물교환이 토대가 되어서 돈이라는 것이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정부라는 것도 수입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공공의 업무를 보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대신하는 것일 뿐이다.. 현상계의 모든 활동은 일종의 거래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별도의 의미를 찾을 길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옥신하거나 각신하는 것이, 그게 바로 인생인 양 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역사를 만든 그 많은 사람들이 알고보면 모두가 우리들 개인의 변이형태에 불과한 것을
알아차리고 확인할 겨를이 없는 셈이다.
산티아고가 18피트의 청새치를 잡기 전이나 잡은 후나, 두끼니의 밥을 먹는다는 면에서 무슨 차이가 있을까? 차이가 있다면, 이전에는 그런 업적이 가능성이었다면, 이후에는 그런 능력이 다소 현실화되어서 확인되었을 뿐이다. 없는 능력이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청새치를 그렇게 크게 잡아도 결국에는 상어밥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상어밥이 안되었다면 또 어떻게 되는가?
상어밥이 되는 것과 인간의 밥이 되는 것이 사실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 청새치, 즉 marlin이 제대로 하바나 항구로 들어왔다고 해도 결국 돈에 팔려갈 것인데
돈에 팔려가면 그것을 돈이라고 여기겠지만, 사실 그렇게 팔려가면 결국 쪼개어서 적은 돈을 지불하는 최종소비자들에게 교환된다. 그러면 결국 사람이 먹거나 버리게 될텐데
그러면 결국 상어밥이 되는 대신에 인간의 밥이 될 뿐이다. 인간이 그 고기를 먹으면
결국에 인간의 몸은 땅으로 돌아가거나 허공에 불타서 사라지거나 수목장을 하더라도 결국 흙에게 돌아간다. 그 흙은 바다를 떠받치면서 다른 청새치들의 생존을 돕는다. 결국은 순환이고, 거래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엔 시차가 있어보이지만, 그러나 알고보면 이런 순환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시차가 있는 순환을 한꺼번에 인식하면 그게 바로 관계망이라는 것이 될 뿐이다.. 이런 관계망을 두고 상대성의 세계라고 부르는 것이고, 상대성의 세계는 바로 노자 2장의 세계이다.. 전후상수, 고하상경, 유무상생, 음성상화 등등...
이 중에서 유무상생은 다소 차별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1장에선 유와 무가 같은 것인데, 출이이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유무상생의 다른 말인 것도 같다.. 즉 노자 2장은 1장을 잇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사람의 수명이 묘한 구석이 있어서, 무언가를 알만한 때가 되면, 수명이 다하기 쉬운 것 같다.
그러니까 효율을 높이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는데, 평균적으로 보면, 부분적 인식을 얻을 만하면 시기가 다 된다. 그러니 일정한 평균성이 주도하기 쉬워보인다. 원효스님도 역사적으로 이름을 얻었다고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다지 안정된 흐름을 가진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원효가 지금의 원효가 아닐 때에 화엄경의 전문가가 나중에 된 의상스님과 당나라를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어느 자연여관에서 잠을 자다가 유명한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때에 인용된 구절을 보면, 원효스님의 학식은 이미 친숙한 상태였던 것 같다. 능가경의 구절이 대승기신론을 통해서 인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당대의 기본자료는 이미 친숙한 상태였던 것 같은데
하지만 알려진 당시 원효의 연령은 상당히 위험한 시기였다. 마흔 중반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지금보다 기대수명이 낮을 것을 생각해보면, 그 연령에 남의 나라에 유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가? 의상은 그보단 8세 정도 적었다고 하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왜 원효는 당나라로 가지 않고, 의상은 예정대로 비행기를 탔을 지 현실적 이해도 되는 셈이다..
그나마 의상스님은 30대 후반이어서, 예정대로 하바드화엄연구소로 가서 6년 동안 화엄경만 내도록 번역연습해서 인정증을 받고 귀국했다고 한다.. 그런데 원효스님은 해골물 사건 이후에 돌아와버렸다. 갈 필요가 없기도 했겠지만, 그러나 아마도 나이가 스무살만 적었어도, 세상구경겸해서라도 가던 길을 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엔 그렇게 가서 6년이나 8년을 더 있었더라면 너무 늙은이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의 맛이라는 것은 반드시 내실이 얼마나 더 있는가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다 정제된 학습과정을 거치면
장점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접하던 원효의 생생한 맛은 지금과 같이 있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당시에 원효스님이 비교적 늙은 나이인 바람에, 활동기간이 얼마 안남았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알려진 모습을 나투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매력이라는 것은 독특한 면이 있는 것 같다..해양대학의 교수나 원양어선의 선장보단
산티아고 나름의 매력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존한다. 그러나 또 따지고보면
산티아고가 있기 위해서, 갈고리를 만드는 사람, 작살을 만드는 대장장이, 그리고 바다제비, 날치, 카사블랑카의 선술집, 모기해안의 거북들, 그리고 오리온 별자리와
그가 탔던 배의 목재와 낚싯줄이 공존하기도 하였다. 산티아고가 우리들 개개인의 변이형태의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은 모든 것의 변형일 뿐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다 풀어버리면 무언가 맛대가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아마도 사람은 맛대가리를 그렇게 찾아서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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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