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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거사의 경우
2012-05-26 오후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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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자기 전에 책장을 들추었었다..
어느 언론인이 쓴 책이었는데, 방거사의 일화가 나와 있었다..
스토리의 요지는 이것이다. 즉 가졌던 물건들을 다 동정호에다가 버리고는
조리를 짜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의례 생각해볼 수 있듯이
주변에서 하는 말이, 굳이 버릴게 무엇인가? 그냥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를 하면 어떻소? 라고 물었는데
내 인생에 방해가 되어서 버리는 입장에, 그런 물건들을 어찌 타인의 인생에 방해가 되라고 준다는 말이오 라면서 굳이 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방거사의 어록을 보면서 접했던 것인데, 어제의 저자가 다시 거론하는 바람에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과연 굳이 버려야 하는가 라든가? 혹은 지금이라면? 이라는 두 가지 생각 등이었는데
지금 시대라면 모든 것이 화폐화되었으니 사정이 조금 달랐을 것이라고 대략 짐작을 하면서도
내 인생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어찌 타인에게 준다는 말인가? 라는 말의 경우 여전히 답을 알기 힘들다..
아마도 짐작컨대는 인생의 의미 자체가 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당시에 이미 인생의 의미를 파악했었다고 알려진 사람이니, 남은 것은 자신의 습관을 더욱 벗어나고, 또 다소간의 가족부양 등을 할 필요가 있는 뿐이었겠지만,
아마도 인생의 새로운 시기를 맞아서 과거를 청산하는 측면이 강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만약 이 경우, 다양한 물건들을 통해서 새로운 인과에 매이게 될 수도 있으니, 일차적으로 말끔하게 상황을 정비할 개인적 필요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는 당시의 현감인가의 무릎을 베고 죽었는데
남긴 말이란
단원공 제소유, 절물실 제소무,라는 구절이었다..
단지 모든 있는 것들을 비우기를 원할 뿐이지
결코, 없는 바를 채우지는 말라, 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모두
인식의 오류, 즉 무명에 기인한 것이므로, 그러한 모든 대상적 인식에서 벗어나고
원래 한 물건도 없으니, 거기에 다시 덧칠을 하지는 마시오,라는 정도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흔히 유,라고 인식하는 것이 실은 환유이므로 무명의 증거이고
무,라고 인식하는 곳이 바로 무진장의 보고라는 식의 뒤집한 발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 따님으로 영조라는 아가씨도, 그의 어록의 다수 등장하는데
조의 명명백초두,라는 구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사서래의가 온갖 대상들에 항상 선명하구나,라는 정도의 뜻이라서 대상이 대상이 아니라는 정도의 뜻이리라..
방거사의 저 유언구절은 대혜라는 스님이 유독 흔히 인용을 해서
그가 당시의 학인들에게 보낸 편지묶음을 보면 여러 차례 저 구절이 인용된다..
단원공 제소유, 절물실제소무
원하는 것은 오직 있는 바가 사라지는 것이지
공한 것을 채우지는 결코 말라고 하였네
제소유는 환식에 의한 것이니
소유는 다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씀
유와 무는 같은 것인데, 바깥이 생긴 후에 달라보일 뿐이라고 하였었지
절대로 없는 바를 채우진 말라고 하였으니
勿은 Don't 나 Never do 정도의 의미일 것
實은 채운다는 뜻의 동사
諸는 all the 정도의 뜻일 것이고
소무,는 없는 바,라는 뜻
무가 오히려 진정한 존재이니 티끌을 얹어서 어려움을 자초하지 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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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youngp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