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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2012-08-16 오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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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천담저,를 본 후에
이보다 조금 더 익숙한 구절이 있어서 다시 찾아보았는데, 알고보니 저 유명한 무주,에 관한 구절을 노래한 것이었더라..
한 가지 묘한 것은 이번의 노래는 죽영소계와 구조적으로는 반대의 순서를 보이고 있는 점이었다..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그래도 먼지하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 표현은
우선 작용을 그리고나서 거기에 적멸이 공존함을 그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것은 순서가 반대였다.
산속에 말없이 고요히 않았으니, 고요하고 텅 비어서 본래의 모습에 계합하였다..
그런데, 홀연히 서풍이 불어서 임야를 흔들고, 그리고 기러긴지 까마귄지가
장천을 울어예더라는 것이 내용인데, 이 그림의 순서를 보면
우선은 적멸을 노래하고 있고, 그 다음에, 하지만 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순서로 되어 있다. 앞에선 무주를 그리고, 뒤에선 생심을 그리는 구조이다..
또 한가지 무주라는 관념에 착안하면서 유용했던 일은 경허스님이 말하던 그 코뚜레가 사라지는 방법이 바로 무주에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소의 코뚜레가 사라지면 아무런 일도 없어져서 태평가를 부르는 야인이 되었다고 하였는데, 그렇게 코뚜레가 사라지도록 하는 방편이 바로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적멸에 계합하여도 여전히 울 기러기는 울고, 불 바람은 불고, 그리고 흔들릴 임야는 흔들린다..
마누라는 잔소리 하고, 딸내미는 허망하게 멋을 낸다. 그런데 또 뒤집어서 보면, 또한 이 모두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홈런이 14개인데, 남은 게임수가 마흔이 넘으면 어느 정도 20홈런을 기획할 수 있다..
우리가 항상 모든 순간을 기획적으로 살 수는 없지만,
무언가 신호가 오는 순간이 있다..
오늘 추 신수가 14호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보니까, 금년에도 스무 개는 되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山堂靜夜坐無言 寂寂寥寥(요요)本自然
何事 西風動林野 一聲寒鴈唳(려)長天
寥는 도덕경에도 나오는 글자인데, 고요하다고도 하고, 텅 비었다고 풀기도하는 것 같다..
cry라는 뜻의 唳(려)를 보면
왼쪽에 입이 붙어 있다..
산당에서 정야에, 말없이 앉았더니
적적하고 요요하여 본래 그대로이다.......................
그 다음에 하사,의 용법이 묘하다..
뒤를 먼저 보면, 서풍이 임야를 흔들고, 일성한안이 장천을 려,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팎이 고요할 뿐인데
어쩐 일로, 이러저러한 일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어쩐 일로,라는 표현은
이게 이럴 일이 아닌데,라는 뉘앙스를 보여주고 있다..
일체가 적멸한데, 어째서 온갖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온갖 일이 있고, 또 그럴 일이 아니므로, 아무런 일이 동시에 없다는 뉘앙스를
하사,라는 두 글자가 풍기는 것 같다..
만약 위의 시를 순서를 뒤집어서 옮겨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임야를 흔드는 서쪽 바람
구만리 하늘에는 기러기 울음...
산속의 고요한 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적적하고 요요함이 더욱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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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선달 |
｜ 2012-08-18 오전 11:23:51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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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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