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자기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그간에 관찰하고 사유한 바에 의하면, 개인의 사유가 있다고 하기보단
공통적인 의미의 그물망 같은 것이 있다. 집단의식 비슷한 것인데
이 그물망에 익숙해지는 것을 흔히 사회화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존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 이런 식의 접속과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의미망과의 접속을 쉬는 것이 평화에 샨티에 가까운 것 같다..
의미망과의 접속을 쉬면 대상화의 단서가 없어지므로 말썽의 소지가 없어진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런 식의 발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분별과 무분별과도 가깝지만
그래서 분별은 모두 무분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식의 중도관과 닮아보기이도 하지만
노자가 말하는 유명과 무명의 관계가 매우 압축적이고 내용도 선명하지 않은가 싶다..
차앙자는 동인데, 유명이 나오고나서 그 둘의 이름이 달라졌다고 제 1장에서 말하였으니
분별과 무분별 간의 관계를 명징하게 선언한 셈이다..
흔히들 마음을 쉰다고 하는 것은 이처럼, 의미망과 항상 접속되어 있는 쪽으로 치우쳐서 습관화된 상태를 되돌려서, 말하자면 생체 컴퓨터 같은 것을 좀 꺼두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렇게 해서 조작하지 않아도 멀쩡하다는 것을 알고나면, 그 후엔 아무리 조작을 해도 아무런 일도 실은 없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 소위 중도의 과정이 아닐까 여겨진다..
세상이라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의미망에 불과한 것 같다..
그런데 표현 상 모순되게도 그 의미망에선 소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 것 같으니
오늘처럼 휴일 같은 것이 있어서 모든 의미를 쉬면서 그 무의미 속에서의 일반청의미를 맛보라고 하는 것이, holiday나 안거 같은 것의 의미가 아닐까 또 생각해본다...
월도천심처(月到天心處) : 달이 중천에 이르는 곳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 : 바람에 물 위로 지나갈 때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 : 모든 시공에 공통된 청청한 한 맛을
료득소지인(料得少人知) : 사람이 스스로 막아서 맛보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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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