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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2-04-06 오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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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들어서 노인과 바다를 한벌 읽어보았다.. 좋았다..
이전에 읽은 것은 소년시절이었으니 상당히 오랜 과거의 일이었는데
박상륭의 글을 보다가 노인과 바다가 인용된 것을 보고는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띄엄띄엄보다 한번 기회가 생겨서 대략 다 보았더니
왜 이 작품이 명작으로 통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우선 소재가 독특하다.. 하바나 항구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이 공해로 나아가서
큰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만으로 이틀을 버티는 과정의 그 상세한 내용을 누구 묘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거기에는
산티아고 노인과 소년 마놀린 사이의 심리적 연대와,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잡게 되었지만, 그 사투과정에 노인이 큰 물고기에게 갖게 되는 동지의식
스토리의 공간이 되는 멕시코만과 하바나라는 지역의 특성 등이 연합하여
다양한 물고기의 이름들과 관련장비, 그리고 사투과정에 좁은 배 하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풍경 등이 눈에 보일 듯이 그려진다..
스토리텔링을 보니 이전의 막연했던 기억에 비해선 매우 상세한 흐름이 있었다..
우선 서론이 있고, 그리고 배가 항구를 떠나서 주제가 되는 큰 물고기와 노인이 해후하는 과정까지가 다시 하나의 흐름이 된다..
그 후에 하루 밤을 지새면서 만으로 하루 정도가 지나는 동안, 산티아고는
낚싯줄을 풀어주고 당겨주면서 상어인지 청새치인지 모를, 거의 5미터 50센티에 달하여
자신이 탄 배보다 두 자나 더 큰 물고기와 씨름 혹은 팔씨름을 한다..
그 과정에 왼손에 쥐가난 채로 다시 하루가 지나고나서야
단한 번의 작살로 그 큰 고기가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헤밍웨이의 전체적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라서 믿지 않기가 힘든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생고해의 끝은 아니었어서
세번째의 정오에 그 고기를 작살로 잡은 후에
모두 6회에 걸쳐서
이빨이 날카로운 상어가 등장하여 배의 곁에다가 묶어놓은 그 고기의 뒷부분을 물어뜯는다..
노인은 다시 평소실력으로 그 상어도 작살로 찔러죽이지만, 그러나
이미 피비린내가 자욱히 바다에 퍼져서 상어들이 연이어 출몰한다..
결국 산티아고 노인은 무사히 귀항하지만, 그러나
돌아오고나서보면 그 큰 물고기는 모두 살점이 뜯겨나간 채로 5미터 50센티의 킨 뼈다귀 잔해만을 남기고 있다..
첫 새벽에 떠나서 두 번의 밤을 꼬박 지새고, 세번째의 밤이 깊어 돌아온 노인이
그 긴 시간동안에 그리워했던 것은 소년 마놀린의 존재였다.. 마놀린이 지금 있었다면.. 이라는 혼잣말을 노인은 수도없이 하게 된다.. 소년도 노인을 좋아하여 함께 오고싶어했지만
이미 다른 배를 타고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남의 집 아들을 자기 편하자고 마냥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이제
귀항한 노인의 배에 묶인 물고기의 잔해를 눈으로 본 동네사람들은 경악하였고
84일 간 한 마리도 낚지 못한 노인을 측은히 여기면서도 가벼이보기 시작하던 그 시선이 말끔히 씻긴다.. 그러나 소년의 시선은 다른 것이다...
소년은 지금 다른 배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가 뱃일을 위해서 가진 모든 안목은
모두가 수년 간 할애비와 함께 배를 타면서 익힌 것이다..
해안경비대가 노인을 찾아나섰던 그 이틀 이상의 기간에, 노인이 그 큰 물고기의 잔해를 배에 붙이고 귀항했다는 사실, 그리고 돌아와선 긴 시간을 쥐죽은 듯이 오직 잠만 자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소년은 안다..
아난다는 세존의 말씀을 그렇게 들었지만, 소년은 돌아온 산티아고 노인이 반가와서 울고
그리고 85일 째에 85배의 업적을 이룬 사부의 강건함이 존경스럽고 고마와서 운다..
금강경을 보면, 10장 언저리에서 수보리 존자가 세존의 취지를 깊이 이해하고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품의 뒤쪽에서 소년이 이렇게 눈물이 그치지 않을 때에 난 그 장면이 연상되었다.. 만으로 사흘, 대략 72시간 동안 행방불명 된 노인이 18피트의 물고기 잔해를 묶고서 돌아왔을 때에 그 사이에 있었을 그 다양하고 가공한 현실적 심리적 상황을 적어도 소년은 눈앞에 가슴깊이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소년 시절에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엔 이런 매력을 알지 못하였다..
다만 어떤 노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물고기를 잡는 이야기,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조 디마지오,라는 프로야구선수, 그리고 소년 등이 기억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긴 세월을 건너뛰어서 다시 읽어본 노인과 바다는 명작이었다...
52년도의 하바나는 아마도 아직 카스트로가 등장하기 전이었을 것이다..
작품 속에는 회사이름도 두엇 정도가 등장하는데, 이런 회사들이 향후의 쿠바 역사와 연관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리고
아마도 헤밍웨이가 하바나에서 말년을 살았다면,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나름의 문제를 느끼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가 하바나에 살았던 그 일 자체가 무언가에의 참여로 느껴질 수 있는데, 그곳에 살면서 그곳에서 있을 수 있는 어떤 스토리를 그려낸 것 자체가
일종의 참여와 기부의 느낌이 없지 않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소년의 눈물이다.. 법의 전수가 수보리의 눈물이나 가섭의 미소로 입증되는 것이라면, 노인과 바다에선 교육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작품의 주된 분량을 물고기와 노인의 사투에 할애함으로써, 그 현실적이고 심리적 상황이 잘 전달된다.. 또 물고기이름이나 어구이름, 배의 상황묘사를 통해서 일종의 전문용어들이 일반에게 소개되기도 한다.. 하바나라는 도시명과 당시의 대기업 이름, 조 디마지오,라는 야구선수 이름을 통해서 시대적 풍경이 간접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중학생 시절에 헤밍웨이의 작품으로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라는 것을 읽은 기억이 가장 선명한데, 그 배경은 또한 스페인 내전이라는 것이어서 이게 무언가? 라는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했었지만, 노인과 바다의 경우, 단지 어떤 노인이 물고기를 큰 것을 잡느라고 애쓰다가 고생하고 돌아온다는 기억밖에 없었었다...
이제 소년보다는 노인쪽에 훨씬 가까와서 읽은 노인과 바다는
박진영의 노래표현을 빌면,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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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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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다루었나요? 생소하지가 않네요 ^^*
 육묘법문 |
두어번 궁금한 생각을 하다가 읽어보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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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