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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음 3
2012-08-06 오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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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음에는 두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외적으로 세상에 일없음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어보이는데
본질적으로 세상이란 두 끼니를 위한 논밭일 뿐이라는 측면이 있어보이고
다음에는 마음에 일이 없으니, 왜냐하면
원래 일없이 충족한 것을 세상이라는 이름의 해석체계에 물들어서
해석하고 이해하고 분별하고 조작하는 것이 인생인 양, 물이 들어와서 원래 일없음이 잊혀지고 있는 측면이 또한 본질적으로 있는 것 같다..
이 안팎의 일없음이 서로 연대를 하고 있어서 아마도 일반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외적인 일없음을 파악하여 그 여분의 힘으로 집중력이 있어서
안으로의 마음에 일없음이 부각될 여지가 생겨나는 것 같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서로 순서를 따질 겨를이 없이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 과정이 아닐까 여겨진다.. 대개는 유전과 환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원래 아무런 일이 없어서, 하릴도 없는 것인데, 일을 저지르고 성취하는 것이 바로 인생인양 흔히 여겨지고, 또 그리 사회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일없는 본성을 두고 진여라고 해서, 기신론 같은 고전에서는 6종의 자체공덕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 모두가 원래 일없음에 대한 하나의 신호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마음에 일이 없는 것을 두고는 대개
단진범정 별무성해,를 말하곤 하는데
그저 범속한 습관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지, 따로 성인의 인식을 도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도모하는 것 자체가 조작이고 해석이고, 세간적 습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 생각해보면, 누군가 이런 측면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서 알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그러나, 사실 누구라서 그런 재주가 날때부터 있는 경우라곤 거의 없다..
단지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알려주기 위하여 세상에 오는 분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또한 나에게 누군가 진작에 그런 말을 해주었더라도, 그걸 순순하게 받아들였겠는가? 하물며 대부분의 공부인들이란 남들과 다같이 번뇌와 세간적 습속에 함께 부침하면서, 오랜 용틀임 끝에 겨우 활로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들 자신이 대부분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니 이러한 인간사의 복합성을 잘 알게 되는 것만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니, 누군가를 허공에서 현신한 별도의 존재라는 막연한 기대로 바라본다면, 혼란에서 조금 벗어나면서 또한 조금의 혼란을 더할 가능성도 많다고 여겨진다..
시공간적인 생사의 연기 속에서 단 하나의 여백이 탄생하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 희유하다는 낱말이 적용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리고 성긘 가지 너를 밋지 아녔더니
눈 긔약 변치 않고 두 세송이 피였고나
촉잡고 가까이 헐제, 암향조차 부동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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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